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체제' 붕괴 이후 당이 '박근혜 체제'로 급속히 재편되고 있지만, 박 전 대표는 가타부타 입장을 내놓지 않고 친박(친박근혜)계 측근들을 통해서만 그의 의중이 간간히 전달되고 있다.
한나라당은 13일 이틀째 의원총회를 열어 박 전 대표에게 당 운영의 전권을 갖는 비상대책위원장을 맡기는 것으로 가닥을 모았다.
하지만 김성식, 정태근 등 쇄신파 의원들이 이에 반발해 "비대위 구성은 재창당을 전제로 해야 한다"며 끝내 탈당을 결행하자 한나라당은 다시한번 격랑 속으로 휩쓸리고 있다.
두 의원의 탈당이 쇄신파 의원들의 '탈당 도미노'로 이어진다면, 이른바 '박세일 신당'으로 대표되는 보수 진영의 신당 창당 움직임에 더해여권발(發) 정계개편까지 가능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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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6 서울시장 보궐참패에서 '디도스 파문'까지 당이 최악의 위기에 빠진 이후 한나라당은 번번히 박 전 대표에게 '구당(求黨)'을 요청했지만 박 전 대표는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특히 '디도스 파문'이 불거진 지난 2일 이후에는 완전히 칩거에 들어갔다.
그러나 전날부터 이어진 의총이 결국'박근혜 체제'를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지만박 전 대표가 참석하지 않은 것을 두고 다수 의원들이 강한 불만을 터뜨렸다.
정태근 의원은 탈당 기자회견 뒤 기자들과 만나 "박 전 대표가 의총장에 안 나타는것은 중요한 문제"라며 "이렇게 어려울 때 당을 책임지고자 하는 지도자가 당연히 의총에 나와서 의견을 듣는 것, 총의를 모으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비판했다.
차명진 의원은 의총에서 "박 전 대표도 이명박 대통령 같이 불통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언론 보도를 봐도 (박 전 대표의 뜻이) 다 다르고 의원들 얘기도 다 달라 박 전 대표의 의사를 잘 모르겠다"며 "박 전 대표가 참여하기 전에 박 전 대표와관련된 얘기를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이 자리에서 이 문제를 함께 논의해야 하는데 이렇게 간접적으로만 의사를 전달하면 큰일난다"고도 했다.
조전혁 의원도기자들과 만나 "박 전 대표가 의총에 참석하지 않는 것은 나도 불만"이라면서 "의총장에 직접 와서 자기 얘기도 하고 다른 의원 얘기도 듣고 해야 한다. 다른 사람에게 (의총 내용을) 보고받는 것과 현장에서 느끼는 게 같겠냐"고 말했다.
쇄신파들의 탈당이 친박계와의 갈등에서 비화됐다는 점에서, '박근혜 체제'가 출범하기도 전에 박 전 대표가 벌써 일정부분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친박계 핵심 의원은 뉴스1과 통화에서"박 전 대표가 타격을 입는 것은 사실"이라며 "다 안고 갔다면 좋았을 텐데정말 당이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를 향해불만이 쏟아진 이날 의총에서 쇄신파 의원들이 탈당을 발표하자친박계 최다선(6선)인 홍사덕 의원은 중재를 시도하기도 했다.
홍 의원은주변 의원들에게 "박 전 대표와 메시지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오늘 충분히 이야기를 하겠다"면서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박 전 대표 측근인 유정복 의원을 향해서도 "도와달라. 힘을 다해 정태근 의원을 잡자"며 "박 전 대표가 저녁에 답변이 있을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한편, 13일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이 별세하면서 박 전 대표가 조만간 빈소를 찾아 조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 명예회장은 고(故) 박정희 대통령이 5·16 군사 쿠데타를 앞두고 가족을 부탁할 만큼 일생을 절친한 벗으로 지내왔고, 박 대통령 사후 박지만 씨 등의 후견인 역할을 자처해왔다.
다만 박 전 대표의 스타일상 고인의 빈소에서 현안에 대해 발언을 하는 것은 예측하기 힘들어 조문을 전후로 공식적인 입장을 표명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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