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가 멋진 이유

최철규 휴먼솔루션그룹 대표 2012.01.25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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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청계광장

작년 최고의 드라마를 꼽으라면 나는 주저 없이 <뿌리 깊은 나무>를 꼽는다. 드라마 속의 이도(세종대왕)로부터 리더십의 정수를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세종이 신하들에게 스스로 '밀본'(세종의 반대세력)임을 밝히라고 제안하는 장면이다. 세종은 말한다. “밀본도 나도 결국은 백성을 위한 정치를 추구한다. 다만 방법이 다를 뿐이다. 밀본을 붕당으로 인정할 테니 공개적으로 정치활동을 하라!”

어떤가? 리더로서 멋지지 않은가? 자신과 정치적 신념(사대부 중심 정치제도)이 다른 반대파와 함께 국가를 운영하겠다는 그의 생각이…. 세종은 어떻게 이런 '큰 그릇'을 갖게 됐을까? 아마도 그의 마음속에는 '존이구동(尊異求同)'이라는 철학이 깔려 있었을 것이다.



‘존이구동’이란 뭔가. 이는 갈등상황에서 서로 차이는 인정하되, 공통점을 찾아 함께 해결책을 만들어 가자는 철학이다. 세종과 밀본은 서로 국정운영 방식에 대한 생각이 다르다(存異). 하지만 세종은 제안한다. 백성을 위한 정책을 '함께' 고민하자고(求同).

이 같은 철학은 미국에서도 통했다. 미국의 대표적 사회 갈등인 낙태 문제가 '존이구동'을 통해 해결의 실마리를 얻었다. 폭력사태가 발생할 정도로 살벌하게 대립하고 있던 낙태 허용론자와 금지론자. 낙태를 허용하는 측은 여성의 선택권을 강조했다. 낙태 반대측은 태아의 생명권을 주장했다.



팽팽히 맞선 두 진영은 공통점을 발견했다. 바로 '인간(여성과 태아)의 존엄성과 행복에 대한 존중'이었다. 이를 깨달은 두 진영은 낙태 예방운동을 함께 했다. 성교육과 피임도구 보급을 시작했다. 그리고 입양 장려 캠페인, 미혼모 자녀 지원사업도 힘을 모았다. 낙태 찬성과 반대라는 각자의 신념을 유지하면서도 반목이 아닌 공생의 길을 찾아냈다.

'리더는 그릇이 커야 한다'는 명제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모든 리더십 학자들이 언급하는 얘기다. 결국 리더가 가진 '마음의 크기'만큼 회사의 크기도, 그 회사가 사회로부터 받는 존경의 크기도 결정될 확률이 높다.

수많은 경영자들을 만나 강의와 컨설팅을 진행하다 보면 많은 리더들이 부하에 대해 불만을 토로한다. '이 친구(부하)들은 생각 자체(가치관)가 틀려 먹었다'고. '열심히 일해서 나처럼 성공할 생각은 하지 않고, 어떻게 하면 재미있게 지낼까만 고민한다'고.'저 친구는 저런 생각 때문에 안 되고, 이 친구는 이런 생각 때문에 안 되고….'


하지만 진짜 리더는 사람의 가치가 모두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인다. 그리고 그 바탕 위에서 함께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를 모색한다. 그것이 바로 리더의 포용력, 즉 '그릇'이다.

2012년은 정치의 해다. 총선과 대선이 기다리고 있다. 얼마나 많은 정치, 사회, 세대, 지역갈등이 폭발할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서로가 서로에게 '말이 통하지 않는다'며 비난하고 손가락질 할까?

역사를 돌이켜 봤을 때 항상 그 시대가 요구하는 '시대정신'이 있었다. '불통(不通)'과 '분열(分裂)'의 시대일수록 '존이구동'의 철학이 필요하다. 그래서 우리는 드라마 속의 이도에게 이렇게 열광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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