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출신의 한 여기자가 10여년에 걸쳐 피폭 당한 100명을 인터뷰해서 쓴 '체르노빌의 목소리'란 증언집이 있다. 인구 1000만 명의 작은 나라 벨라루스에서 일어나고 있는 참상의 기록이다. 벨라루스에는 핵발전소가 없었다. 하지만 이웃지역인 까닭에 1986년 체르노빌 핵발전소 사고 후 국토의 23%가 방사능에 오염됐다.
러시아 환경단체의 통계에 따르면 체르노빌 사건으로 인한 사망자는 약 150만 명이라고 한다.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벨라루스에서는 계속되는 저준위 방사선의 영향으로 각종 암과 지적장애, 신경정신 질환을 유발하는 유전자 돌연변이의 발생률이 해마다 늘고 있다.
일본 정부가 밝히고 있는 핵연료 제거 및 폐로 시간만 40년, 비용만 15조 원에 이른다. 그 시간 안에 후쿠시마 핵사고가 모두 정리될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일본 핵발전소 사고의 영향은 우리나라에까지 이르렀다. 방사능에 오염된 일본산 먹을거리는 우리 아이들과 시민의 건강한 밥상을 위협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게 만들었다.
후쿠시마 핵사고를 성찰하며 세계가 ‘핵 없는 세상’으로 나아가고 있는 지금, 한국 정부는 신규 원전을 추가로 확정하고, 현재 21기의 원전을 2030년까지 59기로 늘리겠다는 핵 발전 확대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과연 핵 발전이 없으면 우리는 살아갈 수 없을까? 우리의 미래를 정하는 건 국가일 수밖에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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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작은 마을 토트네스는 국가가 해법을 제시하기 전에 마을이, 공동체가 먼저 움직였다. 석유나 원자력에 의존하지 않고 에너지를 덜 사용하는 마을로 시스템을 전환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지역에서 자생적으로 먹을거리와 에너지를 생산하기 시작하면서 이 마을은 석유, 원자력에 의존하지 않는 시스템을 구축해 가고 있다.
일본 시민도 달라졌다. 겨울 한파로 최고 전력수요를 기록한 한국과 달리, 일본은 3기의 원전만을 가동하면서 겨울을 보냈다. 오는 5월이면 현재 가동 중인 2개의 원전을 포함하여 모든 원전 가동을 멈출 예정이다. 고강도의 에너지 수요 관리, 지방자치단체의 원전 재가동 반대, 국민의 에너지 절약 실천이 이러한 결과를 만들었다.
이전에도 에너지 효율이 세계에서 가장 높았던 일본이지만 에너지 사용량을 더 줄이는 데 성공했다. 에너지 효율이 훨씬 떨어지는 한국은 에너지절감 잠재량이 매우 높다. 그만큼 핵 없는 한국도 가능하다. 우리의 삶과 미래를 지키는 일은 시민이 나서야 한다. 핵 없는 평화로운 세상을 위한 시민한마당이 3월 10일 오후 서울 시청 광장과 부산역 광장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도쿄, 후쿠시마 등 전 세계 시민들이 공동 행동하는 날이다. 우리의 미래 세대가 마음 놓고 사랑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드는 건 우리 몫이다.
후쿠시마의 해바라기,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