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도 금융사관학교 있어야…"

머니투데이 박종진 기자 2012.05.31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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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금융강국코리아]<2>글로벌 금융인력 양성은? "한국의 로버트 루빈을 키우자"

편집자주 금융에서는 왜 세계 1등이 없을까. 머니투데이는 이같은 문제의식을 갖고 국내 금융사의 해외진출에 초점을 맞춰 전략과 방안을 모색하는 '금융강국코리아' 기획을 마련했습니다. 머니투데이는 금융의 경쟁력을 높여 강한 한국으로 키우자는 '금융강국코리아' 기획을 2003년부터 해왔습니다. 머니투데이는 직접 해외 금융현장을 누비며 현지의 눈으로 보고 방안을 모색하려 합니다. 특히 올해는 금융산업의 핵심인 '인재양성'의 현 주소와 과제를 집중적으로 살피고자 합니다.

강의실 둥근 탁자에 마주보고 앉은 한 무리의 남녀가 장난감 놀이를 하고 있다. 또 다른 한 쪽에서는 격렬한 토론도 오간다. 최고급 특급호텔 수준의 식사가 제공되는 식당에서도 자유로운 논의는 끊이지 않는다. 세계 최고 기업 제너럴일렉트릭(GE)의 인재 사관학교인 존 F. 웰치 리더십 개발센터, 이른바 '크로톤빌'의 일반적 풍경이다.

1956년 세워진 GE의 크로톤빌은 기업 최초의 현대적 인재양성 기관으로 꼽힌다. 끊임없는 창조적 혁신이 이곳에서 탄생해 거대기업 GE의 경쟁력을 뒷받침했다. GE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직원 교육 예산을 줄이지 않고 연간 10억 달러 이상을 투입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은 지난 2002년 크로톤빌에서 외부 기업인으로서는 처음으로 고위 리더십 과정에 참여해 화제를 낳기도 했다.



오늘날 인적자원이 기업 경쟁력의 핵심으로 부각되면서 수많은 기업들이 인재 양성 프로그램에 투자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2000년대 들어서만 1800여개가 넘는 기업들이 별도의 인재양성 전문조직을 설치했다. 특히 전문 인력이 경쟁력의 근간인 금융 산업에서 인재 양성 시스템은 그 중요성이 날로 더하고 있다.

◇금융사관학교 골드만삭스, 일반직원과 경영진 각각 특화 교육



먼저 골드만삭스는 인재양성 전담조직 골드만삭스대학(Goldman Sachs University)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원래 도제식 육성방식을 선호했지만 조직규모가 커지면서 전문조직을 꾸렸다. 골드만삭스 대학은 일반 직원을 대상으로 지식경영, 경력개발, 컴퓨터 네트워크를 이용한 전자교육(e-러닝) 프로그램 등을 제공한다.

또 경영진을 대상으로는 '파인스트리트아카데미'를 별도로 설치했다. 리더십과 액션러닝 프로그램(팀별 과제 학습교육)으로 경영 노하우를 배운다.

알리안츠도 골드만삭스처럼 경영진과 일반직원을 분리해 교육하고 있다. 경영진에게는 본사에서 리더십개발 프로그램 등을 제공하고 지사에서는 직무 전문역량 프로그램을 실시한다. 일반 직원은 이와 별도로 러닝 센터에서 세일즈와 언더라이팅(보험계약의 인수여부를 판단하는 심사업무) 등 핵심 전략업무를 집중적으로 교육받는다.


UBS는 매년 이사회와 최고 경영진들이 비전과 전략을 논의하는 '연례전략포럼'을 개최하고 하위 임원들은 이를 바탕으로 구체적 전략 이슈를 논하는 '시니어 리더십컨퍼런스'를 열어 지식을 공유한다. 도이치방크 역시 핵심 인재를 선발해 액션러닝 프로그램을 집중 이수케 하고 홍콩상하이은행(HSBC)은 초급, 중간, 고급관리자로 각각 나눠 단계별 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한다.
↑ 글로벌 대형 금융사들의 로고.↑ 글로벌 대형 금융사들의 로고.


◇"한국의 로버트 루빈 나오려면 금융 인재 양성에 주력해야"

이 같은 글로벌 금융사들의 인재육성 프로그램은 걸출한 인물들을 배출해왔다. 경우에 따라 해당 금융사의 경영을 넘어 국가 전체의 경제를 이끄는 핵심적 역할을 맡기도 한다.

골드만삭스 출신의 로버트 루빈이 대표적이다. 루빈은 예일대 로스쿨을 졸업한 후 지난 1966년 골드만삭스의 리스크 아비트리지 부서에 입사했다. 이후 골드만삭스의 부회장과 최고운영책임자(COO)를 거쳐 1990~1992년 회장을 지냈다.

루빈은 워싱턴 정계에 진출해 클린턴 정부에서 대통령 경제정책보좌관으로 활동하다 나중에 재무장관에 올랐다. 당시 최장기 호황을 이끌어 내며 미국 역사상 가장 유능한 재무장관이라는 찬사를 받기도 했다.

또 다른 글로벌 금융인재로는 제이미 디몬 JP모건체이스 회장을 들 수 있다. 디몬은 하버드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후 동료들과 달리 경험을 쌓기 위해 급여는 작지만 많은 일을 배울 수 있는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에 입사했다. 샌퍼드 웨일과 함께 씨티그룹을 창설하기도 했으며 2005년부터는 JP모건체이스 회장을 맡고 있다. 타임지 선정 세계 100대 영향력 있는 인물에 선정되기도 했다.

한국계 금융인재들도 맹활약하고 있다. 존 킴(한국명 김용우) 뉴욕생명자산운용 최고경영자(CEO)는 7살 때 미국으로 넘어간 이민 1.5세대다. 미시간대를 나와 코네티컷대에서 경영학석사(MBA)를 땄다. 28년간 자산운용 부문에서 일하며 미국 최대 건강보험사 에트나 계열의 자산운용사 CEO를 거쳐 시그나(CIGNA)의 퇴직연금부문 사장, 프루덴셜리타이어먼트 CEO 등을 역임했다.

권경혁 써미트투자자문 대표이사도 정통 월가 주류 금융인 출신이다. 지난 1989년 메릴린치 증권에 입사해 메릴린치 리스크관리 COO를 역임했다. 지난 2008년 삼성증권 리스크관리 전무이사로 취임하면서 한국으로 돌아왔다.

물론 글로벌 금융사들은 자체 교육 프로그램 이전에 채용단계에서부터 금융 관련 자격증과 학위를 갖춘 우수한 인재를 뽑는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우리나라 대학 교육이 금융전문가를 길러낼 수 있도록 변화해야한다"고 지적했다.

당장은 우리 금융사들이 현재 실정에 맞는 인재양성 프로그램에 투자하는 게 급하다. 민병현 금융감독원 금융중심지지원 부센터장은 "제도권 교육에서 고급 금융 인력을 길러내지 못하면 금융사 자체의 교육 시스템이라도 시급히 갖춰야 한다"며 "50년, 100년 이상 된 외국 대형 금융사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톡톡 튀는 역발상과 풍부한 창의성을 갖춘 금융 인재 육성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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