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세계 81위… 마음이 가난한 나라?

머니위크 김부원 기자 2011.09.20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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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 커버]대한민국 기부문화 현주소

얼마 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2억2720만원이란 큰돈이 전달됐다. 서명자, 서필여, 서정운 씨 3남매가 동생 故서근원 씨의 사망보험금을 기부한 것이다. 고인은 2009년 10월 루마니아 산업현장에서 불의의 사고로 추락사했다.

가족들에게는 더 없이 큰 슬픔이고 동생의 사망보험금은 가치를 따질 수 없을 만큼 소중한 돈일 것이다. 그렇지만 서명자 씨 등 3남매는 동생처럼 정직하고 열심히 살아왔지만, 돈이 없어 병을 못 고치거나 장애를 안고 어렵게 사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사망보험금을 기부하기로 결심했다.



최근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언론 등을 통해 이 사연이 알려지면서 큰 감동을 준 바 있다. 세상 현실이 아무리 각박할지라도 여전히 남을 도우려는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도 새삼 깨닫게 했다. 그러나 타인을 돕는 일에 점수를 매긴다면 우리 사회는 과연 몇 점이나 받을 수 있을까.



◆대한민국 기부지수 '세계 81위'



영국에 본부를 둔 자선원조재단(CAF, Charities Aid Foundation)은 세계 153개국, 15세 이상 19만50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기부지수를 지난해 9월9일 발표한 바 있다.

기부금 액수가 아닌 기부 활동에 초점을 맞춰 금전기부, 자원봉사, 낯선 사람 돕기 등 3개 항목의 질문을 통해 기부지수를 종합한 것. 3개 항목의 인구 대비 통계를 바탕으로 종합점수를 산정하고 국가별로 순위를 정했다.

조사 결과 기부지수가 가장 높은 국가는 호주와 뉴질랜드로, 두 국가는 기부지수가 57%에 달했다. 아일랜드와 캐나다가 56%로 공동 3위, 스위스와 미국은 55%로 공동 5위를 기록했다. 네덜란드(54%), 영국 및 스리랑카(53%), 오스트리아(52%) 등이 뒤를 이으며 10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한국은 기부지수 29%로 81위에 머물렀다. 비록 119위인 일본(22%), 147위인 중국(14%)에 비해선 기부지수가 높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만족할만한 순위는 분명 아니다.

◆기부에 인색한 부유층과 기업



부유층과 기업이 더 적극적으로 기부 활동에 참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강철희 연세대 사회복지대학원 교수가 발표한 '한국의 기부 현황과 발전과제'에 따르면 2008년 국세청 통계 기준 총 기부 규모는 8조9100억원이다. 이중 개인기부는 종교기부를 포함해 5조5000억원이며 국내총생산(GDP) 대비 개인기부 총량의 비중은 0.54%이다. 이는 미국(1.67%)의 3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

특히 소득 수준 대비 기부금 비율을 나타내는 자선기부노력(Philanthropic Effort) 정도를 살펴봤을 때 부유층의 기부활동 참여가 저조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강 교수는 "소득 수준이 높은 시민의 경우 기부노력의 정도가 가장 낮고, 특히 소득수준 90%대 시민의 기부노력 정도가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어 "소득 수준이 낮은 시민의 경우 참여도와 규모는 낮지만, 기부노력의 수준은 높게 나타났다"며 "소득 수준 20%대에 있는 시민의 기부노력이 상대적으로 가장 높다"고 덧붙였다. 이는 부유층의 기부 금액이 많고 기부 빈도도 잦지만, 높은 소득수준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적은 액수를 기부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기업 역시 마찬가지다. 강 교수는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한 2009년 기업사회공헌실태조사에서 사회공헌 참여율이 44.6%인 것으로 나타났다"며 "참여한 223개 기업 중 과반수 정도의 기업만이 매출액의 0.1%수준, 경상이익의 1% 이상의 수준에서 사회공헌을 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즉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 중 상위 100개 정도 기업만이 사회적 기준에 상응하는 수준에서 사회공헌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노블레스 오블리주 활성화 절실



사회에 기부문화가 자리 잡기 위해선 무엇보다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확산돼야 한다. 정무성 숭실대학교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방안으로 기부에 우호적인 세재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개인 기부에 대한 세재 혜택이 적고, 기부처에 따라 혜택에 차이도 존재하고 있다. 또 주식 등 현금 이외의 자산형태로는 기부가 용이하지 않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정 교수는 "기부 공제 및 면세의 폭을 확대하고 주식 및 부동산 기부에도 세금혜택을 제공해야 한다"며 "세금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기부처를 넓히고 기부처별 인센티브의 차별도 없애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비기부자에게는 상속세 압박을 가하는 패널티전략도 고려해야 한다는 게 정 교수의 주장이다. 아울러 정 교수는 "신탁제도의 활용이 가능하도록 신탁법을 개정하고 공익신탁에 관한 법률 제정 등 유산기부 관련 제도가 검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밖에 정 교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 활성화 방안으로 ▲계획기부, 유산기부 등 기부상품개발 ▲한국형 'The Giving Pledge(재산 절반 기부하기)' 재단 설립 ▲비영리단체의 적극적인 모금전략 ▲전문적인 기부 어드바이저 운영 ▲지도층의 기부활동에 대한 홍보 등을 제시했다.

국민 34.1% "기부 경험 있다"



우리나라 국민 중 약 34%가 기부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지난해 10월 전국 만19세 이상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기부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조사한 결과 지난 3년간 모금단체 또는 사회복지 단체에 '기부한 경험이 있다'고 한 응답자는 34.1%이다. 반면 65.2%는 '기부한 경험이 없다'고 응답했으며, 0.7%는 '잘 모름'을 택했다.

또 기부경험이 있는 국민들이 1년에 기부한 평균 금액은 29만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가장 많은 금액은 '10만원 미만'으로 32.0%에 달했다. 이어 '10~19만원' 21.4%, '30~39만원' 12.9%, '100만원 이상' 6.6%, '20~29만원' 8.2%, '50~99만원' 7.1%, '40~49만원' 2.5% 순이다.

기부 기간으로는 '4년 이상'이 48.7%로 가장 많았다. 이어 '1년 이상~2년 미만' 12.6%, '1년 미만' 11.2%, '2년 이상~3년 미만' 9.4%, '3년 이상~4년 미만' 9.3% 순으로 나타났다.



주요 기부방법으로는 28.0%가 '사회복지기관을 통하여'라고 응답했다. 이밖에 '방송매체를 통하여' 24.1%, '개인적인 활동을 통하여' 22.9%, '모금단체를 통하여' 22.0% 순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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