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도 미래산업 사장
과연 경제 전문가가 존재하는지, 그리고 신뢰해도 되는지 의심이 든다는 동료들의 푸념을 자주 듣는다.
멀고 먼 타국을 원망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알뜰살뜰 가꾸어온 가계와 기업을 위기로 몰아넣는 경제위기가 우리들 잘못 때문에 일어난 것은 아니라는 논리다.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는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부실화되면서 터졌다.
이런 원망을 이해는 하지만 전적으로 공감하기는 어렵다. 알다시피 그 어떤 전문가도 주가를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호황과 위기의 도래 시점을 미리 점친다면 세계 최고의 갑부가 될 것이다. 완벽한 전문가는 없다. 앞으로도 전문가들은 틀린 전망과 허술한 분석을 내놓을 것이다. 정보의 소비자인 우리들 스스로가 취사선택을 잘해야 한다.
또 경제위기의 폭탄을 터뜨리는 먼 나라를 원망할 것도 없다. 세계 경제는 이미 하나의 유기체처럼 얽혀 있다. 지난 6월 말 기준 우리나라에 들어온 외국인 투자자금은 9000억달러에 가깝다는 통계가 나온 바 있다.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의 80%에 해당하고 외환보유액의 3배에 달하는 엄청난 금액이다. 외국인의 투자 덕분에 우리가 경제적 이득을 얻은 것이 사실이니 때로는 손해를 입어도 감수해야 공정하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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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경제위기는 1~2년 사이에 극복될 단기 위기인가 아니면 장기 공황을 향해 열린 지옥문일까. 전문가들의 진단은 각각이다. 필자가 어지러운 요즘 멘토로 삼는 전문가는 영국의 경제학자 케인스다. 그가 주식 투자를 미인 선발 대회와 같다고 말한 사실은 유명하다.
케인스는 가상의 미인 대회를 꾸며냈다. 가령 10명의 남자들이 있다고 하자. 그들에게 미인 대회 참가자의 사진 수백 장을 보여주며 누가 미인 대회 우승자가 될지 예측해보라 한다. 정확히 예측한 사람은 상을 받게 된다. 가장 낮은 수준의 전략은 자기가 보기에 예쁜 여자를 선정하는 것이다. 이런 자세는 답답하다. 자기 생각에만 갇혀 있는 것이다.
합리적인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어떤 외모의 여성을 미녀로 꼽을지 상상한다. 달리 말해 평균적인 미녀 기준에 부합되는 사진을 선택할 것이고 이 전략을 취할 때 상을 받을 확률은 높아진다. 케인스는 이런 미녀 대화와 주식투자도 유사하다고 말한다. 자신이 볼 때 가치가 높은 기업에 투자하는 것도 전략이겠지만 더 큰 성공을 얻기 위해서는 다른 평균적 투자자들이 선호할 주식을 상상 속에서 추리해낼 수 있어야 한다.
주식 시장에서 만인의 지지를 얻는 '미녀'가 되는 것이 모든 기업의 꿈이다. 난세에 영웅이 난다고 했는데 경제위기에 걸출한 미녀 기업이 탄생하게 마련이다. 위기는 새로운 질서를 낳고 새로운 기회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큰 혼란 속에서도 인기를 유지하는 미녀 기업이 될 수 있을까. 고민하고 정진해야 한다. 가혹한 경제위기 속에서 더 튼튼하게 단련되고 쑥쑥 성장하는 기업들이 많이 나오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