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체인지업]프로야구 10구단 ‘표대결’의 숨은 위험성

머니투데이 장윤호 스타뉴스 대표 2012.06.16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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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한 것이 있다. 넥슨(NEXON)이 NC 소프트의 지분 14.7%를 8,045억원에 사들여 최대주주가 되면서 NC 소프트를 사실상 인수 합병할 때 NC 소프트가 소유한 프로야구 제 9구단 NC 다이노스는 과연 어떤 가치를 인정 받았을까.

넥슨이 롯데 자이언츠를 공식 후원하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NC 소프트가 현재 퓨처스리그에 참가 중인 NC 다이노스를 창단했다는 것도 장점이 됐을 것 같다. 공교롭게도 NC 다이노스의 1군 진입 시기를 놓고 논란이 벌어지다가 지난 5월 이사회에서 2013년으로 최종 확정 되고 한 달 후 넥슨이 NC 소프트의 지분을 인수했다.



물론 억지를 쓰는 추측이지만 온라인(Online)이 아닌 오프라인(Offline)에서 한국 최강 인기 게임인 프로야구 구단이 가진 ‘의미’를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만약 그게 아니라면 왜 수원과 전북 전주시 연합이 10구단 유치를 경쟁하고 창단하기를 원하는 유력 기업들이 나서 있겠는가.

↑ 프로야구 제9구단인 NC 다이노스의 창원시 마산구장이다. 100억원을 들여 새 단장해 산뜻한 느낌을 주고 있다. '거침없이 가자'는 슬로건이 눈길을 끈다. 지난 3일에는 제66회 황금사자기 대회 겸 주말리그 전기 왕중왕전 결승전(우승 북일고)이 열려 많은 아마야구 팬들이 마산구장을 찾았다. ⓒ 머니투데이↑ 프로야구 제9구단인 NC 다이노스의 창원시 마산구장이다. 100억원을 들여 새 단장해 산뜻한 느낌을 주고 있다. '거침없이 가자'는 슬로건이 눈길을 끈다. 지난 3일에는 제66회 황금사자기 대회 겸 주말리그 전기 왕중왕전 결승전(우승 북일고)이 열려 많은 아마야구 팬들이 마산구장을 찾았다. ⓒ 머니투데이


한국야구위원회(KBO)는 19일 오전 임시이사회를 개최해 제10구단 창단 문제를 최종 결정하겠다고 공표했다. 이미 모든 청사진이 그려져 있고 여러 문제에 대한 해결책과 대안이 준비돼 있음을 밝혔다. 그러나 안타까운 점이 있다. 프로야구 구단들이 여전히 드러내고 있는 혼란(confusion)이다.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여전히 10구단 창단에 대해 반대하는 구단들이 있다. 그러다 보니 최악의 경우 ‘표 대결’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그런데 표 대결은 다수결의 원칙으로 민주주의적이기는 해도 독과점이 인정되는 프로리그에서는 바람직 하지 않은 결정 방식이다. 10구단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상황에서 프로야구 구단들이 ‘미래’를 위해 ‘만장일치’로 한 목소리를 내야 만 10구단 체제를 조기에 안정 시킬 수 있다는 점을 반드시 인식해야 한다.

현재의 야구 저변에서 치밀한 대책 없이 무작정 10구단 체제로 가는 것은 위험하다. 그리고 이 사실을 KBO와 기존 구단들이 모두 잘 안다. 그래서 반대하는 구단들이 있는 것이고, 그 반대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것 역시 프로리그가 홀수 구단으로 운영되는 파행이 장기화되면 결국 공멸하게 된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냉혹한 구조 조정 전문가로 잘 알려진 프란스 반 하우튼, 필립스(Philips) 회장은 ‘나와 내가 구성한 이사진은 필립스의 미래에 대해 같은 비전을 공유하고 한 목소리(single message)를 낸다’고 밝혔다.

필립스는 휴대폰 시장에서 몰락하고 있는 핀란드의 노키아(Nokia)에 비유되면서 ‘네덜란드의 노키아’로 추락한 전자회사이다. 필립스 역시 혁신에 실패하고 장기 침체에 빠져 하우튼 회장에게 재건 작업의 지휘를 맡기고 있다.

프로야구 9구단의 창단에 이어 10구단으로 가는 과정을 보면 가장 중요한 프로야구의 미래에 대한 비전이 빠져 있고, 그 비전을 공유하지 못하면서 구단 이사회에서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무작정, 혹은 무조건 9구단, 10구단이 돼야 한다는 분위기에 휩쓸려 가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된다. 그럼에도 프로야구가 가야 할 방향이 정해지면 실행에 들어가야 하고, 결정하면 움직여야 한다. 더 이상의 논쟁과 혼란은 리그 발전의 적(敵)이 될 수 있다. 그 중심에 KBO가 확고하게 자리 잡고 비전을 제시하며 혁신에 속도를 내야 한다.

미국의 프로풋볼(NFL)은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프로스포츠 리그로 소속된 32개 구단의 총 자산가치가 약 38조원에 달한다. 한 개 구단 평균 가치가 1조1,700억원이며 지난 해 90억 달러(약 10조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NFL에는 ‘흔들림 없는 리더십’이 존재한다. 1960년부터 올해까지 52년 동안 커미셔너가 겨우 세 명 뿐이었다. 2006년부터 현재의 로저 굿델 커미셔너가 이끌고 있다. 로저 굿델 커미셔너는 리그의 현상을 근원까지 파악하고 유연하며 혁신적이다. 1982년 NFL에 인턴으로 입사해 30년간 일하고 있는 전문가로 역대 가장 강력한 리더십을 보이며 ‘정직한 리그’를 만들고 있다.

통일이 되지 않는 한 프로야구는 10구단으로 만원이 된다. 11구단은 없다. 700만 관중 시대를 여는 기회가 와서 10구단이 탄생하게 되는데 기회는 곧 위기를 가져 온다.

10구단 시대에 프로야구의 가치를 극대화하고 리그의 품질을 혁신하기 위해서 ‘흔들림 없는 리더십’과 구성원들의 한 목소리가 필요하다. 10구단 창단 여부가 표 대결로 가서는 절대로 안 되는 이유이다.



장윤호는...
서울 중앙고등학교 시절 고교야구의 전성기를 구경했으나 그 때만 해도 인생의 절반을 야구와 함께 할 줄 몰랐다. 1987년 일간스포츠에 입사해 롯데와 태평양 취재를 시작으로 야구와의 동거가 직업이자 일상이 됐다. 한국프로야구 일본프로야구 취재를 거쳐 1997~2002년까지 6년 동안 미국특파원으로 박찬호의 활약과 메이저리그를 현장에서 취재하고 귀국한 후 일간스포츠 체육부장, 야구부장, 편집국장을 지냈다. 2003년 MBC ESPN에서 메이저리그 해설을 했고 2006년 봄 다시 미국으로 떠나 3년 동안 미 프로스포츠를 심층 취재하고 2009년 돌아왔다. 현재 국내 최고의 엔터테인먼트미디어 '스타뉴스(Starnews)' 대표, 대한야구협회 홍보이사, 야구발전연구원이사, 야구발전실행위원회 위원 등을 맡고 있다. 2006년 3월 '야구의 기술과 훈련(BASEBALL Skills & Drills)'을 번역 정리해 한국야구 100주년 특별 기획으로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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