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의 '전설'이자 명투수 조련사인 KIA 선동열 감독, 그의 고민중 하나는 홈런이다 © 사진제공= OSEN
선동열 감독이 한숨을 내 쉰 이유는 상대인 삼성의 홈런 타자들에 대한 부러움 때문만은 아니었다. 반대로 지난 해까지도 위력이 있었던 KIA의 장타력이 자신이 감독으로 부임한 첫해인 금년 주포들의 부상 악재가 겹쳤다고는 해도 지나치게 시들시들해진 까닭을 도무지 알 수 없어서 였다.
KIA는 이날까지 72경기에서 모두 21개의 팀 홈런에 그쳤다. 8개 구단 유일의 20대에 최하위다.
대조적으로 선동열 감독의 삼성 감독 재임 중이었던 2005~2010시즌까지 6년 동안 삼성은 단 한차례도 팀 홈런 부문에서 2위 안에 진입하지 못했다. 2008년 92홈런으로 3위를 한 것이 최고 성적이다. 그런데 선동열 감독이 1년 야인 생활을 거쳐 현장에 복귀한 첫해 KIA도 어떤 이유가 됐든 홈런 가뭄에 시달리고 있으니 우연이라고 하기에도 불가사의하다.
물론 팀에 거포들이 있어도 부상 중이면 어쩔 수 없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선동열 감독의 야구 스타일과 팀 홈런 부족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고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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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통산 팀 홈런 수에서 2011시즌까지 삼성이 3,577개(시즌 평균 119개)로 1위, 그리고 KIA(해태시절 포함)가 3,140개(시즌 평균 105개)로 2위라는 기록을 단순하게 고려해도 선동열 감독이 추구하는 야구와 홈런은 인연이 닿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선동열 감독의 야구는 누구나 인정하고 있는 바와 같이 ‘투수력을 바탕으로 한 관리 야구’이다. 목표 점수를 설정하고 리드를 잡으면 투수들을 투입해 지켜내는 야구를 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타자들은 적시타 위주의 타격을 하게 된다. 큰 스윙을 할 수 없다. 타자들은 무의식적으로 감독의 야구를 따라가고 닮아 간다. 선동열 감독이 원하는 팀은 불펜이 강하고 확실한 마무리 투수를 필요로 하고 있다. 그러한 투수들이 없으면 명 투수 조련사인 선동열 감독이 직접 키워낸다.
그러나 선동열 감독은 홈런 타자를 발굴하고 만들어내거나 팀 타격을 올리는 것, 그리고 타자들의 컨디션을 조절해주는 부분에 있어서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자신의 전문 분야가 아니기 때문이다.
한번쯤 다들 의문을 가져볼 만 하다. 만약 올해도 삼성의 사령탑이 선동열 감독이었다면 일본프로야구 지바 롯데, 요미우리, 오릭스를 거친 홈런타자 이승엽의 삼성 복귀가 과연 어떻게 됐을까? 선동열 감독의 야구에서 이승엽이 차지할 자리가 없었을 수도 있다.
타자를 키워내는 것 역시 감독의 안목과 기회를 주는 배려가 필요하다. 지난 1993년 볼티모어 캠든 야즈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올스타전에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배리 본즈는 자신이 전혀 상대해보지 않은 아메리칸리그 올스타 투수들이 던지는 공의 구질을 투수 손에서 공이 떨어지는 순간, 혹은 홈 플레이트에 도달하기 전에 정확하게 맞혀 보비 콕스 감독을 비롯한 선수들을 놀라게 했다.
그는 공을 놓는 순간 투수 그립이나 공의 회전을 보면 알 수 있다며 그것이 안 보이느냐고 되물었다. 투수와 포수간 거리 18.44m에 덕아웃까지 20m가 넘는데 이론적으로나 현실적으로 과연 볼 수 있을까 의심이 가도 정확히 예언하는데야 안 믿을 수도 없었다.
이승엽도 언젠가 출연한 TV 프로에서 움직이는 것을 포착하는데 있어 탁월한 능력을 보여준 바 있다.
어떤 감독도 코치도 선수도 모든 능력을 갖출 수 없다. 그래서 야구는 서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주고 조화를 이뤄야 이길 수 있는 팀 스포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