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의 네임 밸류를 끌어올리자!

머니투데이 김철호 호원대학교 식품외식조리학부 겸임교수 2012.09.28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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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선 여러 장치들이 필요하다. 세계적인 경기 흐름도 좋아야 하고, 실물경제나 물가 동향도 안정적이어야 한다.

여기에 활발한 소비패턴과 다양한 대중의 니즈를 부합시키는 상품도 나와 줘야 삼박자가 갖춰진다고 볼 수 있다.



하나의 히트 아이템이 탄생하기 까지 앞에서 언급한 외부영향이 큰 것도 사실이지만, 흐름을 변화시키거나 유행을 만들어내는 환경적 요인도 무시할 수 없다.

대중문화나 사회적 이슈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곳, 소비 트랜드를 직접적으로 반응하는 곳이 바로 창업시장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자연적으로 발생 한다기보다 어느 정도까지 만들어지는 케이스도 존재한다.



만들어 낸다는 의미는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해 낸다는 것보다는 될성부른 나무를 정책적으로 밀어주고 언론이 힘을 더해 탄력을 받게 만들어준다는 뜻이 담겨져 있다.

“흔히들 장사를 타이밍 싸움이라고 많이들 말하죠. 대중의 관심과 사회적 전반적 분위기, 정부정책 사업방향 등 여러 가지 요소들이 절묘한 타이밍을 이룰 때, 그들이 원하는 아이템이 탄생하게 되면 대박으로 이어지는 게 보이지 않는 룰로 이어지고 있어요.”

수많은 성공과 실패를 거듭하길 반복했던 한 외식 프랜차이즈 CEO의 말이다. 성공이 단순히 행운으로 찾아오는 것도, 가만히 앉아서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확실히 전달해 주는 대목이다.


정부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외식사업에 관심을 표명하고 지지했던 것은 당연히 ‘한식의 세계화’란 명제다. 한식의 우수성을 알리고 외교 사절단 역할을 해내는 훌륭한 장치가 음식이 될 것이란 사회적 확산으로 인해 정책적인 연구도 적극적으로 펼쳐졌다.

그런 든든한 뒷받침에 힘을 얻고 햇빛을 보는 아이템이 줄곧 있어왔다. 전통 음식들이 그랬고, 전통 주류들이 그랬다.

특히나 비빔밥이나 막걸리들이 대표적이었는데 이러한 상승기류에 편승해 관련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탄생했고, 전체 시장이 확산된 효과를 얻었다.

해외로까지 수출되는 판로가 열렸고, 항공사 기내 음식메뉴로 선정되며 유명세를 타고 널리 퍼져나갔다. 한식의 우수성을 입증시키는 여러 세미나와 학술발표회가 줄을 이었으며 TV 예능프로그램까지 앞 다퉈 소재로 삼아 전파를 탔다. 이쯤 되면 소위 뜨지 않고서는 배길 수 없는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한 가지 안타까운 점은 이러한 최적의 조건을 잘 활용하지 못해 냈다는 아쉬움이다. 단순히 음식을 파는 것, 이미지를 상품화하는데서 벗어나 세계인들이 공감할 수 있는 코드를 발견해 내어 지속적인 확산과 메가 히트 상품 하나쯤은 나와 줬어야 했는데 말이다.

유럽 사람들은 식자재에 대한 꼼꼼하고 정확한 계산을 따르는 것이 특징이다. 이를테면 생산 이력을 무척 중요시 한다. 고기나 닭 등 육류는 물론이고, 야채들도 하나하나 마다 어느 지역에서 자랐던 작물이며 어떤 유통 경로를 통해 식탁에 오르는지 궁금해 한다.

비빔밥이라 치면 속 재료인 나물에 대한 명확한 기재가 되어있어야 좋아한다는 이야기인데 우린 그들의 식생활 패턴을 모를 때가 많다. 그래서 쉽게 간과해 버리곤 한다.

이런 근본적인 체계들이 어쩌면 한식의 세계화의 발목을 잡는 장치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거다. 철저하게 현지화 시켜 그들의 기호에 맞는 시스템으로 한식이 소개되어야 하고 마케팅을 펼치게 될 때, 속도가 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의 것이 좋은 것이여!’란 카피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우리네 만의 공감대이지, 강요한다고 심어지는 동질감이 아니다. 대한민국 표 음식을 받아들이는 외국인들은 가치나 히스토리를 평가하기에 앞서 식생활 코드가 맞는지, 안전한지, 어떤 영양소를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사실에 더 관심을 기울인다는 점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또 한 가지는 요즘 외식산업에 불고 있는 식문화 패턴 변화에 대해 생각해 봐야한다. 대형 음식점 내 편의시설로 설치한 아이들 놀이방이 생겨나며 발생되고 있는 식사 풍경이 그렇다.

이러한 일부의 단점이 자칫 한식에 대한 편견으로 이어질까 우려스럽다. 일산에 위치한 모 찌개 전문점을 일본 친구와 함께 방문한 적이 있다. 2시가 가까운 시간이었지만 아이들이 내지르는 괴성과 시끄러운 소음이 뒤엉켜 아수라장 같았다.

“원래 한국 식당들은 이렇게 소란스럽게 식사하는 풍경이 일반적입니까?”라고 물을 때 적당한 말을 찾질 못하고 쩔쩔맸다. 어린 아이들도 음식점에 대한 정의가 맛있는 음식을 즐기며 정다운 대화를 나누는 곳인지, 놀이터처럼 뛰어놀러 오는 곳인지 정체성이 모호할 것 같다는 말도 덧붙였다.

공감되는 내용이다. 고객의 편리를 위해 온 가족이 함께 식사를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 내려는 콘셉트는 이해하지만, 외국인들에게는 안 좋은 인식을 심어줄 수 여지도 배재 할 수 없다. 이것 또한 한식의 네임 밸류를 약화시키는 요소가 될까 소심한 염려가 따른다.

‘강남스타일’이란 노래 한 곡이 전 세계 곳곳에 대한민국의 존재감을 알리고 있듯이, 한식도 피부색깔과 인종을 떠나 함께 즐기고 경험하고 싶어 하는 음식으로 기억되는 날이 빨리 올 수 있길 외식인의 한 사람으로 염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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