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스는 한마디로 프로야구계에 패자부활전을 제공하는 구단이다. 구단 홈페이지에는 빨간 글씨로 '열정에게 기회를' 이라는 큼지막한 문구가 밑줄까지 그어져있다. 선수는 제도권의 드래프트에서 지명을 받지 못했거나 기존 구단에서 임의탈퇴로 방출된 선수들 중에서 선발한다. 한마디로 '공포의 외인구단'이다.
서브프라임 위기에 뒤이어 최근 유로위기가 닥치면서 자본주의에 대한 근본적 질문이 던져지고 있다. 이에 따라 경영학에서 최근 대두된 화두가 '지속가능 경영'(sustainability)이다. 기업이 사회적, 환경적 책임 및 역할을 적극적으로 행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직 학문적으로 엄정한 정의나 방법론이 미숙한 측면이 있지만 최근 하버드 대학의 연구진이 주목할 만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1990년 이후 미국의 대표적인 180개 기업의 성과를 분석한 결과 지속가능성이 높은 기업이 낮은 기업에 비해 높은 장기성과를 보였다는 것이다.
부의 양극화 현상 및 중산층 붕괴 등 우리가 맞이하고 있는 현실이 다른 나라와 비교해 어떤가도 중요하지만 일반 국민들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는 가도 중요하다. 지속가능성에 있어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더불어 지금까지 기업이 '돈을 어떻게 벌 것인가'를 고민해 왔다면 이제는 '돈을 어떻게 쓸 것인가'도 고민해야 장기적으로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고양원더스는 신선한 모형이다. 물론 이는 기업이 아닌 허민 구단주의 개인적 기부 행위이지만 돈을 어떻게 쓸 것인지에 대해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자본주의 경쟁체제에서 뒤쳐진 이들에게 재기의 기회를 주어 다시 경쟁할 수 있도록 해 주었다. 단순히 재기의 기회를 준 것에 그치지 않고 그들의 실력을 제고시켜 앞선 주자들과 대등한 경쟁력을 갖추도록 해 주었다. 이를 위해 김성근 감독과 같은 최고의 조련자를 영입했다. 김감독 입장에서도 박봉의 연봉에 이를 수락해 야구 인생의 말년을 사회에 기부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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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원더스의 이희성 투수가 LG에 입단하면서 허의장이 김감독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는 많은 감동을 준다. '감사합니다. 감독님 덕분에 야구단 만든 보람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따뜻한 자본주의, 서로 나눌 수 있는 자본주의가 뭔지를 보여 준 두 사람에게 오히려 감사의 말씀 전하고 싶다. 마침 원더스의 성적 역시 5할대에 육박하면서 선전하고 있다. 고양원더스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