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익 내세운 아르헨 '국유화'..자국 기업 잡겠네!

머니투데이 홍혜영 기자 2012.04.18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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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PF 국유화 조치로, 아르헨 재벌 에스케나지 가문 디폴트 직면

아르헨티나 정부가 국익을 명분으로 스페인 회사가 주인이던 석유기업 YPF의 국영화를 선언했지만, 정작 이번 조치로 아르헨티나의 유력 재벌 가문이 파산에 내몰리는 '아이러니'가 발생했다.

아르헨티나 정부의 갑작스러운 YPF 국유화 조치에 스페인 등 국제사회의 비난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아르헨티나 내부에서도 야당을 중심으로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아르헨티나의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지난 16일(현지시간) 국무회의에서 YPF 지분 51%를 정부가 인수하는 법안을 의회로 보내기로 결정했다.

YPF은 스페인 에너지기업 렙솔이 57.4%의 지분을 보유한 최대 주주이고, 아르헨티나의 유력 재벌인 에스케나지 가문의 피터슨 그룹(Petersen Group)이 25%, 나머지 17% 가량을 기관투자자들이 갖고 있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렙솔로부터 51%의 지분을 인수하겠다는 입장이다.



국익 내세운 아르헨 '국유화'..자국 기업 잡겠네!


아르헨티나 정부는 렙솔이 YPF를 인수한 뒤 투자를 게을리 하고 원유 생산량을 줄여, 원유를 수입하는데 막대한 돈을 쓰고 있다며 YPF의 국유화를 정당화했다. 아울러 국유화 이후에는 YPF의 배당금 전액을 재투자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블룸버그통신은 18일 아르헨티나의 억만장자 가문인 에스케나지(Eskenazi) 일가가 자국 정부의 YPF 국유화 조치로 파산에 처했다고 전했다.

대규모 채무를 갖고 있는 피터슨 그룹은 지금까지 채무 상환시 YPF 배당금에 크게 의존해 왔지만, 아르헨티나 정부가 공언대로 YPF 배당금을 전액 재투자에 사용하면, 피터슨 그룹으로선 채무 상환 자금 마련이 어렵게 된다는 설명이다.


특히 피터슨 그룹의 채무는 20억달러를 크게 웃돈다. 우선 렙솔로부터 YPF 지분 25%를 인수는 과정에서 렙솔에 15억5000만 유로(약 19억 달러)의 빚을 졌고, 씨티그룹 등 은행권에서도 6억8000만달러를 빌렸다.

전날 페르난데스 아르헨 대통령은 YPF 지분 51%를 정부가 인수하는 법안을 의회로 보내기로 했다면서 "지난해 YPF의 순이익은 올해 배당으로 쓰이지 않고 재투자될 것"이라고 밝혔다.

알렉산더 마리 BNP파리바 애널리스트는 "아르헨테나 정부가 YPF의 배당금을 깎을 것이 분명한 만큼 피터슨 그룹은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 에 놓일 것"이라며 "90% 이하의 배당일 경우 디폴트를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르헨티나의 많은 국민은 YPF 국유화 소식을 반겼지만, 야당을 중심으로 반발도 적지 않다.

아르헨티나 야당은 정부의 결정이 "미친 짓"이라며 국제고립만 자초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부 야당 의원은 "페르난데스 대통령이 우리와 스페인의 교역과 상호존중, 연대의 역사를 무너뜨렸다"고 비난했다.

마우리시오 마크리 부에노스아이레스시장은 "이번 결정은 우리에게 수십억 페소의 부채를 안겨 줄 것이며 전 세계로부터 아르헨티나를 멀어지게 만들 것"이라며 "우리 모두는 이에 대한 대가를 지불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외적으로도 아르헨티나 국유화 조치에 반발이 거세다.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는 멕시코 방문 중 아르헨티나의 YPF 국유화 소식을 접하고 "매우 불쾌하다"며 "어떤 정당성이나 경제적 이유도 없는 결정"이라며 불편한 심정을 감추지 않았다.

펠리페 칼데론 멕시코 대통령도 국유화가 "유감스럽다"며 "자신들의 투자를 빼앗는 국가에 누구도 투자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제 마누엘 바호주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도 아르헨티나의 결정에 대해 "매우 실망스럽다"고 밝히며 아르헨티나 정부가 국제적 의무와 공약을 지킬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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