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세계 각지에서 석유 30만배럴 생산한다"

머니투데이 정진우 기자 2012.01.27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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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강영원 한국석유공사 사장, 2012년 'GREAT KNOC 3020' 달성의 해

'4.2% → 5.7% → 9% → 10.8% → 14% → ?

숫자를 채워 넣는 퍼즐이 아니다. 일정한 규칙이 있는 것도 아니다. 마지막 물음표엔 어떤 숫자가 들어갈지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이 물음표 자리에 꼭 20%를 넣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다. 아니 꼭 그렇게 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라고 표현하는 게 맞다.

강영원(62세) 한국석유공사 사장이 그 주인공. 위에 열거한 수치는 2007년부터 매년 석유공사가 달성한 석유·가스 자주개발률이다. 자주개발률이란 외국의 자본과 기술에 의해 채굴된 자원을 수입하지 않고 자국이 직접 탐사와 채굴, 운송하는 등 안정적으로 자원을 확보할 수 있는 비율을 의미한다.



물음표 자리는 석유공사의 올해 목표다. 강 사장이 올해 꼭 달성하겠다고 한 자주개발률이 20%인 것이다. 26일 강 사장을 만나 "이게 정말 가능 하냐"고 물었다. 강 사장은 주저하지 않고 "자신 있다"고 답했다.

"매일 세계 각지에서 석유 30만배럴 생산한다"


그는 "석유공사는 정부 방침에 따라 대형화를 추진하고 있다. 석유자원의 안정적 확보를 위해 석유 자원의 존재 유망성이 뛰어난 핵심 전략지역을 중심으로 석유개발 사업을 공격적으로 추진 중"이라며 "올해 말까지 석유생산 자원을 인수하고 탐사작업을 벌여 꼭 목표를 달성 할 것이다. 나아가 2030년까지 40%로 끌어올릴 장기 프로젝트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강 사장의 전략이 궁금했다. 그가 강조한 건 △기존 생산 광구의 생산량 증산 △개발 광구의 조기 생산 단계 전환 △유망 자산 매입 등이다. 이 같은 계획을 차근차근 이뤄 가면,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래도 2년 새 10%포인트(p) 가까이 늘리는 건 어렵지 않냐고 재차 묻자 그는 "석유공사에서 4년을 보냈다. 공사에 처음 왔을 때 짧은 임기 동안 '대형화를 해낼 수 있을까'라는 불안감이 많았다"면서도 "아무리 어려운 업무라도 시간이 지나면 노하우도 생기고, 자신감도 생기기 마련이다. 그동안 해온 성과를 바탕으로 더욱 박차를 가하면 계획을 달성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석유공사는 지난해 페트로캐나다 영국법인(PCUK, 영국), 헌트(Hunt, 미국), 알티우스(Altius, 카자흐스탄) 등 기업과 석유 생산 광구를 인수했다. 또 비전통 생산 자산인 미국 아나다코(Anadarko) 셰일오일을 확보했다. 올해엔 아랍에미리트(UAE) 미개발 3개 광구 확보 등 다양한 생산 자산 인수를 준비 중이다. 특히 UAE 사업은 곧 계약 체결이 이뤄질 전망이다.


공사는 아울러 인수 기업들이 보유한 핵심 기술과 글로벌 기술연구센터를 활용한 고급기술 인력확보, 시추기술역량 강화 등 탐사 성공률을 높이면 올해 대형화 계획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할 것으로 내다봤다.

강 사장은 지난 2008년 8월 석유공사 사장으로 취임했다. 'GREAT KNOC 3020'(2012년까지 매장량 20억 배럴, 하루 30만 배럴 확보)란 비전을 제시하면서 3년 임기를 채웠다. 그리고 2011년 8월 연임됐다. 그동안 하베스트(Harvest, 캐나다), 다나(Dana, 영국)와 같이 세계적인 석유 회사를 인수하는 등 성과를 인정받은 것이다.

그는 올해도 이런 성과를 이어가기 위해 새해벽두부터 해외로 나갔다. 강 사장은 "1월 초에 일본을 다녀왔다. 일본 국영 석유회사 사장을 만나 석유산업 전반의 이슈와 협력 사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며 "일본의 경우 우리 공사 대형화와 매우 유사한 대형화 목표를 갖고 있어 유기적인 협력 채널을 구축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다음 달엔 중국을 다녀올 계획인데, 최근 불안정한 이란정세와 유럽 경제위기, 남북관계 등을 고려해 한·중·일 3국의 긴밀한 협력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강 사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지난해 글로벌 영업이익(해외 사업 포함)이 10억 달러를 넘어섰다고 했다. 2010년에 7억 달러였던 영업이익을 1년 동안 3억 달러 늘린 것이다. 비결은 민간기업 수준의 파격적인 성과보상 시스템이었다. 또 2008년 이후 인수한 기업을 중심으로 핵심 거점별 지역 본부제를 도입했다. 3개 지역본부(아시아, 미주본부, 유럽·아프리카)별 책임 경영제를 시행, 공기업에선 보기 힘든 조직간 경쟁구조를 만들어 사업 추진 실행력을 높였다.

강 사장은 "조직 내부에서 목표 달성 가능성에 대한 부담이 많았지만, 경영시스템을 바꿔 민간 기업처럼 성과에 대한 보상을 확실히 했더니 좋은 결과가 나왔다"며 "회사 조직 문화를 도전적인 분위기로 바꿔 전사적인 역량을 결집 시켰다"고 강조했다.

공사를 4년간 이끌어온 강 사장에게도 아쉬운 점이 있었다. 해외에서 자원 개발을 열심히 하고 있지만, 정작 국민 평가가 좋지 않아서다. 특히 삐딱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많은 게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매일 세계 각지에서 석유 30만배럴 생산한다"
강 사장은 "해외 메이저 업체들도 탐사 성공률이 최대 30%에 불과하다. 또 탐사에 성공하더라도 개발 단계를 거쳐 본격적인 생산에 이르려면 최소 5∼6년이 걸리기 때문에 단기간에 자원개발 성과를 가시화하는데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들이 볼 땐 자원개발이 생소해 오해가 많이 생긴다. 더구나 정부가 자꾸 뭔가 부풀리는 거 같이 생각하고 있어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래도 우리는 국가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묵묵히 노력하고 있다. 국민들도 많이 격려해 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올해 경제가 너무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유럽 재정위기로 촉발된 불안한 상황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고, 최근 이란 핵개발 사태로 중동지역의 군사적 긴장감도 고조되고 있어서다. "공사 대형화 목표 달성 여건이 좋지 않을 것 같다"란 기자의 걱정에 강 사장은 자신감으로 응수했다.

"올해는 지난 2008년부터 추진해 온 공사의 대형화 작업을 완성하는 해다. 핵심 거점을 중심으로 유망 자산을 적극 매입해 새로운 석유 매장지역을 확보함으로써 하루 30만 배럴 생산이란 목표를 달성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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