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B, 채권매입 카드 얼마나 공개할까

머니투데이 권다희 기자 2012.09.02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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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다희의 글로벌 본드워치]조건·규모 등 예상만큼 공개되지 않을 수도

유럽중앙은행(ECB)의 통화정책회의가 이번 주로 다가왔다. 지난 달 통화회의에서 시장에 실망감과 기대감을 동시에 줬던 ECB는 이번 주 채권매입에 대한 세부사항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블룸버그 자료 기준 8월 한 달 간 스페인과 이탈리아 2년만기 국채 금리는 각각 1.62%포인트, 1.22%포인트 떨어졌다. 스페인 2년 물의 경우 7월 말 5%대까지 오른 후 지난 달 31일 3.656%까지 하락했고, 같은 만기 이탈리아 국채금리는 4%대에서 2.7%대로 내려갔다.



국채 금리 하락에는 ECB가 시장에 개입할 것이란 기대가 반영돼 있다. 이안 켈슨 T 로웨 프라이스 그룹 채권 대표는 최근 스페인과 이탈리아 시장에 대한 익스포저를 늘렸다고 밝혔다. ECB의 채권 매입 가능성을 높게 전망했기 때문이다.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 등 전 세계 금융계 수장들도 CEB의 채권 매입 안에 지지 신호를 보냈다.



버냉키 의장은 31일(현지시간) 잭슨홀 컨퍼런스에서 "최근 유럽의 일부 정책적 제안들은 내가 볼 때 꽤 건설적"이라며 "나는 유럽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들을 지속하라고 유럽 동료들을 촉구 한다"고 말했다.

그가 밝힌 건설적인 제안 중에는 유럽 당국자들은 3년 간 이어져 온 유럽 위기를 억제하기 위해 고려중인 채권매입과 은행 감독권 강화 등이 포함돼 있다.

아담 포센 영란은행 통화위원도 잭슨홀에서 ECB가 반드시 이탈리아, 스페인 등의 국채를 매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ECB의 채권매입이 명백하게 중앙은행의 임무 내에 있다고 밝혔다.


데이비드 립톤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부총재는 "세계 경제가 매우 험난하다"고 경고했으며 스탠리 피셔 이스라엘 중앙은행 총재도 "유럽이 현재 매우 중대한 국면에 있고 유럽 시장의 혼돈이 커다란 공포"라고 전하며 유럽 당국에 단호한 조치를 요청했다.

그러나 드라기가 채권매입을 하겠다고 밝혀도 투자자들은 채권매입과 관련된 규모, 범위, 조건 등에 대한 세부사항은 이번 달까지 알기 힘들 수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JP모간과 코메르츠방크는 문제의 복잡성, 시간 부족 등으로 드라기가 내주 통화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세부적인 계획을 내놓지 않을 위험이 늘어나고 있다고 전망했다. ECB는 독일 헌법재판소가 유럽안정매커니즘(ESM)의 위헌여부를 결정하는 12일까지 일부 세부사항 발표를 연기할 수도 있다.

제이미 스튜어드 피델리티 투자 포트폴리오 관리 대표는 여전히 스페인과 이탈리아에 대한 익스포저를 매우 낮게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추가 신용등급 하향 가능성을 언급하며 정책 결정에 앞선 거래를 경고했다.

스튜어드 대표는 ECB의 채권매입을 기대한 주변국 국채 거래는 단기 거래일지라도 투기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채권매입이 시작될지 여부가 불분명하고 시작되더라도 언제일지 알 수 없다는 설명이다.

채권 매니저들은 정책 희망과 관련해 통상적인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유로존 정상들은 3년 여 간 유럽 부채 위기 해결책을 내놓았지만 시장은 단기적으로 기대하다 이내 실망하는 모습을 되풀이 했다.

한편 드라기가 지난달 2일 기자회견에서 처음으로 국채매입프로그램(SMP)의 불태화 여부 검토 발언을 내놨으나 ECB의 불태화정책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당시 드라기는 국채 매입으로 풀린 통화를 금융시스템의 지급준비금으로 상쇄시켜 불태화 할지, 아니면 그대로 통화량이 늘어나도록 내버려둘지 결정하지 않았다고 밝힌 것.

ECB가 2010년 5월부터 실시한 2120억 유로의 SMP는 쓴 돈만큼 시중 자금을 회수하는 불태화정책이었다. 만약 ECB가 이전과 다르게 통화를 회수하지 않는다면 이는 미국이나 영국 중앙은행이 실시한 양적완화(QE)가 된다. 파급력의 차이가 기존의 SMP와 다를 수밖에 없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ECB가 불태화 정책을 유지하는 게 인플레이션 타게팅이라는 임무를 신뢰할 수 있도록 하는 데 핵심이라고 진단한다.

그러나 ECB가 스페인이나 이탈리아의 국채시장을 진정시키려면 수십억 달러의 채권매입이 필요하다. 앞선 채권매입 2090억유로와 더불어 추가로 막대한 채권을 매입하게 되면 자연스레 불태화 이슈가 거론될 수밖에 없다.

카슨 브르제스키 ING 이코노미스트는 "커다란 거래량을 논의한다면 분명히 불태화이슈가 동반된다"며 "ECB는 최근에 쓰는 것과 다른 도구를 사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른 대안은 불태화를 안 하는 것일 수 있겠지만 이는 미래 인플레이션 위험을 명백하게 끌어올리며 분데스방크, 독일 여론과 충돌을 빚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리차드 맥과이어 라보뱅크 투자전략가는 "ECB가 매입하는 채권의 만기를 늘리는 방법을 쓰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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