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업체·네이버서 일하던 형제, 동네 쓰레기통 뒤진 이유는…

머니투데이 이현수 기자 2011.09.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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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탐방<6> 찌라시 앱서비스 ‘우아한 형제들’

↑ 김봉진 대표(36·왼쪽)와 김광수 기술이사(38)가 '배달의 민족' 시작화면이 띄워진 태블릿PC를 들고 활짝 웃고 있다. 두 형제는 "이번 기회를 놓치면 더 이상 세상에 한번 도전해보기 힘들 거라고 판단해 동시에 회사를 뛰쳐나왔다"고 말했다.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김봉진 대표(36·왼쪽)와 김광수 기술이사(38)가 '배달의 민족' 시작화면이 띄워진 태블릿PC를 들고 활짝 웃고 있다. 두 형제는 "이번 기회를 놓치면 더 이상 세상에 한번 도전해보기 힘들 거라고 판단해 동시에 회사를 뛰쳐나왔다"고 말했다.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전국의 전단지가 앱 하나에 다 모였다. '21세기 최첨단 찌라시 어플'로 이름 붙인 '배달의 민족' 서비스이다. 시작화면에는 치킨, 피자, 지장면 등의 메뉴가 가지런히 정리돼있다. 원하는 메뉴를 고르면 자신이 있는 위치에서 반경 3㎞까지 있는 음식점을 볼 수 있다. 배달 음식을 먹고 싶을 때 더 이상 전단지를 찾거나 114의 도움을 받을 필요가 없게 된 셈이다. 서비스를 만든 '우아한 형제들'의 김봉진 대표(36)는 "통화버튼을 통해 바로 배달시킬 수도 있고, 사용자 리뷰를 통해 맛과 서비스를 미리 짐작해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이 회사는 두 형제가 만들었다. 기술이사를 맡고 있는 형 김광수씨(38)는 SI(system integration·시스텝 통합)업체에서, 웹디자이너 출신인 김 대표는 네이버와 네오위즈 등에서 각각 10여년을 일했다.



김 대표는 아이팟 아이폰 등 정보기술(IT) 관련 이슈들이 터져 나오자 '언제 또 이런 기회가 올까'라는 생각에 형을 설득해 2009년 함께 회사를 뛰쳐나왔다. "네오위즈에 다니던 시절 창업자인 장병규(현 본엔젤스 대표) 대표의 강연을 들었던 게 결정적이었죠. 장 대표는 팀원을 만나 뜻을 모았던 과정, 어려움을 이겨낸 경험담을 들려주었는데, 재미있다는 정도를 넘어 '나도 꼭 저렇게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가슴이 뛰었습니다."

형제는 6개월 간의 개발 끝에 론칭을 했고, 지난해 10월 정식사업자 등록을 했다. 지난 7월에는 인큐베이팅회사 본엔젤스에게 3억원의 투자도 받았다. 김 대표는 우스갯소리로 "처음엔 말리시던 어머니도 이제는 '쌍피'라고 하신다"고 했다.



창업 1년여 만에 14명으로 불어난 '우아한 형제들' 직원들의 평균나이는 34세. 주로 형제가 직장을 다니면서 만났던 동료들이다. 스타트업 치고는 많은 나이이지만 경험이 풍부한 사람들이 모인 것은 오히려 회사의 강점이 됐다. 김 대표는 "근면 성실한 게 우리의 모토이다. 특출한 아이템에 집착하기 보다 우리가 만든 아이템을 꾸준히 다듬어 발전시킨다는 데 더 가치를 두고 있다"며 "회사가 지속적으로 유지되려면 개인의 끼보다는 근면성실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밤새 작업을 해야 하는 개발자가 많은 회사지만 출근시간을 오전 9시로 정해놓은 것도 이 때문이다. 김 대표는 "본엔젤스에서 투자를 받을 때도 '다른 사람보다 잘 만들 자신은 없지만, 누구보다 성실하게 끝까지 만들어낼 자신은 있다'고 말한 게 어필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형제는 사업을 시작할 때만해도 직접 동네 분리수거함을 뒤져 전단지를 모았다. 전국 전단지 사업자들을 서울역에 불러 설명회도 했다. 음식점 주인들이 효과에 의구심을 보이자 콜멘트 기술도 개발했다. 콜멘트는 주문전화가 오면 '배달의 민족을 통한 전화입니다'라는 멘트가 나온 뒤 벨이 울리는 인증 시스템이다. 전단지를 돌렸을 때는 알 수 없었던 홍보효과를 실제로 확인시켜준 것. 김 대표는 "콜멘트 도입 후 유료광고를 요청하는 업체가 늘었다"고 말했다.

이 결과 서비스에 가입한 영업주는 현재 10만여명, 일반 가입자는 200만명이 넘는다. 손익분기점도 눈 앞에 두고 있다. '글로벌 진출이나 또 다른 아이템에 도전할 생각이 없냐'는 질문에 김 대표는 "한 우물을 파겠다"고 말했다. 로컬 깊숙이 들어가서 꺼낼 수 있는 것은 다 꺼내겠다는 얘기이다. 그는 "전단지 광고시장의 온라인화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지역 소상공인들의 광고 플랫폼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멘토 코멘트] "온·오프라인 양쪽에서 풍부한 경험을 갖춘 인력구성"

강석흔 본엔젤스 이사 강석흔 본엔젤스 이사
'우아한 형제'들은 경험 많은 개발인력들과 오프라인 영업인력까지 갖춘 창업 멤버 구성이 강점이다. 특히 김봉진대표는 디자이너 출신으로서 서비스의 독특한 캐릭터와 UI(user interface)를 성공적으로 만들었다. 타겟 사용자인 젊은 층의 주목을 끌 수 있는 톡톡 튀는 기획력과 수시로 바뀌는 오프라인의 배달업소 전단지를 초기에 발로 뛰어 수집한 끈기와 실행력을 높이 평가하고 싶다.

'배달의민족' 서비스는 지난 10여 년 동안 인터넷 비즈니스에서 많은 대기업들과 포털이 수차례 공략했으나 결국 활성화하지 못했던 지역정보서비스를, 스마트폰 보급을 계기로 성공시켜 나가고 있다. 사용자들의 기존 배달주문 사용습관을 그대로 활용하면서, 전단지를 끊임없이 발행하고 배포해야만 하는 배달업소의 니즈를 효과적으로 연결시켜주는 플랫폼 비즈니스로서의 속성이 매력이다.

현재 리뷰 및 유료광고가 안착되고 있고, 결제, 쿠폰, 마일리지 등을 순차적으로 적용할 예정이라, 광고시장 규모가 조 단위에 이르면서도 그 동안 한 번도 온라인화 되지 못했던 낙후된 배달주문 시장을 효율화함에 따른 고성장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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