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체인지업]김연아, '문대성'을 통해 배워야할 점은…

머니투데이 장윤호 스타뉴스 대표 2012.07.07 10:05
글자크기
↑ 피겨여왕 김연아가 2일 오후 서울 태릉선수촌에서 열린 자신의 거취와 관련된 긴급 기자회견서 입장발표를 하고 있다. ⓒ 뉴스1코리아 이명근 기자<br>
↑ 피겨여왕 김연아가 2일 오후 서울 태릉선수촌에서 열린 자신의 거취와 관련된 긴급 기자회견서 입장발표를 하고 있다. ⓒ 뉴스1코리아 이명근 기자


지난 2일 스포츠계에서 두 가지 흥미로운 소식이 터져 나왔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대성 문(Daesun Moon)'이 오는 7월24일 (영국) 런던의 힐링던(Hillingdon) 보로(borough, 자치 도시를 말함) 지역의 올림픽 성화 봉송 주자로 나선다'는 것이 첫번째였다.

2012년 런던 올림픽 공식 홈페이지에 '대성 문'은 '태권도 월드 챔피언으로 2004년 아테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이다. 그리고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동안 IOC 선수위원회 위원으로 선출됐다'라고 소개돼 있었다. '대성 문'은 논문 표절이 확인되면서 새누리당을 탈당한 무소속 문대성 의원이다. 문의원은 IOC 선수위원 자격을 유지하고 있다.



이 발표에 비난이 빗발쳤다. 문대성의원이 올림픽 성화 봉송을 할 자격이 있는가를 비롯해 그가 한다면 국가 망신을 시키는 것이다 등이다.

의문을 가져 본다. 그렇다면 IOC와 런던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왜 그런 문제가 있다는 인물을 한국을 대표하는 올림픽 성화 봉송 3인(가수 겸 배우 이승기, 차범근 축구해설위원)에 포함시켰을까?



문대성 의원의 박사 논문 표절 의혹이 현실화 되고 결국 탈당까지 가게 됐을 때 많은 전문가들과 언론에서 'IOC가 선수위원 자격도 박탈할 것이 틀림없다'고 단정 지으며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인 문대성 의원의 언행을 국제 사회에 앞 다퉈 알렸다. 외국인들의 시각에서는 이를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물론 필자도 문대성 의원을 옹호하거나 변명해줄 뜻은 전혀 없다. 분명히 잘못된 행동이다. 그런데 9년 이상 미국에서 특파원 생활을 하면서 미국을 포함해 여러 국가들의 언론 보도 행태를 보았다.

가장 크게 느낀 특징 중의 하나가 자국 내에서 비난하고 잘못을 지적하며 강하게 질타해도 외국 언론이 이를 같이 비난하면 이에 대해서 만큼은 '우리 일이고 우리가 우리 국민을 문제 삼는 것인데 갑자기 너네가 왜 그러느냐'로 바뀐다.


제 자식 야단 칠 때 이웃 집 사람이 덩달아 나서면 기분 나빠서 도로 자식을 감싸는 것과 마찬가지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당시 흥미롭게 읽었던 기사가 생각났다. 베이징은 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황사를 비롯해 공해가 심각한 문제로 대두됐다.

이에 미국 언론에서 베이징의 공해가 너무 심각해 선수단의 건강에 대한 우려가 크다고 연일 대서특필하자 중국이 반발했다.

중국 정부와 베이징 시는 자국의 언론이 문제를 지적하는 것은 인정하면서도 갑자기 미국 언론이 시끄럽게 떠드니까 아주 불쾌하다는 것이었다. 오히려 미국 정부가 나서 미국 주요 언론들에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해 보도 자제를 요청했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출신인 당시 32세의 동아대 교수 문대성이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기간 중 한국인 사상 첫 IOC 선수위원에 도전에 나서 마침내 선출됐을 때 국민적 영웅으로 많은 박수를 받았다.

한국 스포츠 외교의 관점에서도 대단한 승리였다. IOC 선수 위원이 국제 스포츠계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영향력은 대단하다. 이번에 문대성 의원이 런던 올림픽 성화 봉송 주자로 선정된 것도 같은 배경이다.

그런데 박사 논문 표절을 한 문대성 의원의 성화 봉송이 우리 스스로 창피한 국가적 망신이 되고 말았다.

정작 영국이나 미국, 일본 등 주요 국가 언론에서는 별 관심이 없고 IOC나 런던 올림픽 조직위원회에서도 문제없이 성화봉송주자로 선정하고 공식 발표했다. 그렇다고 대한체육회 등이 나서서 문대성 의원의 선정을 취소해달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같은 날 오후 밴쿠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김연아가 '2014년 소치 올림픽까지 선수로 뛰겠다'며 'IOC 선수 위원이 되는 것이 새로운 목표'라고 밝혔다. 오욕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문대성 의원과 같은 길을 가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김연아는 문 의원을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한다. 아무리 돈을 많이 준다고 해도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일, 출연하지 말아야 하는 광고도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하고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며 모든 언행에 신중해야 할 것이다. 사소하게 생각하고 했던 일이 결정적 순간에 발목을 잡는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