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벨 이 기사는 06월19일(11:30) 자본시장 미디어 '머니투데이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하이마트 (9,630원 ▲130 +1.37%) 인수를 위해 롯데와 신세계 (166,300원 ▼900 -0.54%), SK네트웍스 (5,050원 ▼140 -2.70%), MBK파트너스 등 최종 4곳의 후보는 어느 정도의 가격을 베팅할 수 있을까. 시장가격을 기준으로 하고 통상 경영권 지분에 붙은 프리미엄을 20~50% 사이라고 가정하면 예상 인수금 범위는 1조1000억~1조4000억 원으로 짐작해볼 수 있다.
현재의 주가 밴드는 지난 2월 24일 검찰의 선 전 회장 일가에 대한 비리혐의 수사가 시작되면서 만들어졌다. 주가는 검찰 조사가 시작되자 예상치 못한 충격만큼이나 갑작스럽게 급전직하했다. 지난 2월 27일 하한가를 기록한데 이어 이튿날에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되었고 당일 종가기준 5만7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후 이 주식은 6만 원을 기준으로 등락을 거듭했지만 경영진의 도덕성 문제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종전 가격밴드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상장 이후 하이마트의 장래를 희망적으로 여겼던 기관투자가들이 상당부분 이탈하면서 단기적으로 상향 가능성이 사라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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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한 흥미로운 사실을 이번 인수전의 유력 후보인 롯데의 행보에서 엿볼 수 있다. 롯데는 지난 4월 말에서 5월 초 사이 하이마트 매각 측에 주당 7만 원 아래의 구속력 있는 사적협상 제안을 내놓았다. 하이마트 매각이 검찰 조사로 무기한 중단되자 그 틈을 노려 배타적 협상권 획득을 노린 것이다.
M&A 전략에 노련한 롯데는 당시 상황이 선 전 회장과 H&Q AP에 상당히 불리했기 때문에 매각 측이 불확실성을 제거하기 위해 협상에 응할 것이라 판단했다고 볼 수 있다. 실제 이전까지 조성됐던 경쟁구도가 검찰 조사로 인해 잠재 후보들의 이탈로 깨진 것이나 마찬가지였던 상황이라 이 제안은 가격만 뒷받침됐다면 호응을 얻을 수도 있었다. 롯데의 전략은 유진의 강력한 반대로 거부되긴 했지만 유력 인수 후보가 최근 하이마트의 경영권 지분 가치를 최대 주당 7만 원(65.25%, 1조782억 원) 정도로 여겼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롯데가 제안했던 가격을 거부한 매각 측은 상황을 수습하고 지난 5월 중순 입찰 거래절차를 재개했다. 매각 측은 롯데의 제안 가격 이상을 충분히 받을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 결단은 의외의 호재를 맞는다. 인수전에 국내 재계 3위 그룹을 등에 업은 SK네트웍스라는 대어가 등장한 것이다.
SK네트웍스가 등장하면서 경쟁구도가 다시 조성된 사실로 미루어보면 롯데의 주당 7만 원 인수제안은 이번 거래의 시장 기준 최저가로 상정해볼 수 있다. 이를 기점으로 정보파악에 나선 나머지 3곳의 후보가 얼마나 프리미엄을 쳐줄 수 있느냐의 게임이 오는 20일 본 입찰에서 펼쳐지는 것이다.
하지만 매각 측의 희망가를 무시할 수 없다. 인수 후보들의 제안이 매각 기대가격에 현저히 못 미칠 경우 거래 자체가 무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관건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유진은 이번 매각을 통해 그동안 져왔던 차입금 부담을 덜어야 하고, 매각 지분 6.01%를 보유한 사모펀드(PEF) NH할로윈 제1호도 손익분기점을 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번 매각의 세 주체가 거래를 결정하면서 맺은 최소 매각가 만족의 문제가 거론된다.
최근 계산으로 유진의 손익분기점은 주당 7만3000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NH할로윈 펀드는 매입가를 고려해 주당 8만1400원 이상의 가격을 원하고 있다. 매각 세 주체가 맺은 최소 매각가는 주당 8만2000(65.25%, 1조2630억 원)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종합하면 이번 승부는 매매호가 차이인 주당 7만 원에서 8만2000원 사이의 괴리를 메우고 여기에 어떤 후보가 종전 하이마트의 가치에 근접하는 가격을 써낼 수 있는가에 모아진다. 매각 측은 주당 9만 원 초반 이상의 가격이 제안되면 이를 반대 없이 즉시 수용하는 주주 간 계약 합의를 해둔 것으로 확인됐다. 만약 이를 반대해 매각이 무산될 경우 1000억 원 이상의 위약금을 내고 모든 책임을 지게 미리 약속해둔 상황이라 한 곳이 거부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주당 8만2000원과 9만 원(65.25%, 약 1조4000억 원) 사이가 이른바 슈팅 프라이스로 여겨지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