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피다, 마이크론 손에…'3강 체제' or '승자 저주'

머니투데이 강경래 기자 2012.05.06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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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본입찰 불참 후 마이크론 사실상 인수…'승자의 저주' 주목

"D램 업계 3강 구축일까? 승자의 저주일까?"

세계 4위 D램 메모리반도체 제조사 미국 마이크론이 파산보호신청 후 인수합병(M&A) 매물로 나온 업계 3위 일본 엘피다의 새 주인이 될 전망이다.

일단 마이크론이 D램 업계 2위인 SK하이닉스 (178,000원 ▼1,600 -0.89%)의 강력한 경쟁자로 떠오르면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함께 '빅3' 체제를 형성할 전망이다.
하지만 이미 D램 분야에서 경쟁력을 잃은 엘피다 인수 부담으로 인해 마이크론에 이른바 '승자의 저주'가 나타날 것이라는 예상도 만만찮다.



◇마이크론, 엘피다 사실상 인수= 교도통신과 니혼게이자이, NHK 등 일본 언론들은 엘피다가 사실상 마이크론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고 6일 보도했다. 엘피다는 이날 경영진 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중국 호니캐피탈과 미국 TPG캐피탈 컨소시엄도 본입찰에 참여했으나, 엘피다는 반도체시장에서의 시너지효과 등을 감안해 마이크론을 낙점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력한 인수 후보로 거론됐던 SK하이닉스는 지난 4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사회에서 2시간 여 동안 격론 끝에 인수에 불참키로 결정했다.



마이크론은 엘피다가 파산신청을 하기 전에 제시했던 1500억엔보다 많은 약 2000억엔(약 2조8233억원)으로 엘피다 인수에 나서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크론은 엘피다 히로시마 공장 등 주요 생산 거점 및 직원 고용을 유지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이로써 수년 간 경영난이 이어진 엘피다의 회생 과제를 마이크론이 떠안게 될 전망이다. 일본 정부는 2009년 엘피다에 구제금융을 지원하는 등 경영정상화를 위해 힘썼지만, 경영난이 악화된 엘피다는 올해 2월 결국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엘피다는 지난해 4분기까지 5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갔으며 부채는 4480억엔(약 6조3242억원) 규모다.

엘피다가 외국계 기업에 넘어가면서 D램 시장에서 마지막으로 남았던 일본 기업까지 사라지게 됐다. 1999년 NEC와 히타치는 'NEC 히타치 메모리'를 합작 설립했고 이듬해 4월 회사명을 '희망'을 뜻하는 '엘피다'로 바꾼 바 있다.


◇마이크론 '승자의 저주'로 SK하이닉스에 '득'=국내 업계 및 증권가에서는 마이크론의 엘피다 인수가 향후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세철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위원은 "마이크론이 엘피다를 인수할 경우, 단기적으로 D램 시장점유율이 20%대로 올라서면서 SK하이닉스를 위협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세회로 공정기술 등을 감안할 때 D램 시장은 단순히 '1+1=2'가 되는 구조가 아니므로 중장기적으로는 마이크론의 재무리스크 확대로 승자의 저주가 내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마이크론이 엘피다를 인수할 경우, 점유율 합산으로 보면 D램 업계에서 SK하이닉스와 맞먹는 수준이 된다. 대만 온라인반도체거래사이트인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으로 마이크론(12.1%)과 엘피다(12.0%)를 합친 점유율은 24.1%로 SK하이닉스(23.3%)를 조금 앞선다.

하지만 여전히 40나노급 이상 제조공정에 머물러있는 마이크론과 엘피다의 통합된 수치를 이미 30나노급 이하 공정으로 주력을 전환한 SK하이닉스와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는 것이 업계 정설이다.

D램을 30나노급 공정으로 생산할 경우, 40나노급 제품보다 50% 이상 생산성이 증가하고 또 그만큼 가격경쟁력이 앞서기 때문이다. 게다가 마이크론이 인수조건으로 내건 고용승계도 엘피다의 회생에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 기업회생을 위해서는 양사의 합병과 그 과정에서 중복되는 인력에 대한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며 이를 통해 인건비 부담을 줄이면서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데, 중복인력의 감원 등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시너지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서원석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은 "SK하이닉스가 단독으로 엘피다를 인수했을 경우, 엘피다 경영 정상화를 위한 추가 투자 및 일본 현지 생산거점 운용 등 부담 때문에 부정적일 것으로 봤다"며 "마이크론이 인수하더라도 엘피다 생산차질로 인한 D램 공급조정은 불가피하므로 SK하이닉스의 수익성 회복에 도움을 줄 것이며 재무적 리스크도 사라지므로 SK하이닉스에 여러 모로 긍정적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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