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악재 불가피"=한국거래소는 5일 긴급회의를 열고 ㈜한화에 대한 주식거래 정지를 해제하기로 결정했다.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으로도 지정하지 않기로 했다. 지난주 금요일 밤 초유의 거래정지 결정, 일요일 거래재개 결론의 소동이 일단락된 셈이다.
김준섭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이번 사안이 워낙 큰 이슈여서 상장폐지는 모면했지만 이 자체만으로 단기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며 "한화그룹주가 전반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총선·대선 코앞인데…"=일부 전문가는 한화 외에 SK, LG, 두산 등 다른 지주사 전반에 대한 투자심리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이 가운데 SK C&C, SK텔레콤, SK가스 등 SK그룹주는 최태원 회장의 횡령·배임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공시와 관련해 지난 3일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됐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올해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 등 정치권의 '대기업 때리기'가 강화되는 와중에 이 소동이 벌어져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없지않겠냐"며 "추가 악재가 이어지면 지주사 전반에 대한 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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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압박에 대기업그룹 스스로 실적 줄이기에 들어갔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최근 기업들의 지난해 4분기 실적발표를 보면 예상치를 밑돈 경우가 많다"며 "실적부진의 원인으로 충당금 등 일시적 비용 증가 등을 꼽는데 바꿔 말하면 그만큼 회계처리를 보수적으로 한다는 얘기"라고 귀띔했다.
반면 지주사 '옥석가리기'를 통해 지주사주 강세장이 지속될 것이라는 예상도 여전하다. 올 들어 SK가 25.6% 오른 것을 비롯해 LG(22.9%) 한화(17.0%) 두산(14.7%) 등이 줄줄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8.0%)을 훌쩍 웃도는 성적이다.
최근 증시가 외국인 중심의 유동성 장세로 상승세를 보인 덕도 있지만 핵심 자회사들이 선전한 영향이 컸다. LG의 경우 LG전자, LG유플러스 등의 실적이 크게 개선되면서 주가가 탄력을 받았다.
◇그룹주 펀드 영향받나=한화그룹주 펀드 투자자들은 일단 거래소의 결정에 가슴을 쓸어내렸다. 다만 수익률에 미칠 영향은 좀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한화그룹주에 집중 투자하는 '한화그룹목표배당형 증권투자신탁'의 수익률이 주목 대상이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이 펀드는 한화케미칼과 한화의 편입비가 13.02%, 11.84%(2011년 11월 기준)에 달한다.
이밖에 대한생명, 한화손해보험, 한화증권 등 한화계열 주식·채권·CP(기업어음) 등에 50% 이상 투자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펀드의 1년 수익률은 -11.61%로 좋지 않지만 1개월과 3개월 수익률은 각각 5.41%, 0.38%로 개선되고 있다.
한화그룹주 펀드가 '오너리스크'에 흔들린 것은 처음이 아니다. 2010년 9월 한화그룹이 비자금 조성 의혹으로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았는데 한화자산운용에서 그룹주 펀드가 나온 지 겨우 열흘 만이었다. 이 펀드는 '새내기 펀드'답지 않게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