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체인지업]한화가 한대화감독 전격 경질한 이유

머니투데이 장윤호 스타뉴스 대표 2012.09.01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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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페넌트레이스에서 ‘8월28일’이란 날짜는 성적 부진의 책임을 묻기가 적절한 시점인 모양이다. 한국은 물론 메이저리그도 시즌 실패가 확정되기 때문일까.

한화가 한대화 감독을 8월28일 경질했는데 묘하게도 지난 2007년 메이저리그에서 휴스턴 애스트로스가 필 가너 감독을 해고 한 날도 8월28일이었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한화는 최하위에 감독만 팀을 떠났고 당시 휴스턴은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6개 팀 가운데 5위였는데 필 가너 감독은 물론 팀 퍼퓨라 단장까지 함께 경질한 것이다. 필 가너 감독은 3년 1개월 동안 휴스턴 감독을 지내고 결국 유니폼을 타의에 의해 벗게 됐다.



흥미로운 일이 이어졌다. 같은 지구에서 휴스턴 바로 밑의 최하위 팀인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구단주도 그냥 있을 수만은 없었던 모양이다. 5위 팀이 감독을 경질했는데 꼴찌인 피츠버그도 무엇인가 조치를 해야 한다는 강박 관념이 생겼는지 열흘 뒤인 9월8일 해고 발표를 했다. 그런데 피츠버그 구단은 단장인 데이브 리틀필드만 경질하고 짐 트레이시 감독은 남겨 놓았다.

한국 야구의 시각으로는 감독을 남겨 놓고 단장부터 자르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피츠버그 구단의 최대 주주로 경영도 직접 하고 있던 밥 너팅 구단주가 이날 오후 당시 홈 구장 PNC 파크에서 가진 기자 회견에서 밝힌 이유가 주목할 만 했다.



밥 너팅은 "리틀필드 단장을 해고한 것에 대해 세세한 부분까지 들춰내며 설명하는 것은 팀을 떠나는 그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결국은 팀 성적, 즉 승패의 문제이다. 그 동안 팀에 긍정적인 부분과 희망적인 여건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올해도 전혀 발전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팀 성적의 책임을 일차적으로 감독이 아닌 단장에게 먼저 물은 것이다.

당시 메이저리그를 취재하면서 특이한 기사를 접하게 됐는데 아마도 현재까지 한국 프로야구에서는 한번도 기사화 되지 않고 있는 내용이다. 바로 단장 재임 기간 중의 팀 성적이었다.

2001년 7월13일 피츠버그의 단장을 맡은 데이브 리틀필드는 통산 435승 571패를 기록했다. 2003년 75승87패가 한 시즌 최고였으며 올해는 61승79패의 상태에서 해고됐다. 재임 기간 중 포스트시즌 진출은 커녕 승률 5할을 넘은 시즌이 단 한차례도 없다.


비교적 장수한 리틀필드 단장은 2008시즌까지 계약이 돼 있는 상태에서 경질됐으며 자신이 영입한 오랜 친구인 짐 트레이시 감독은 살아 남았다.

또 한가지 특이했던 것은 구단주가 직접 나서 책임 소재를 묻고 그에 대한 배경 설명을 했다는 것이다.

밥 너팅 구단주는 짐 트레이시 감독에 관해 "아직 그의 미래에 대해서 말하고 싶지 않다. 팀을 지휘하기 시작한지 2년 밖에 되지 않았다. 나는 메이저리그 감독으로서 그의 능력을 대단히 훌륭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짐 트레이시 감독은 2000년 11월 LA 다저스 감독으로 부임해 2005년 시즌 초반인 5월에 전격 경질될 때까지 박찬호와 최희섭을 통해 우리 팬들에게 친숙했다. 박찬호를 월드시리즈 7차전에 기용하고 싶은 투수라고 극찬을 했는데 좌타자 최희섭은 왼손 투수가 나올 때는 쓰지 않아 한국 팬들의 비난을 받았다.

그러나 결국 중요한 것은 팀 성적 부진의 책임을 구단에서 누가 지느냐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그런다고 해서 시즌 성적을 돌이킬 수는 없다.

밥 너팅 구단주는 시즌 종료를 얼마 남겨 놓지 않고 단장 경질을 결정한 이유를 설명했다. "내가 오늘 빨리 발표한 것은 능력있는 단장(GM)을 영입하는데 있어 다른 팀들과의 경쟁에 뒤지지 않고 앞서 나가기 위해서다. 새로운 단장이 내년 시즌을 준비하기 위해 필요한 시간을 가능하면 더 많이 줘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한화 구단도 밥 너팅 구단주의 주장대로라면 팀을 리빌딩 해 빠른 시일 내 경쟁력을 갖출 새 감독을 선택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가지게 됐다. 과연 어떤 지도자를 낙점할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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