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선종구 회장, 하이마트 머리 맞댔으나…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2011.11.29 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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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마트 (9,650원 ▲70 +0.73%) 경영권을 놓고 최대주주인 유진그룹과 전문경영인 선종구 회장 간 분쟁이 갈수록 꼬여가고 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재자들이 나섰으나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30일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이 이뤄지는 최악의 국면이 전개될 가능성도 높아졌다.

◇유진-선종구 회장, 물밑협상 별 소득없이 끝나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유경선 유진그룹 회장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유진그룹과 선 회장측은 분쟁타결을 위해 기관투자자 등의 중재로 전날 저녁까지 물밑협상을 계속했으나 이견을 좁히는데는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기관 투자자는 "양측이 모두 극단적인 상황으로 가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도 "갈등의 골이 워낙 깊은데다 현안에 대한 입장차이가 커 조율이 어려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유진그룹과 선 회장 모두 합의할만한 중재안을 만들어 보려 했으나 쉽지 않은 상태"라며 "주주총회까지 하루 더 시간이 있는 만큼 마지막까지 가능한 노력을 기울여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진그룹과 선 회장이 이번 사태로 적잖은 타격을 입은 만큼, 적어도 30일 예정된 주주총회 전까지는 원만한 타협점을 찾지 않겠냐는 전망도 일부 있으나 간단치 않아 보인다.

유진그룹에 선 회장에게 구두로 약속했다는 '경영권 보장'이라는 현안에다 공동대표 선임, 동맹휴업 시도, 사직문제 등 부수적인 문제가 더해진 탓에 실타래가 꼬일대로 꼬였다.


업계 관계자는 "현안만 논의해도 녹록치 않은데, 분쟁과정에서 발생한 크고 작은 일의 책임공방까지 있었다"며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과 선 회장 사이에 감정의 골이 무척 깊어 해결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장논리 무시 vs 미숙한 대응

선종구 하이마트 회장선종구 하이마트 회장
이번 사태는 경영권에 대한 알력에서 비롯했으나 상황을 악화시킨 건 감정적인 대립이 컸다. 무엇보다 시장논리에 근거한 경영권 해결방안을 찾기보다 감정적 대응으로 일관한 것이 문제를 복잡하게 만들었다는 시각이 나온다.

선 회장은 출발선부터 오류를 범했다. 유진그룹으로부터 7년간 자율경영을 보장받았다고 주장했으나, 어떤 경영자도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주주에 우선할 수 없다는 자본주의 기본원칙을 간과했다는 점에서다.

이어진 하이마트 동맹휴업, 임직원 동반사퇴, 우리사주조합 지분매각, 동종업체 창업 등의 후속조치는 기업가치를 크게 훼손시킬 뿐 아니라 현행법의 경계도 침범할 수 있는 것들이다. 단순한 압박수단으로 쓰기에는 도가 지나쳤다는 얘기다.

유진그룹도 대응이 미숙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영권 행사라는 주주권리 행사라는 명분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초기입장을 명확히 하지 않아 혼란을 키웠다는 것이다.
선 회장은 물론, 하이마트 내부동향이 심각하다는 점을 간과해 뒤늦은 대응으로 일관했다.

주주권을 내세우면서도, 그간 이를 제대로 행사하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유진그룹이 이번 분쟁에서 승리해도 조직 안정화에 적잖은 시간과 비용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해외진출을 통한 성장플랜도 당분간 현실화되기가 어려워졌다.

박윤배 서울인베스트먼트 대표는 "회사를 지배하면서 인하우스 경영을 통해 이익을 실현하는 자본주의의 한국식 폐해가 나타난 것으로 본다"며 "이번 사태로 유진그룹이나 선 회장 모두 큰 상처를 입은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가장 바람직한 해답은 양측이 한 발씩 양보해 공동대표 체제를 택하고 서로 악수를 나누는 것"이라며 "주총 표대결은 모두에게 최악의 선택으로 하이마트 기업가치에도 적잖은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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