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테스]유로존 위기,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는가

머니투데이 이성한 국제금융센터 소장 2011.09.20 06:09
글자크기
부도 확률 98%, De facto default(사실상 부도),,,. 최근 그리스의 현재 상황을 타전하고 있는 외신들이 즐겨 쓰는 단어들이다. 언론뿐만이 아니다. 디폴트란 단어를 금기시하던 유럽의 정부 인사마저도 이제는 그리스의 부도 상황에 대비한 Plan B의 존재에 대해 스스럼없이 언급하는 상황이 되었다. 그리스의 2년물 국채금리가 70%를 상회하는 등 시장 지표는 이미 그리스의 디폴트를 반영하고 있다.

실제로 그리스의 재정은 열악한 상태를 넘어 이미 바닥이 드러난 상태다. 경기침체 심화로 세입이 급감하며 적자 규모는 늘어만 가고 있다. 1~8월 재정적자는 전년 동기보다 22%나 증가했다. 외부 도움이 없다면 이제는 공무원 임금과 정부 운영비의 정상적 지출마저 곤란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 분기에 EU·IMF가 주기로 예정된 자금이 유입되지 않는다면 1~2달을 넘기기 어려울 것이라는 설도 시장에 퍼지고 있다. 지난 분기 실사 때처럼 향후 긴축 강화 약속을 담보로 이번에는 자금을 받더라도 12월의 자금 지원은 이루어지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없지 않다. 그 때쯤이면 올해의 긴축 목표 달성 여부가 명확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RBS같은 은행은 이러한 이유로 12월 이후 디폴트를 예상하고 있기도 하다.



그리스가 디폴트로 갈 경우 그리스는 물론 유럽 은행권에 직접적 타격이 예상된다. 국채 매입액을 포함한 유럽 은행권의 그리스 대출 규모는 900억 유로인데, 이 중 400억 유로를 프랑스 은행들이 대출해 줬다. 독일(168억)과 영국(103억)도 만만치 않은 수준이다. 노무라 증권 추정에 따르면 디폴트로 인한 은행의 자기자본 감소율은 프랑스가 6.1%, 독일이 5.5%, 벨기에 3.5%에 달할 전망이다. 유럽 금융권의 자금 회수와 유럽에 투자한 전 세계 투자자들의 손실 확대 우려 등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큰 불안에 빠질 수 있다는 점도 예상할 수 있는 시나리오이다. 그리스 디폴트 파장은 경제적인 부문에만 그치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스의 디폴트가 유로존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정치적 염려도 급속히 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리스의 디폴트가 과연 현실화될 것인가에 대해서는 아직 더 판단이 필요해 보인다. 그리스의 디폴트가 몰고 올 수 있는 경제·정치적 파장을 고려하면 오히려 역설적으로 이를 방지하기 위한 유로존 각국들의 대응 수준이 강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최근 독일과 프랑스 정상이 그리스 지원과 유로존 잔류를 재확인한 것도 이러한 연유에서이다.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한도 확대와 유통시장에서의 채권 매입 허용 등 추진하고 있는 신규 정책들의 시행 속도가 빨라진다면 그리스의 디폴트 우려는 다소간 완화될 가능성도 있다.



다행히 그리스가 중심국들의 도움으로 디폴트 사슬을 벗어난다 하더라도 시장이 대비해야 할 또 다른 위험은 다른 곳에서도 자라나고 있는 듯하다. 유럽의 재정위기가 이탈리아 등으로 옮겨 붙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탈리아의 국채금리는 위험 레벨인 7%선을 향해 재차 상승하고 있고, 중국 등 여타 나라의 도움이 회자되는 등 현재 상황은 구제금융을 겪었던 다른 국가들의 가까운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탈리아는 잦은 긴축 계획 조정과 정부 내 의견 대립 등으로 정책에 대한 신뢰성이 약화되었고, 스페인은 부동산 시장 침체에 따른 저축은행 부실과 지방 정부 재정악화 우려 등에 여전히 노출되어 있다.

지금 시장은 그리스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에 대해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러나 이탈리아 등의 불안이 심화될 경우 유럽은 지금보다 더한 시련을 겪을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리스뿐만이 아니라 여타 유럽국가들을 대상으로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할 시점이라고 판단된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