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전문점 열려다…감리비 1000만원 '경악'

머니위크 이정흔 기자 2012.05.16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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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프랜차이즈업계 '과다 감리비' 논란

지난해 퇴직 후 창업을 준비 중인 50대 후반의 박모씨. 치킨전문점을 창업하는 그는 최근 본격적인 인테리어 작업에 들어갔다. 4억원 가까운 돈을 투자해 겨우 창업을 시작했는데 본격적인 인테리어 공사를 앞두고 프랜차이즈 본사 측과 충돌이 일어났다.

투자비용을 조금이나마 아낄 요량으로 박씨는 오랫동안 외식업을 운영해 온 친구를 통해 전문 인테리어업자를 소개받았다. 덕분에 공사 자재비 등을 아끼며 프랜차이즈 본사에서 처음 제시한 금액에 비해 상당한 비용을 줄일 수 있었다. 그러나 본사 측에서 인테리어 감리비를 따로 요구했다. 박씨는 “굳이 지인을 통해 인테리어 비용을 조금이라도 아껴보려던 것이 소용 없어졌다”며 “감리비는 본사에서 부르는 대로 값을 쳐줄 수 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오히려 투자 비용이 늘었다”고 울상을 지었다.



프랜차이즈업체가 매장점주에게 떠넘기는 과다한 인테리어 비용이 문제점으로 부각되면서 공정거래위원회가 칼을 빼들었다. 앞으로는 본사에서 인테리어 리뉴얼 비용의 일부를 부담하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프랜차이즈업체들이 감리비 등을 통해 가맹점주에게 인테리어 비용을 떠넘기며 폭리를 취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사진 류승희기자

◆천차만별 감리비 '부르는 게 값'



감리비란 일종의 ‘인테리어 공사 감독 비용’라고 볼 수 있다. 프랜차이즈업체에서는 가맹점들의 통일성이 가장 중요하다. 가맹점 벽면에 브랜드 로고 하나를 부착하는 데 있어서도 통일성 유지를 위해서는 디자인의 고유 외형뿐 아니라 간격 등 세세한 부분까지 조정이 필요하다.

따라서 업계에서도 감리비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인정을 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한 인테리어업계 관계자는 “프랜차이즈 본사의 인테리어 설계에 대한 무형자산을 인정해 주기 위한 방편으로 필요한 부분이 감리비”라며 “프랜차이즈 본사가 가맹점의 인테리어를 감독하는 권한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가 되는 것일까. 취재 결과 프랜차이즈업체마다 감리비는 천차만별. 치킨프랜차이즈 B업체의 경우 감리비는 3.3㎡(1평)당 35만원이다. 반면 H 커피브랜드는 규모에 관계없이 기본 1000만원을 불렀다. 심지어 같은 업종 내에서도 제과프랜차이즈 P브랜드의 경우엔 기본 설계비만 300만원, t브랜드는 설계비와 감독비용을 모두 감안해 500만원으로 제각각이다.


프랜차이즈업체에 감리비 산출의 정확한 항목과 근거를 요청했으나 이에 대해 구체적인 답변을 준 곳은 한곳도 없었다. B업체 관계자는 “감리비는 회사에서 그렇게 정한 것이다”고 답했다. P업체 관계자는 “감리비에는 인테리어 공사 당시 감독 비용뿐 아니라 이후 관리 비용까지 포함되는 것이다”며 “가맹점 운영 중 인테리어 수리가 필요할 때에도 본사가 관리를 도와주기 때문에 거둬놓는 비용”이라고 설명했다.


사진 머니투데이DB

◆프리미엄 카페형 매장 "감리비만 1500만원 더 내라"

따라서 본사가 일방적으로 정한 가격체계에 따라 감리비를 지불해야 하는 가맹점주 입장에서는 “본사가 이를 통해 폭리를 취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익명을 요구한 한 가맹점주는 “프랜차이즈 본사에서 인테리어 공사 비용을 통해 폭리를 취한다는 비판이 높아지면서 지금은 많은 프랜차이즈업체들이 정보공개서에 가맹점주가 원할 경우 직접 인테리어업체와 계약을 통해 공사를 진행할 수 있다고 명기해 놓은 곳이 늘었다”면서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인테리어 비용 외에 감리비를 따로 지불해야 한다는 얘기를 들은 후 어느 가맹점주가 본사에서 소개하는 곳 외의 인테리어 업체를 이용하겠냐”고 꼬집었다. 실제로 프랜차이즈업체들 중에는 정보공개서에 명목상으로만 감리비를 책정해 놓은 곳도 적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현재 인테리어업계의 관례에 따르면 통상 감리비는 3.3㎡(1평)당 10만~15만원선. 어림잡아 33㎡(10평) 이하 규모에서 200만원 안팎에 거래가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에 비해 현재 업체들이 요구하는 감리비는 이를 훨씬 웃도는 액수다. 예를 들어 3.3㎡(1평)당 35만원으로 계산할 경우 가맹점의 규모에 따라 40평이 넘어서는 매장의 경우 1500만원 감리비는 지나치다는 지적이다.

인테리어업계 관계자는 “디자인이라는 무형자산에 대한 가치는 소유권을 가진 업체 측에서 부여하는 것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가 표준 가격이라고 정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면서도 “하지만 지나치게 높은 감리비를 제시하는 것은 본사가 인테리어 마진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읽힐 수 있다”고 꼬집었다.

그도 그럴 것이 감리비의 상당 부분은 인건비 명목이라고 볼 수 있다. 이 관계자는 “본사의 인테리어 설계에 따라 공사 진행을 돕기 위해 본사가 인테리어 전문가를 파견하는 비용이나 마찬가지다”며 “40평 인테리어 공사를 감리하는 데 인건비가 1000만원이 넘어서는 것은 납득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고 의견을 밝혔다.

이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정보 공개서에 감리비를 정확히 기재하고, 이를 프랜차이즈 가맹점주가 인지한 상태에서 계약했다면 문제될 것이 없다”며 “감리비가 많다고 여겨지면 그 업체와 계약을 진행하지 않으면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프랜차이즈 본사가 가맹점주에게 무리한 감리비를 요구하더라도 이를 제재할 수 있는 방법이 현재로선 없다. 익명을 요구한 모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는 “본사와 비교해 가맹점주는 약자일 수밖에 없다”며 “업체마다 천차만별인 감리비의 산출 근거를 비롯해 필요한 정보를 가맹점주가 알아서 챙겨야 한다는 얘기인데, 이를 개인적인 책임으로만 맡겨두는 것 자체가 무리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김갑용 이타창업연구소장은 “최근 들어 프랜차이즈시장이 포화 단계에 들어서며 창업자들에게 프리미엄 카페형 창업을 유도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매장 규모가 커질수록 향후 감리비가 더욱 문제 될 수 있다”며 "최소한 가맹점주가 납득할 만한 가격의 적정선이나 기준점을 마련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3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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