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키우던 '농부'가 '사장'이 된 사연

머니투데이 김정태 기자 2011.10.21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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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동행/유통업계, 동반성장의 현장을 가다-17]갤러리아-강진맥우

↑전남 강진군 옴천면 순수 혈통의 토종 한우 1000여마리를 키우는 축산 농부가 강진맥우축산영농조합법인 대표인 장을재 사장이다.↑전남 강진군 옴천면 순수 혈통의 토종 한우 1000여마리를 키우는 축산 농부가 강진맥우축산영농조합법인 대표인 장을재 사장이다.


전남 강진군 옴천면은 농약 기운만 있어도 자취를 감춘다는 토하젓이 지역 특산물일 정도로 깨끗한 청정지역이다. 이 지역에서 순수 혈통의 토종 한우를 키우는 축산 농부가 강진맥우축산영농조합법인 대표인 장을재 사장(54·사진)이다.

장 사장은 소에 한약재와 발효막걸리를 먹인다. 이렇게 사육한 한우에 고향 지명인 '강진'을 붙인 게 '강진맥우'다. 강진맥우는 백화점 최초로 브랜드화 된 프리미엄 한우이다. 특히 갤러리아가 단순 납품 관계를 넘어서 상품개발, 금융지원, 마케팅 등 축산농가와 협업한 전략적 상생사례로 꼽힌다.



이렇게 탄생한 강진맥우는 기존의 한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연하고 깊은 맛을 내 강남에선 대표적인 프리미엄 소고기로 입소문이 나 있다.

◇'소고기' 업계 최초로 브랜드화한 '강진맥우'=장 사장은 1990년부터 고급 한우 생산에 뜻을 품었다. 당시에는 아직 브랜드화된 고급 한우가 보편화되지 않았던 시기였다. 그는 해외에서도 유명한 일본의 와규(和牛)를 주목했다. 특히 소에게 맥우를 먹이고 마사지를 병행하며 생산하는 일본 고베와규가 벤치마킹 대상이었다. 장 사장은 직접 고베 현지에 가서 와규의 사육방법을 눈여겨보고 돌아왔다.



장 사장은 소를 무공해 볏집과 두충, 갈근, 당귀, 감초 등 6가지의 한약재와 발효시킨 액상 사료 막걸리를 먹여 사육했다. 동물 사료는 물론, 항생제나 비육촉진제 등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또 클래식 음악을 들려주고, 특별 마사지를 해주는 등 행복한 소를 길러내고 있다.

문제는 어떻게 팔지가 고민이었다. 단순히 중간 유통상에 넘길 그런 한우제품은 아니었기 때문에 소비자들에게 직접 판매할 수 있는 유통채널을 찾았다. 마침 같은 축산업을 하는 지인이 백화점에 납품한다는 사실을 착안해 업체들을 수소문하기 시작했다. 그 중에서도 신흥부촌인 서울 압구정동에서 명품 브랜드를 판매하는 갤러리아가 최적의 판매환경을 갖춘 곳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갤러리아에 직접 편지를 써 납품 의향을 물었다.

마침 갤러리아 정육 담당 MD도 산지에서 직접 납품받을 고급 한우를 찾고 있었다. 갤러리아는 장 사장의 입점 제안을 받고 검토에 들어갔다. 1990년 초반만 해도 소고기에 브랜드를 붙여 판매하는 곳은 없었다.


갤러리아 관계자는 "당시에는 정육점에서 좋은 고기를 달라는 게 전부였을 시기여서 유통업계에선 한우를 '브랜드화' 한다는 게 시기상조란 의견이 지배적이었다"며 "하지만 시험 도축을 통해 생산된 강진맥우는 시식 품평회, 시험 판매 등을 거쳐 그 상품성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1991년 4월, 갤러리아는 장 사장과 황소 90마리 사육을 독점 계약하고 압구정동 갤러리아 명품관에서 판매하기 시작했다. 고객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고객들은 귀하게 먹고 길러진 프리미엄 한우에 큰 관심을 보였으며, 기존의 한우와는 확실히 차별화된 품질과 맛에 감탄했다.
↑강진맥우 농장 전경 일부↑강진맥우 농장 전경 일부
◇농부가 1000여두 사육하는 조합법인 대표로 성장= 고객들에게 기대 이상의 반응을 얻은 데 힘입어 갤러리아는 1992년 강진맥우를 정식으로 상표와 의장등록을 마쳤다. 1994년 6월부터는 아예 강진군과 자매결연을 맺고, 강진맥우 판매뿐 아니라 생산 지원, 생산 확대에까지 나섰다.

갤러리아는 강진의 각 축산농가에 송아지 입식 지원자금을 지원하는 등 지난 1990년부터 매년 2억원씩 무이자로 영농자금을 지원해주고 있다. 또 지금도 축산 시장 시세 등을 비롯해 무항생제, 유기농, 법규사항 등 정보 공유를 하고 있을 만큼 ‘강진맥우’에 대한 변함없는 애정을 이어가고 있다.

갤러리아와 강 사장은 또 한번 의기투합했다. 2003년 기존 강진맥우 사육법에 전통방식 그대로 불을 때어 여물을 쑤어 먹인 최고급 한우를 개발했다. 이것이 강진맥우의 상품성을 높여 프리미엄 한우 브랜드로서의 명성을 두텁게 한 ‘강진맥우 화식우’다.

강진맥우는 품질 유지를 위해 사육 판매 수량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상등급과 최상 등급육만 판매하는 강진맥우는 일반 한우 상등급 보다 약 10~20% 정도 비싸지만 매출은 해마다 20% 이상씩 신장하고 있다. 갤러리아에서 판매하는 우육의 전체 매출 가운데 70% 이상을 차지할 정도다.

갤러리아는 명품관 뿐만 아니라 타임월드, 센터시티 등 식품관이 있는 모든 갤러리아 점포에서 강진맥우를 판매하고 있다. 이렇게 탄탄한 판로에 힘입어 강 사장은 주변 축산 10개 농가와 함께 소 1000여두를 사육하는 축산영농조합법인으로 성장했다. 지난해 11월, 갤러리아와 강 사장은 대한상공회의소가 주최하는 ‘2010 유통 제조 동반성장 전진대회’에서 지식경제부장관표창을 수상했다.

장 사장은 "갤러리아와 인연을 맺기전에는 농부로서 소만 키웠지, 마케팅과 판매에는 문외한이었다"며 "앞으로도 갤러리아와 잘 협력해 친환경 한우를 생산하는데만 전념을 다해 우리 한우의 자존심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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