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가구 급증의 그늘…곳곳 활개치는 '발바리'

머니투데이 오승주 기자 2012.06.29 07:00
글자크기

[오승주의 세상이야기]

'발바리'라는 단어가 범죄에 자주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초반부터로 기억된다. 주로 혼자 사는 여성을 노려 창문을 뜯거나 문을 열고 들어가 여성을 성폭행하고 달아나는 범인을 일컫는 표현이다.

국어 사전에서는 발바리에 대해 '몸이 작고 다리가 짧은 애완견을 통틀어 이르는 말. 성질이 온순하고 모양이 예쁘다.'고 정의하고 있다. 하지만 '범죄의 세계'에서 발바리는 온순하고 모양이 예쁜 애완견이 아니라 발빠르게 돌아다니는 혼자 사는 여성을 상대로 한 연쇄 성폭행범으로 고착됐다.



일각에서는 강아지 '발바리'에서 어원이 유래된 것이 아니라, '바리바리' 돌아다닌다고 이같은 단어가 사용된 것으로 추측키도 한다.

'발바리 이야기를 꺼낸 것은 '나홀로족'과 1인가구가 증가하면서 이들을 노린 범죄도 기승을 부리기 때문이다. 특히 홀로 사는 여성이 늘어나면서 이를 겨냥한 범죄가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경기지방경찰청은 지난 14일 군포와 시흥, 안산, 안양 일대에서 22차례나 상습적으로 성폭행을 저지른 이모씨(40)를 검거했다. 이씨는 다세대 주택 저층에 혼자 사는 여성을 표적으로 창문을 뜯거나 문을 열고 들어가 성폭행하고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씨는 '서남부 발바리'로 불렸다. 2003년부터 9년 동안 경기 서남부 일대를 돌아다니며 연쇄 성폭행을 저질렀다.



이씨 뿐 아니라 발바리는 곳곳에서 활개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전남 광주에서 중학생을 포함, 여성들을 잇따라 성폭행한 30대 발바리가 경찰에 붙잡혔다. 발바리 진모씨(40)는 검거 1년 전인 지난해 6월3일 새벽 4시30분쯤 광주시 동구 산수동 한 주택에 침입, 잠자고 있던 14세 여중생을 성폭행한 혐의를 받는 등 수차례에 걸쳐 여성들을 성폭행한 혐의를 받았다.

본격적으로 발바리가 세상에 각인된 것은 2007년. '원조 발바리'로 불리던 당시 46세의 이모씨가 대전 지역에서 7년여 간 100여명의 부녀자를 상대로 성폭행 행각을 벌여 경찰에 검거되면서부터다.

이같은 점을 감안하면 해마다 여성 '나홀로족' 증가가 두드러지면서 경찰의 예방활동이 강조되고 있다. 28일 통계청에 따르면 여성 1인 가구는 1995년 93만2000가구에서 2010년 221만8000가구로 138%(128만 가구) 증가했다. 2년 전에 이미 여성 독신 200만 가구 시대를 연 셈이다. 서울시가 최근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여성 1인 가구 정책 수립을 위해 실시한 실태 조사(25∼49세 여성 1인 가구 570명 대상)에서 나홀로 사는 여성들은 '살기 어려운 점'으로 주거 불안정(81%)과 성폭력 등 범죄 불안감(77%)을 들었다. 발바리 등 성폭행범에 대한 우려가 '나홀로 사는 여성'의 골칫거리인 셈이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혼자 사는 여성의 증가에 맞춰 경찰의 치안 활동도 적극적으로 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신의 몸을 지키는 일차적인 책임은 스스로에게 있지만, 날로 늘어가는 '나홀로 여성'에 대한 치안 활동도 세밀하게 이뤄질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치안당국이 관내에서 여성이 혼자 사는 밀집 지역 등을 상세히 파악하고 순찰을 강화하는 등 지금보다 적극적인 범죄예방 활동을 펼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범죄 발생시 연락체계를 구축해 재빨리 대응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