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1%=성공"? 종편의 아전인수식 해석

스타뉴스 문완식 기자 2011.12.05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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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률1%=성공"? 종편의 아전인수식 해석


'지상파의 독과점을 깨고 글로벌 미디어로 우뚝 서겠다!'

JTBC, 채널A, TV조선, MBN 등 종합편성채널(종편) 4사가 지난 1일 개국하면서 내놓은 구호다. 종편 4사는 나란히 KBS, MBC, SBS 등 기존 지상파 방송사 '타도'를 외치며 야심차게 출발했다. 각각 중앙일보, 동아일도, 조선일보, 매일경제를 대주주로 하는 이들은 독과점 형태의 지상파 뉴스 공급 체계도 바꿔 놓겠다고 호언장담했다.

뉴스 측면에서 종편은 편성 차별화를 시도, JTBC는 오후 10시, 채널A는 오후 8시30분, MBN은 오후 8시 각각 메인뉴스를 내보냈다. TV조선은 오후 9시 메인뉴스를 방송 지상파와 '맞불작전'을 펼쳤다.



◆개국 당일 종편 메인뉴스 시청률 JTBC 제외 1% 못돼

호언장담에도 불구, 지난 1일 개국 당일 메인뉴스 시청률은 참담했다. JTBC '뉴스10' 1.215%(AGB닐슨 유가구 기준, 이하 동일기준), 채널A '뉴스830' 0.469%, TV조선 '9시뉴스 날' 0.848%, MBN '뉴스8' 0.353%의 시청률을 각각 나타냈다.



채널A가 '개국특집'으로 '강호동 야쿠자 연루설'을 23년 전 영상을 근거로 보도하고 , TV조선이 개국 당일 아침부터 '김연아가 앵커로 나선다'고 '낚시'를 했음에도 이랬다.

2일 시청률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JTBC '뉴스10' 0.772%, 채널A '뉴스830' 0.516%, TV조선 '9시뉴스 날' 0.459%, MBN '뉴스8 0.313%의 시청률을 각각 나타냈다. 채널A가 소폭 상승한 것을 제외하고 JTBC와 MBN은 소폭 하락, TV조선은 대폭 하락했다.

이러한 결과에도 일부 종편들은 자사 신문을 통해 '종편 성공'에 대해 대대적으로 '자화자찬'했다.


'미미한 시청률'에 채널A의 동아일보와 MBN의 매일경제는 시청률 관련 기사를 싣지 않았지만 JTBC의 중앙일보는 3일 2면에 짧게 AGB의 기록을 인용, "JTBC '뉴스10' 1일 개국 종편 메인뉴스 중 시청률 1위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또 다른 시청률조사회가인 TNmS 기준으로는 TV조선의 '뉴스 날'이 시청률 1위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TV조선, 유리한 시청률만 인용해 대대적 '자화자찬'

하지만 TV조선은 자사에 유리한 시청률자료만을 근거로 대대적으로 보도하며 성공을 자축했다.

TV조선은 지난 3일자 조선일보 1면에 'TV조선이 1위'라는 제목의 기사를 싣고 "'TV조선뉴스 날'이 1일 첫 방송한 4개 종합편성 채널 프로그램 중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라며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서는 '날'의 시청률이 다른 종편 채널 메인 뉴스를 압도"했다고 보도했다.

TV조선은 TNmS의 자료만을 인용, '날'이 1일 1.060%(유료방송 가입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국내 양대 시청률조사회사인 AGB와 TNmS 자료를 함께 인용한 JTBC와 비교됐다.

그러면서 TV조선은 케이블 방송협회 관계자의 말을 빌려 "개국 첫 뉴스 시청률이 유료 방송 가입 가구 기준 1.06%라는 것은 의미 있는 수치"라면서 "지상파 시청률로 환산하면 13~14%로 추산된다"고 보도했다. 또 "평균 시청률이 0.3~0.4%인 케이블 방송에선 통상 시청률이 0.8%를 넘으면 '많이 봤다', 1%를 넘으면 '성공'이라고 본다"는 말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전했다.

수백 개의 케이블프로그램이 방송되는 현실에서 시청률 1%는 '성공'이라고 보는 게 업계의 평가다. 엠넷의 '슈퍼스타K3'처럼 20%에 육박하는 시청률은 성공을 넘어 '기적'에 가까운 수치다.

◆케이블, 가입자만 대상… 종편, 케이블+위성+IPTV까지 포함 시청률조사

하지만 이번 종편 시청률 집계는 기존 케이블과는 다른 방식으로 진행됐다는 점에서 종편들의 '자화자찬'은 '아전인수'식 해석에 불과하다.

AGB닐슨미디어리서치 관계자는 스타뉴스에 "종편과 케이블은 '유가구 기준'으로 시청률이 집계되는 점에서는 같다"라면서 "하지만 같은 유가구라도 케이블은 케이블 가입자만을 대상으로 하는 반면, 종편은 케이블, 위성(스카이라이프), IPTV 시청률이 모두 합산된다"고 밝혔다.

앞서 TV조선이 3일자 조선일보를 통해 보도한 시청률 기사의 '유료방송 가입자'는 케이블의 '유가구'보다는 범위가 넓은 것이다. 기준이 다름에도 케이블과 동일한 잣대로 시청률이 분석된 양 보도한 것이다. 그러면서 케이블 방송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 '성공'했다고 자평했다.

◆'글로벌 미디어' 꿈꾼다던 종편, 케이블과 비교 '자위' 말아야

이번 종편들의 '자화자찬'이 모양새가 안 좋은 더 큰 이유는 지상파 독과점을 깨겠다는 '야심'에서 슬그머니 물러나 정작 개국 이후에는 케이블과 비교, 성공을 자축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방송사 관계자는 "'글로벌 미디어'로 도약을 꿈꾼다는 종편들이 정작 개국 후에는 지상파도 아닌 케이블TV에 이겼다고 스스로를 위안하고 있다"라며 "이것은 결국 시청자들에게 종편이 지상파의 대항마가 아닌 케이블의 또 다른 '변종'이라고 밖에는 느끼지 않게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우리는 케이블과 다르다'는 종편이 진정한 지상파의 대항마로서, '글로벌 미디어'로서 도약하기 위해서는 냉철한 자기 분석부터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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