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벨]12.7 부동산대책, '정치적 자충수'인가

더벨 이승우 기자 2011.12.20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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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note]

더벨|이 기사는 12월15일(07:30) 자본시장 미디어 '머니투데이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통합'이라는 이상에 근본 지향점을 두고 있는 '정치'가 이해 관계가 명확히 갈리는 '경제'를 수단으로 사용하곤 한다. 그래서 시장 메커니즘이 유일한, 그리고 최선의 기준인 것처럼 보이는 자본주의에서도 정치적 이해관계가 시장에 투영되기 마련이다.



우리나라 역시 '정경유착'이라는 말이 낯익은 것처럼 정치와 경제가 한 몸이었다. 민주 정부가 들어서면서 부정부패의 연결 고리는 상당 부분 끊어졌다. 하지만 정치를 통한 경제 장악, 반대로 정권 유지를 위한 경제 왜곡은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인 듯 하다.

지난 7일 정부가 발표한 '부동산대책'에 대해 경제 전문가들은 다소 당황했다. 다시 아파트가격 상승을 유도하는 쪽의 대책이 골자였기 때문이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세를 폐지하고 강남 3구 투기과열지구를 해제하는 등 지난 정권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해 도입된 핵심 정책들을 폐기했다.



특히 주목되는 부분은 주택 수요를 늘리기 위한 금융 완화 대책. 올해 말 한시적으로 끝나는 국민주택기금의 생애 최초 주택구입자금 대출을 내년까지 추가 연장하고 금리도 4.7%에서 4.2%로 0.5%포인트 낮췄다. 연봉 기준 등 자격 요견을 낮춰 지원 대상을 확대하기도 했다. 주택 수요를 늘려 아파트 가격 하락을 막겠다는 속셈이다.

그런데 연말 가계 빚이 900조에 이를 전망이라고 한다. 신용카드 사태에 이은 가계와 개인 부실 가능성에 거시 정책 당국도 초긴장 상태다. 이 와중에 '금리를 낮춰 줄테니 돈을 빌려 집을 사라고 부추기는 게 맞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부동산 버블 붕괴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시점에 다시 가계에 레버리지를 일으켜 아파트 가격을 안정시키려는 게 너무 위험스러워 보인다는 것이다.

이 대책으로 부동산 가격이 상승 쪽으로 돌아설 것이라는 기대도 찾아보기 힘들다. 이미 집을 보유한 개인들 사이에서는 '부동산 가격 하락이 대세로 잡히고 있는데 정부가 손절매의 마지막 기회를 줬다'며 매도 타이밍을 저울질하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마저 돈다. 아파트 '폭탄 돌리기'의 기회로 생각하고 있는 셈이다.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기를 그 누구보다 바라는 건설업계에서 마저 뒷 이야기가 무성하다. 레임덕을 의식한, 혹은 여당의 정권 유지를 위한 자충수라는 것. 최근 정치권에서는 부동산 가격이 정권 창출 혹은 유지의 핵심 변수라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라고 한다. 또 친박계 혹은 야당에서는 향후 정권을 놓쳐도, 잡아도 문제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온다. 다음 정권이 이번 정권의 부동산 정책 뒤치다꺼리를 해야한다는 우려가 깔린 비아냥이다.

정치가 경제에 개입한다는 것을 부정할 수도, 그리고 부인할 수도 없다. 정치력에 근간한 이익 추구도 공공연한 사실이다. 실세의 뒷배로 누가 그 딜(Deal)을 싹쓸이 했다더라, 혹은 그 자리의 수장에 앉았더라는 식의 개별 이익에 한정된 문제라면 그나마 다행이다. 결국에는 누군가 가져가야할 이익이어서 제로 섬(Zero-Sum)의 관점에서 보면 별반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별 정권의 정치적 도구가 국가 거시정책으로까지 확대될 경우, 예측 불가능한 파급효과를 낳을 수 있다. 그 대상이 무제한적이고 무차별적이기 때문이다. 그 기간 역시 측정할 수 없을 정도로, 아니 되돌릴 수 없을 정도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지난 2000년대 초반 정책적으로 국민의 레버리지를 높여 후폭풍에 시달렸던 카드사태는 충분한 교훈이 될 만하다. 12.7 대책. 부동산이 두려웠다면 올리려는 것보다 추가로 하락하면 어떻게 대처할지에 대한 대비가 나왔어야 했다. 경제를 주무르는 정치에 양심을 기대했던 것은 무리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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