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도가니' 담당 형사였습니다" 눈물의 고백

뉴스1 제공 2011.10.05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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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진 형사 "처절한 그들 수화에 미안하고 또 미안" 트위터에 심경글

(서울=뉴스1 김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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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관으로 재직하면서 여러가지 사건을 접해봤지만 그 사건은 세상의 모든 단어를 사용하더라도 제대로 표현할 수 없었다"

영화 '도가니'로 광주 인화학교 장애학생 성폭행 사건을 둘러싼 파문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당시 사건을 수사했던 담당 형사가 "저는 도가니 담당형사였습니다"로 시작하는 장문의 글을 트위터에 올려 트위터러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광주남부경찰서 형사과 과학수사팀 김광진 형사(사진)는 4일 자신의 트위터에 6년 전 도가니 사건을 수사했을 때의 심정과 영화 '도가니'를 보고 난 소감을 적었다. "그 사건 이후 내 기억 속에 서서히 사라져 갔던 그애들을 기억하기 위해 당시 사건을 같이 수사했던 선배 형사와 함께 영화관을 찾았다"는 김 형사는 "여학생들에게 피해내용을 확인하면서 세상에서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들이 너무 많다고 생각했다"고 수사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손가락의 움직임이나 얼굴 표정에서 그들이 당한 고통이 텔레파시처럼 전달돼 내 가슴을 찌르는 듯 했다"고 밝힌 김 형사는 "피해 학생들이 힘들 것을 생각하니 손이 떨려와 이를 들키지 않으려 애쓰다 보니 조사과정이 몇 배나 더 힘들었다"며 당시 수사상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그는 "아픔을 감내하며 고사리 같은 손으로 만든 일그러지고 처절한 그들의 수화에 미안하고 또 미안했다"고 심정을 밝혔다.



김 형사는 실제 사건을 영화화하는 과정에서 일부 사실이 다르게 표현됐다며 담당 형사로서의 안타까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영화에서 교장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담당 형사가 성폭력 신고를 받고도 수사하지 않고, 법원 앞 시위에 장애인을 비하하는 발언을 하면서 물대포를 쏘는 등 과도한 공권력을 묘사"한 장면과 "피해 학생이 열차사고로 사망하는" 부분을 예로 들었다. 이어 김 형사는 "(하지만) 영화를 통해 모든 국민이 소외된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인권을 다시 한번 자성하고 개선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어딘가에 파묻히게 될 뻔한 사건의 가해자들을 밖으로 알리고 법정에 세울 수 있도록 도와준 피해자 및 관계인들이 있어 세상엔 비밀이란 없으며 밝히지 못할 일은 없으리라 생각했다"는 그는 "이를 계기로 다시는 우리나라에 이러한 비극이 재발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또 "장애인들의 인권이 재조명되고 미비한 관련법들이 개정돼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각 분야에서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주시길 간절히 바랄 따름"이라고 적었다.

김 형사가 트위터에 올린 글은 100회가 넘는 리트윗 수를 기록하며 트위터에 퍼졌다. 글을 읽은 트위터러들은 "도가니 관련 글 잘 보았습니다. 서민의 편에 서서 일해주시길" "멋진 경찰의 모습 계속 부탁드립니다" "미래에 형사님 같은 경찰이 되겠습니다" 등의 글을 남기며 김 형사를 응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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