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체인지업]한국야구에도 ‘ADD 환자’들이 있는가

머니투데이 장윤호 스타뉴스 대표 2012.08.04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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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 선수들이 중요한 경기에서 보여줘야 하는 긴장감과 집중력을 찾아 볼 수 없는 경기가 늘어나고 있다. 메이저리그처럼 한국 프로야구에도 ADD(주의력 결핍 장애 환자)에 대한 관리가 필요해지고 있는 것인가© 사진제공= OSEN↑ 프로 선수들이 중요한 경기에서 보여줘야 하는 긴장감과 집중력을 찾아 볼 수 없는 경기가 늘어나고 있다. 메이저리그처럼 한국 프로야구에도 ADD(주의력 결핍 장애 환자)에 대한 관리가 필요해지고 있는 것인가© 사진제공= OSEN


지난 7월29일 일요일 프로야구에서 LG와 SK가 문학구장에서 맞붙어 연장 12회 5-5 무승부를 기록했다. LG가 12안타에 5득점했고, SK는 10안타로 5점을 올렸다.

SK는 실책이 3개가 있었으며 양팀의 사사구는 합쳐서 9개였다. 5-2로 여유 있게 앞서던 SK는 8회 초 3점을 내주며 중요한 경기를 놓치고 말았다.



스코어나 기록을 보면 긴장감 넘치는 승부로 보이지만 이 경기를 현장에서 취재한 모 기자는 “도무지 프로야구인지 믿기 어려운 게임이었다”고 허탈해 했다. 열대야를 더 뜨겁게 달군 경기 내용이었던 것이다.

이날 LG의 김기태 감독은 용병 투수의 어이없는 폭투에 허탈한 웃음을 지었고, SK 이만수 감독은 투수의 악송구에 얼굴을 찌푸렸다. ‘4위권으로 치고 올라갈 기회가 한 번은 올 것으로 본다’는 7위 LG의 김기태 감독과 4위 권에서 하루하루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SK 이만수 감독의 속이 까맣게 타고 있는 것이 TV 중계 화면으로도 읽혀졌다.



필자도 이날 경기를 보며 문득 ‘이거 우리 한국 프로야구에도 주의력 결핍 장애 환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 아닌가?’하는 의문이 생겼다. 프로 선수들이 중요한 경기에서 보여줘야 하는 긴장감과 집중력을 도무지 찾아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주의력 결핍 장애(Attention Deficit Disorder)는 약자로 ‘ADD’라고 한다. 메이저리그에서 지난 2006년 당시 애틀랜타 1루수였던 아담 라로쉬가 자신이 ‘ADD 환자’라고 당당하게 커밍 아웃을 하면서 이슈가 됐다.

1루수였던 그는 야구를 시작한 후 아마도 수십만 번 이상 1루 땅볼 수비를 했을 것이 분명하다. 그런 라로쉬가 어느 날 경기에서 이상한 행동을 했다. 1루 땅볼을 잡은 그가 베이스로 뛰어가 터치해야 하는 것을 망각한 듯 천천히 걸어갔고 그 사이 타자 주자가 세이프 돼 관중의 야유가 터졌다.


감독과 코치, 동료들이 ‘왜 그랬느냐?’고 질문하자 아담 라로쉬는 고교 시절부터 ADD 증세가 있었다고 밝혔다. 그리고 구단과 상의해 ADD 처방약을 복용하기 시작했다. 프로 선수 생활을 이어 가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약의 도움을 받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ADD 치료약에는 금지 약물인 암페타민 성분이 포함돼 있다는 문제가 있었다. 당시 스테로이드 제재와 인간 성장 호르몬(HGH)은 메이저리그의 상징적인 타자인 배리 본즈에 이어 투수 로저 클레멘스까지 사용한 것이 밝혀져 미(美) 스포츠계 전반을 넘어 사회적 물의가 빚어졌다.

이에 메이저리그의 강력한 제재 정책이 펼쳐져 사실상 자취를 감춘 상태였다. 그 상황에서 아담 라로쉬 사건을 통해 선수들은 ‘ADD 환자’ 판정을 받으면 그 치료 약을 통해 경기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금지 약물 암페타민을 합법적으로 복용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충격적인 사실은 메이저리그가 밝힌 ADD 환자 실태였다. 2006년에는 ADD 환자 선수들의 수가 28명에 불과했던 것이 이듬 해인 2007년 103명으로 4배 가까이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너무 급격한 수치 상승이어서 ‘혹시 ADD 치료약이 필요 없는 가짜 환자들이 등장해 금지 약물인 암페타민 대신 복용하는 것 아닌가?’라는 의혹이 일었다.

2007시즌 메이저리그 등록 선수가 총 1,354명이었으니 그 중 거의 10%에 해당하는 103명이 ADD 환자라는 결론이었다. 이는 당시 미국의 올림픽 대표 등 아마 선수들로 ‘반도핑 기구’의 통제를 받는 약 1만 여명 가운데 겨우 27명만이 ADD 환자로 공식 인정 받고 있는 것과 극명한 대조를 보였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심각성을 파악한 듯 ADD 환자 심의 위원회를 신설했다. 선수 개인이 의사로부터 환자 판정과 처방약 복용을 허락 받았다고 해도 위원회의 최종 심의를 거쳐야 하도록 만들었다.

아직 한국 프로야구에 ADD 환자들에 대한 존재 보고나 관리 조직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ADD 치료약은 혈압과 심장 박동 수 증가, 초보 불안 등의 부작용이 있으나 집중력을 높여주는 효과가 있다.

현재 열기를 더해가고 있는 런던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 가운데도 ADD 환자로 인정 받아 합법적으로 치료약을 복용하고 있는 선수들도 있을 것이다.

국가대표 신아람은 여자 에페 준결승에서 독일의 브리타 하이데만과 맞붙어 승리를 1초 앞에 뒀다. 그런데 심판과 시간 계측원은 마치 자신들이 ‘ADD 환자’인 것 같은 판정을 해 신아람의 승리를 빼앗아 갔다.

물론 ‘ADD’도 질환이다. 당당하게 치료를 받을 권리가 있다. 그러나 ‘가짜 ADD 환자’들이나 환자가 아닌데 환자 같은 행동을 하는 ‘본헤드 플레이’도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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