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는 '숙소 전쟁중'…"원룸·모텔 빈방없어요"

머니투데이 연기(충남)=송지유 기자 2011.10.27 0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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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신축원룸 월 임대료 70만~80만원선…노후 모텔도 한달에 120만~150만원선

ⓒ임종철ⓒ임종철


#세종시 아파트 분양을 앞둔 A건설 분양소장은 충남 연기군 조치원 시내에 방을 얻었다. 아파트를 분양할 동안 지낼 숙소를 찾아다녔지만 모델하우스 인근에 빈 방이 없었기 때문이다. 현장 주변에는 신축 원룸, 노후 아파트. 모텔 등이 들어서 있지만 이미 모든 물량이 동이 났다.

'울며 겨자먹기'로 계약한 조치원 숙소의 임대기간은 자그마치 1년. 분양사업장의 입지가 워낙 좋아 2∼3개월이면 계약이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아 월 단위 단기계약을 요구했지만 집주인은 1년 계약을 고집했다.



#올 연말 세종시에서 아파트 분양을 앞둔 B건설 마케팅팀 관계자는 요즘 숙소 구하기에 혈안이 돼 있다. 분양시점까지 2∼3개월 남아 있어 마음을 놓고 있었는데 다른 건설사에 다니는 친구에게 세종시에서 방 구하기가 어렵다는 얘기를 전해들어서다.

곧바로 현장으로 내려갔지만 직원들이 지낼 마땅한 숙소를 찾지 못했다. 급한 대로 중개업자를 통해 공사 중인 원룸주택의 주인을 만나 예약금을 걸고 2채를 확보했다. 임대료가 서울 못지 않게 비쌌지만 기세등등한 주인의 태도에 깎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최근 행정중심복합도시인 세종시에서 '숙소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민간아파트 분양이 본격화돼 건설사 직원을 비롯해 공사현장 인부, 분양상담사, 모델하우스 도우미, 부동산 중개업자 등 외지인 수요가 몰리면서 임대주택 물량이 턱없이 부족한 탓이다. 신축 원룸부터 낡은 아파트, 모텔까지 빈 방이 없다. 공사가 한창인 원룸주택에도 준공 전부터 대기수요가 줄을 섰을 정도다.

27일 현지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충남 연기군 금남면 대평리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인근에 새로 건립된 원룸은 준공과 동시에 100% 물량이 임대됐다. 2∼3개월새 20가구 안팎의 신축원룸 5개 단지가 들어섰으니 약 100가구가 단숨에 수요를 찾은 셈이다.


2∼3개월 전까지만해도 월세물량이 남아 돌던 금남면 두진리버빌 역시 현재는 공실이 1가구도 없다. 이 단지는 2000년에 준공된 임대아파트로 총 913가구(공급면적 57∼79㎡)로 이뤄져 있다.

인근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건설사들이 공사현장 인부 숙소로 한꺼번에 여러 가구를 빌린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지역주민 수요만으로는 단번에 임대물건이 소진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지은 지 오래돼 시설이 노후한 모텔들도 만실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분양상담 직원들이 원룸을 구하지 못해 한달치 '깔세'(보증금 없이 일정 기간의 월세를 한꺼번에 지급하는 임차방식)를 내고 모텔에서 지내고 있다"며 "1개월 단위로 계약한 모텔 수요가 많아 일반 손님은 거의 받지 못한다고 들었다"고 귀띔했다.

수요가 몰리면서 2∼3개월새 임대료도 급등세다. 33㎡(실평수 20㎡) 안팎의 신축 원룸(기본 가구·가전 풀옵션 기준)의 월 임대료는 70만∼80만원선이다. 모텔의 경우 시설이 노후한데도 청소 등 객실관리를 해준다는 명목으로 매달 120만∼150만원의 임대료를 받는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원룸과 모텔 모두 주변 여건이나 시설 수준에 비해 비싸지만 물건이 부족하니 흥정조차 할 수 없다"며 "발빠르게 원룸을 지은 건축주나 노후 모텔을 보유한 주인들은 세종시 아파트 분양 특수를 누리는 셈"이라고 말했다.

현지 중개업계는 한동안 세종시 주변에 원룸 건축이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금남면에서 중개업소를 운영하는 박옥남 랜드부동산 사장은 "금남면 일대에 공사 중인 원룸 건물만 10개 동 이상이지만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라며 "아파트 신규분양이 잇따르는데다 공공기관 이전이 시작되면 원룸을 찾는 수요가 증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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