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의 Health Food 특성 되살린 일본요리사

머니투데이 남창룡·황해원 월간 외식경영 2011.10.29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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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곡정' 마츠우라세이지 주방장

일본 도쿄에 있는 케이오 프라자 호텔(www.keioplaza.co.jp)의 경영진은 2004년 당시 대중이 자주 찾는 호텔이란 이미지에 맞는 레스토랑 운영의 필요성을 느꼈다.

이때만 해도 일본인들은 아시안 푸드에 대한 관심이 많았던 만큼 호텔에 한식당을 접목시키기로 했다. 그래서 호텔 1층에 한식 전문점인 '오곡정(五穀亭)'이 들어서게 된다. 지금은 이 호텔의 자부심이 될 정도로 인기다.



◇ 도쿄 케이오 프라자 호텔 회장의 한식 접목 자부심
일본에서 한식당은 오래 전부터 한국인들의 정착지를 중심으로 발달했기 때문에 일본사회에 전혀 주목 받지 못한 음식이었다. 반면 유럽 음식에 대한 관심은 일찍부터 높아 일본의 많은 조리사들이 이탈리아 음식, 프랑스 요리, 카레 요리 등에 대한 관심을 갖고 전문 요리사가 되기 시작했다.

어느 날 케이오 프라자 호텔 회장은 '오곡정' 조리부 주방장 마츠우라 세이지씨에게 한국요리 전문식당을 책임지고 만들라고 주문한다.



원래 프랑스 요리를 35년 동안 다룬 마츠우라씨가 받아들이기에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가장 고민되었던 점은 일본 고객들이 쉽게 접하기 어려웠던 한국 요리에 대한 음식의 콘셉트 전개 방향이었다고 한다.
한식의 Health Food 특성 되살린 일본요리사


평소 한국음식에 대해‘헬스 푸드’란 이미지를 가지고 있던 마츠우라씨는 채소를 여러 방식으로 조리해 먹는 것에 감동 받았다고 한다. 또 발효음식이 많기 때문에 아미노산이 단백질을 분해하는 기능을 갖고 있어 충분히 건강 음식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데커레이션이 부족한 것을 느꼈다고 한다. 그리고 한식을 대충 만드는 듯한 인상이 강하게 들면서 세밀하지 못한 면이 큰 약점이란 생각을 가지게 된다.

◇ 한식의 각 메뉴에 신비적 부분 창출하려 항상 노력
마츠우라씨는“음식은 먹는 것을 즐긴다는 감성 세계로 이끌어가야 한다”며“고객의 오감만족을 목표로 가는 것이 조리사의 사명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음식은 시각을 통한 심상 표현(비주얼 프레젠테이션)이 중요하다. 그래서 '오곡정'은 한식이란 큰 축을 세우고 기본 축속에 그의 경험과 지식을 활용해서 오감을 만족시키는 한식집 만들기에 목표를 두었다.

이를 기초로 한식 요리에서 쇠고기 문화가 강하게 자리 잡고 있는 배경을 이해하고, 맛의 전통성을 배우기 위해 (주)벽제외식산업개발을 찾게 된다. 김영환 회장은 이를 쾌히 승낙하고 수십년 근무 중인 윤원석·박영근 두 조리이사 장인들에게 한식 요리 전통 맛의 기본을 가르쳐 주도록 해 체득한다.

일본인이 좋아할 만한 한식의 오감 만족에 대해 마츠우라씨는“요리란 그 속에 정성이 깃들어 있어야 하고 꿈꾸는 설렘과 상품으로서의 매력 또한 있어야 한다”며“일반 한국 식당의 한식은 너무 단순하다는 느낌이 있어 나는 제공되는 한식 메뉴에 어떤 신비적 부분을 창출하려고 항상 애를 쓴다”고 전했다.

스토리텔링을 만들려고 노력하는 마츠우라씨는 음식 마다 어떠한 그릇을 사용할 것인지, 사계절과 때에 맞는 요리 선택과 배경 등에 대한 연구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그때그때마다 오감만족의 새로운 길을 창출한다는 것은 무척 힘들지만 그렇게 한 결과 우선 일본 여성 고객들이 좋아해 점심 때 자주 찾는다고 한다. 3개월에 한 번씩은 춘하추동 계절의 꿈을 자주 실현해보려고 부수 메뉴도 개발한다.

◇ 이것저것 먹어보게 하는 쉐어 형식의 서비스 도입
한식 메뉴 운영에서의 특별한 방식을 도입한 마츠우라씨는“일본인은 한국의 탕, 순두부, 찌개 등과 같은 메뉴에 익숙하지 않다”며“이들 한식을 각기 한 그릇 씩 제공하면 안 팔린다는 것을 알고 쉐어 형식의 서비스 방법을 도입해 이것저것 먹어보게 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오곡정'에서는 특이한 것을 접할 수 있다. 7개의 작은 도자기 그릇에 각종 찬류를 조금씩 담아 둥근 소쿠리에 올려 손님상에 내오는 것이 인상적이다. 좁고 긴 쪽배 모양의 접시에 놓인 3가지 찬류는 테이블 공간까지 고려한 배려도 돋보인다.

어떤 때는 한치물회와 고추장 장어구이, 된장무침 나물을 한 접시에 연출해서 이야기를 담기도 한다. 한국 불고깃집 메뉴의 제한된 한계를 극복한 것.

한국의 고깃집에서는 고기 먹은 후에 마지막 음식으로 냉면을 즐기는데 이것은 한국인들이 물김치를 즐겨 먹는 데서 온 것이 아닌가라는 자신의 생각도 피력했다.

그러나 일본에는 물김치를 먹는 문화가 없어서 맛있는 냉면을 만들기도 어렵다. 실력 향상도 잘 안 되기 때문에 냉면에 대한 고객의 욕구를 이끌어 내지 못한 점도 안타까웠다고 그간의 고민을 털어놨다. 그렇다고 다른 일본 야키니쿠 집처럼 면으로 끝맺는 음식은 하고 싶지 않았다.

◇ 호텔 경영철학은 대중들이 즐겨 찾게끔 객단가 설정하는 것
일본에서 일반적으로 고급 레스토랑이라 함은 1인당 객단가가 우리나라 돈으로 12만~15만원 선으로 잡는다. 케이오 프라자 호텔 '오곡정'의 전략은 호텔의 경영이념에 맞게 좀 더 많은 대중들이 즐겨 이용하는 전당으로 만들고 싶어 한다. 그래서 음식 값도 1인당 저녁 땐 8만5000원 수준으로 정하고, 점심때는 이보다 싼 메뉴들로 약 4만원대 가격으로 구성했다.

앞으로 '오곡정'의 한식 운영 전략에 대해 마츠우라씨는“한식은 분명히 건강한 음식이라는 특성이 있다”며“양념에 숙성의 맛이 더해져 가치 있는 음식으로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

다른 호텔에서는 손이 많이 가고 시간을 투자하면서 정성까지도 쏟아야 하는 한식을 별로 시도하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에 마츠우라씨는 자신의 혼까지 담은 음식을 잘 만들어 제공하고 싶다고 말했다.

◇ 식사 후에 제공되는 다양한 디저트 인기 만점
도쿄 방문 시엔 반드시 '오곡정'을 찾는 (주)벽제외식산업개발의 김영환 회장은“한식당에서 찾아보기 힘든 디저트 제공에도 신경 쓰고 있는 마츠우라씨의 손맛은 끝이 없다”며“사각의 Royal Blue 접시에 흰 받침대를 깐 뒤 투명 유리 그릇에 망고를 갈아 담고, 그 위에 흰 아이스크림을 얹은 후 파릇한 잎을 띄워 내온 것은 시각과 미각 모두를 만족시키고 있다”고 극찬했다.
한식의 Health Food 특성 되살린 일본요리사
시원하고 개운하면서도 망고 원액의 특유한 맛이 한식의 여러 맛을 더한층 높여주는 효과가 있었다.

어떤 때는 구기자 소스에 참외를 예쁘게 띄워 내오는데 화채와 다른 색의 조화에 중점을 둔 디저트도 흥미와 재미를 가지고 음미할 수 있다. 오곡중 일부를 곱게 갈아 쓴 미숫가루 음료도 부드러우면서 깔끔한 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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