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우리에게 더 절실한 잡스 정신

머니투데이 전원하 KRG 대표이사 2011.10.1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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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칼럼]우리에게 더 절실한 잡스 정신


이 시대의 진정한 영웅이자 천재였던 스티브 잡스가 영원한 안식처로 떠났다.

영웅은 갔지만 그가 남긴 족적은 결코 지워지지 않는다. 그로 인해 우리는 생각과 생활 모두를 바꿀 수 있었고, 보다 나은 미래를 꿈꿀 수 있게 됐다.

그가 가진 선견지명과 열정이야말로 그가 우리 시대에 안겨준 최대의 선물이다. 정보기술(IT)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이든 혹은 그렇지 않든 모든 이들은 그가 세상에 기여한 업적에 모두가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스티브 잡스의 일생은 도전의 연속이었고, 결코 낙담하지도 절망하지도 않았다.

그런 그에게 현실 안주만큼 어울리지 않는 단어는 없다. 대학 정규과정을 마치지 않고도 성공한 기업인은 우리 주위에 흔하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성공한 기업인을 넘어 하나의 문화이자 아이콘으로 성공한 인물은 많지 않다. 그것은 이전보다 더 나은 세상을 꿈꾸고, 끊임없이 혁신을 추구했던 결과의 산물이다.



잡스 인생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혁신이었다. 혁신을 향한 집요한 추구를 통해 그는 소수 마니아층의 문화코드에 불과하던 애플을 당대 최고의 회사로 만들었다. 하지만 그는 최고가 된 후에도 애플이 전세계적인 혁신을 주도하는 회사로 남도록 했다. 그가 우리 시대의 진정한 롤 모델이 될 수 있었던 요인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애플 신화는 매킨토시와 함께 묻혔을 수도, 아이팟이나 아이폰, 아이패드에서 그쳤을 수도 있다. 오늘날 새로운 문화혁명을 주도하고 있는 태블릿PC가 1년 반 전 아이패드가 나오기 전까진 카테고리 조차 불분명했던 분야였음을 상기해 보면 그의 선견지명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다. 다양한 경험을 통해 얻어낸 창의력의 산물은 단순히 IT기기가 아닌 문화이자 그 시대의 패러다임이었다.

스티브 잡스는 갔지만 그의 혁신 정신은 오늘날 세계 IT산업을 지배하는 핵심 키워드가 됐다. 그가 낳아 기른 애플사뿐 아니라, 지금은 애플의 강력한 경쟁사로 떠오른 구글이나 페이스북 등이 모두 그의 훌륭한 계승자로 활약하고 있다. 지금도 전세계에는 수많은 잡스 키즈(Kids)들이 포스트 애플을 꿈꾸면서 연구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에게 그의 정신은 너무나 낯설기만 하다. 불과 몇 년 전까지도 애플과 스티브 잡스는 우리에게 소수 마니아나 디자이너만의 관심영역이었다. 심지어 잡스는 실패한 경영인으로 치부되기도 했다. 그러다가 2009년 말 아이폰3GS가 들어오며 무선인터넷 시대가 열리면서 우리 사회는 비로소 신 문명에 눈뜨게됐다.

특히 애플 앱스토어를 통해 일어난 소프트웨어 개발 붐을 보며 우리도 스티브 잡스가 추구하는 개방과 혁신이념이 얼마나 소중한 가치를 갖는지를 비로소 깨닫는 계기가 됐다.

우리가 소프트웨어(SW) 산업의 중요성을 체감하고 우리 모습을 본격적으로 되돌아 보게 된 것이 기실 그의 막대한 영향력 하에 이루어진 것임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소프트웨어 산업의 중요성은 이미 수십년전부터 지적돼 왔던 중대 사안이었다.

뜻있는 석학과 지식인들이 SW 생태계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대비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정책담당자를 포함해 많은 사람들은 이를 간과했다. 아이폰이 등장하기 전까지 이 문제에 대한 논의는 대개 공염불이나 일방적인 푸념에 불과하지 않았던가! 이제 제조업체나 통신사 스스로가 소프트웨어산업 육성을 강조하는 것부터가 중요한 진일보라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가야 할 길은 여전히 멀고 그만큼 스티브 잡스의 정신은 우리에게 더욱 절실하다. 정부도, 제조업체도, 통신사도 힘있는 곳일수록 리스크 테이킹 없이 과실만 취하려는 풍토 속에서 혁신은 이루어질 수 없다.

IT업계 역시 마찬가지다. 눈앞의 이익에 급급한 나머지 혁신을 회피하거나 포기한다면 우리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 자기 것, 현재 것에 집착하기 보다 미래의 도전을 위해 자기 것, 현재 것을 버릴 줄 알 때 진정한 혁신이 가능해진다. 그제서야 비로소 한국 소프트웨어산업이 세계로 도약할 기반이 마련될 것이다.

Stay hungry, stay foolish.(늘 갈망하고 우직하게 나아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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