애널리스트는 갈대? 삼성전자 목표가 왔다갔다…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2012.10.08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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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만에 재연…전망 아닌 뒷북 조정에 투자자 혼선

애널리스트는 갈대? 삼성전자 목표가 왔다갔다…


한달 전 만 해도 애플과의 소송 악재를 이유로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경쟁적으로 깎아내렸던 증권업계가 3분기 깜짝실적에 호평을 쏟아내고 있다. 투자의 나침반이 돼야 할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역할이 무색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 3분기 최대 실적에 호평 잇달아 = 8일 토러스투자증권은 삼성전자 (73,500원 0.00%) 목표주가를 160만원에서 175만원으로 10% 가까이 올렸다. 이번 상향 조정은 지난 8월말 168만원이던 목표주가를 160만원으로 내려잡은 지 불과 한달여만이다.



김형식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은 "3분기 깜짝실적으로 올해와 내년 주당순이익(EPS)을 각각 7.5%, 13.6% 상향한 데 따른 조정"이라며 "삼성전자의 글로벌 브랜드 기업 가치가 전세계 10위권에 오른 점도 목표주가 상향에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5일 3분기 잠정실적 발표에서 영업이익이 8조1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0.6% 늘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의 분기 영업이익이 8조원을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부에서 기대감을 드러내긴 했지만 그동안 시장에선 3분기 영업이익이 많아봐야 7조원대 후반일 것이라는 예상이 대부분이었다.



실적 발표 이후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는 증권사는 토러스투자증권만이 아니다. 김영찬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3분기에 이어 4분기 실적도 기존 추정치를 웃돌 것"이라고 평가했고 임돌이 신영증권 연구원은 "여러 우려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자금이 유입되면서 주가는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변한준 KB투자증권 연구원도 "애플과의 소송이라는 불확실성이나 관련 충당금 설정 등은 일회성 요인으로 이보다는 세트와 부품의 선순환 구조에 따른 이익 증가세가 주가를 끌어올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 뒷북 조정, 1년 만에 되풀이 = 3분기 실적 발표 직전까지 증권가 분위기는 최근과 사뭇 달랐다. 지난달 25일만 해도 KTB투자증권은 애플과의 특허 소송 관련 충당금 1조2000억원에 따른 삼성전자의 이익 하향이 불가피하다며 목표주가를 170만원에서 165만원으로 깎았다.


동양증권과 이트레이드증권도 지난달 중순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각각 200만원에서 170만원으로, 175만원에서 157만원으로 낮췄다. IBK투자증권은 목표주가는 유지했지만 양호한 실적 전망에도 불구하고 소송 관련 잠재적 악재가 투자심리에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내용의 분석 리포트를 냈다.

실적 발표 전후로 극명하게 엇갈린 평가는 꼭 1년 만에 되풀이된 현상이다. 증권정보업체 와이즈에프엔에 따르면 지난해 8~9월에도 대우·우리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등 17개 증권사가 미국 신용등급 강등에 따른 반도체 시장 위축으로 삼성전자의 중장기 모멘텀이 약화됐다며 목표주가를 하향했다가 3분기 '어닝서프라이즈' 이후 일제히 끌어올렸다.

◇ "주가에 후행" 투자자 혼선 = 투자자들은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실적 발표에 따른 발 빠른 대응이라기 보다는 뒷북조치라는 불만이 다수다.

한 투자자는 "며칠 전까지만 해도 부정적인 평가를 내놓다가 실적을 확인하고 나서 말을 바꿔봐야 뒷북 아니냐"며 "투자 리포트는 어디까지나 전망을 전제로 할 때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투자자도 "한두번도 아니고 매번 이렇다 보니 증권사 신뢰가 땅에 떨어지는 것"이라며 "주가에 후행하는 리포트는 면피로밖에 안 보인다"고 밝혔다.

일부 애널리스트 사이에선 '반성문'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연구원은 "소송 등 돌발 변수가 늘면서 주가 전망이 쉽지 않은 여건"이라며 "애널리스트라면 누구나 고민하고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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