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계열사 '지네발 확장?'...속내를 보면

머니투데이 산업부 기자 2012.02.06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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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기업때리기 결국 국민이 피해 ③]

선거의 해를 맞아 정치권의 '재벌 때리기'가 강도를 더하고 있다.
공격의 대표적인 근거 가운데 하나가 '계열사 증가'이다. 경쟁력 강화하라고 출자총액제한제도를 폐지했더니 우후죽순처럼 계열사를 늘려 '문어발'도 아닌 '지네발'식 확장에 나섰다는 것이다.
대기업들은 내놓고 반발은 못하지만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신성장 동력과 기존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계열사 증가사례가 주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머니투데이가 2009년 3월 출총제 폐지이후 공정거래위원회 상호출자 제한기업집단에 포함된 계열회사 변동 현황을 전수조사 해봤다.
기업수가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정치권이나 시민사회 단체 일부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전체가 '탐욕스러운' 확장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10대 그룹 계열사 24% 늘었지만....성장동력·기존사업 주류

30대 그룹의 상호출자제한 계열사는 지난 2009년 4월1일 953개사에 1153개(중복사 3개 포함 1156개사)로 21% 늘어났다. 특히 총수가 있는 재계 10대 그룹인 삼성, 현대차, SK, LG, 롯데, 현대중공업, GS, 한진, 한화, 두산 등은 계열사수가 469개에서 581개(중복사 2개사 포함 총 583개)로 23.9% 늘었다. 송도랜드마크시티가 삼성과 현대차의 계열사, 살데비다코리아가 LG와 GS의 계열사로 각각 중복 계산돼 있다.
외형상 대기업의 계열사가 늘어났다는 것은 명확하다.
에스비리모티브, 에스엔폴, 에스코어, 오픈핸즈, 이엑스이씨엔티, 지이에스, 에스엠피, 에스티엠 같은 '아리송한 이름'을 가진 기업들을 문어발처럼 설립해 중소기업의 먹거리를 뺐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이다.



속내를 보면, 에스비리모티브는 자동차용 2차전지 회사로 삼성이 신성장동력 사업을 위해 독일의 보쉬와 합작해 설립한 기업이다. 에스엠피, 에스티엠 등도 외국 유수기업과 합작해 설립한 화학 및 소재 회사다. 중소기업과 관련이 없을 뿐더러 외자를 유치하고, 첨단 기술을 들여오는 미래 먹거리를 위한 투자에 해당한다는게 업계의 판단이다.

출총제 폐지 후 2년 10개월간 설립된 삼성의 22개 계열사 중 16개는 바이오, LED, 첨단소재, 소프트웨어 등 신성장동력 사업이다. 또 휴먼티에스(에스원 보안사업) 등 6개사는 기존 사업을 확장한 사업체다. 기존 사업을 확장한 기업 가운데 보나비(커피숍 아티제 운영)는 최근 동네빵집 논란에 휩싸이자 매각작업에 나섰다.

현대중공업도 8개의 계열사가 늘어나 22개사가 됐지만 태백풍력발전과 현대아반시스 등 성장동력으로 선포한 신재생에너지 사업인 태양광과 풍력발전에 5개 회사를 추가했고, 현대중공업 소유였던 현대종합상사와 현대오일뱅크를 인수해 계열사에 편입시킨 정도다.


◇현대차 LG, 인수합병 영향 커

현대차그룹은 같은 기간 41개 계열사에서 55개 계열사로 14개가 늘었다.
이 기간 중 현대차는 현대오토넷을 현대모비스에 합병하고, 아이아를 매각해 2개 계열사가 줄었고 현대건설 등 16개사가 늘어 14개사가 순증했다. 역시 '문어발'처럼 보이지만, 현대건설인재개발원, 현대도시개발, 현대에너지, 현대엔지니어링 등 현대건설에 딸려 있는 건설 관련 계열사 13개가 한꺼번에 편입되면서 계열사 숫자만 크게 늘었다.
현대건설 효과를 제외하면 현대차는 파워트레인 자회사인 위아마그나트레인 등 자동차 관련 3개사가 증가한데 그친다.

LG는 52개사에서 63개사로 늘었다. 이 기간 LG 그룹 내에서 12개 회사의 이름이 사라지고, 23개 회사가 LG 그룹 아래 편입됐다.
LG는 기업의 인수 합병 과정에서 LG텔레콤, LG데이콤, LG파워콤은 LG유플러스로 하나로 통합됐고, LG화학은 LG하우시스와 그 합작사 및 계열사로 쪼개졌다. 엘지토스템비엠 ,하우시스이엔지, 하우시스인터페인 등 4개사로 분열했다.

기존 사업확장을 위해 LG생활건강이 더페이스샵과 일본 화장품 보브를 인수했고, 미래성장동력인 수처리 사업과 IT 사업계열사가 대폭 늘었다.

◇지자체 공동 개발사업으로 늘어난 한화

한화그룹은 2009년 44개였던 계열사가 현재 53개로 9개 늘었다. 이 기간 신설법인은 19곳이었고 사명변경이나 계열사합병 등으로 사라진 곳이 10곳이었다.

신규 계열사는 대부분 지방자치단체들과 공동으로 지역개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특수목적법인이었다. 이런 계열사는 이름에 해당지역 명칭이 붙어있다. 경기화성바이오밸리, 김해테크노밸리, 여수씨월드, 일산씨월드, 경주엔바이로 등 총 5곳이다. 이들 회사의 지주회사로 한화도시개발이 있다.

이 밖에 늘어난 법인은 농업법인 그린투모로우(청정에너지 개발), 한화케미칼오버시즈홀딩스(해외자회사 지분관리), 휴먼파워(전산 시스템 통합관리), 한화솔라에너지(태양광), 이글스에너지(기계장비, 기자재), 씨스페이시스(식품·편의점사업), 에스엔에스에이스(시설관리), 태경화성(화공약품 운송), 휴먼파워(시스템통합) 등이다.

한진그룹은 33개에서 45개로 12곳 순증했다. 신규 계열사는 그룹의 주력인 항공, 해운, 물류 등과 연관된 계열사가 대부분이었다. 한운상사(창고·운송)를 비롯해 부산글로벌물류센터, 한진신항만로지스틱스, 한진해운광양터미널, 한진울산신항운영, 서울복합물류자산관리 등 8개 기업이 이와 관련된 것이었다.

GS는 64개사에서 73개사로 9개사가 순증했고, 이 기간 중 계열에서 제외된 기업이 10개사, 새로 편입된 기업은 19개사다.
지에스바이오, 지에스텍, 지에스에너지, 지에스그린텍 등 환경 에너지와 옥산오창고속도로 등 건설 관련 등 그룹 핵심 사업관련 계열사가 주로 증가했다.

◇두산, 금호, 대한전선은 오히려 줄었다=두산은 오히려 계열사가 26개에서 24개로 감소했다. 해당기간 동안 5개의 계열사가 사라지고 3개의 계열사가 신규로 편입됐다.

두산은 기존 계열사를 주력계열사에 시너지를 내도록 흡수합병하거나 쪼개는 작업에 더 치중했다. 사라진 계열사 중 두산메카텍은 두산중공업으로 편입됐고 동현엔지니어링도 두산모터스에 합병됐다.

성장엔진을 단 기업들과 기업내실을 다지는 차원의 기업들은 반대양상을 보였다. 30대 그룹에 포함돼 있던 대한전선은 32개 계열사에서 24개로 줄면서 30대 그룹에서 빠졌고, 재계 11위인 금호아시아나도 48개 계열사가 절반인 24개로 줄었다. 기업 구조조정의 결과다.

◇논란 기업들 정리 수순...외국제품 수입업체 등 여전히 눈총

롯데 계열사 중에서는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외손녀 장선윤씨가 운영하는 블리스가 프랑스 베이커리 전문점 '포숑' 사업을 진행하다가 최근 논란에 사업철수를 결정했고, 삼성의 아티제와 현대차의 사내 빵집도 철수했다. MRO 논란에 삼성은 아이마켓코리아를 매각하기도 했다.

한진의 경우 2009년4월 설립된 한진지티앤에스는 사무용품·기기 공급업체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자녀인 조현아 대한항공 전무, 조원태 전무·조현민 상무 등이 지분 75%를 갖고 있다. 이 회사는 최근 논란에 따라 청산키로 했다.

여전히 논란의 중심에 있는 기업들도 없지 않다.
롯데의 일본 화장품 SK-II 가두점 사업을 하고 있는 에스앤에스인터내셔날, 한진의 통합커뮤니케이션(UC)호스팅 서비스 업체인 유니컨버스, 수입차 사업을 하는 GS의 피엘에스 등이 오너 자녀들의 지분이나 사치품 수입 등 정서적 논란에 휩싸여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일부 국민 정서에 맞지 않는 사업들이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 기업들이 미래 먹거리를 찾기 위해 기업 규모를 넓혔는데도 전체를 매도하고 있다"며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미래 먹거리를 위한 투자까지 비난하는 분위기 때문에 아무 것도 못하고 그냥 있다가는 10년 후 한국 기업의 미래는 없다는 지적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대기업의 계열사 확대가 중소기업 영역을 침범해 피해를 입히는 지 아닌지 실체를 조사 중이다"며 "이달 중순이나 말에 조사가 완료되면 발표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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