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무소속 출마, '정치권 핵폭탄'될까

머니투데이 양영권 기자 2011.09.02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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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속 출마땐 '3파전' 예상…야당·진보진영 "지지층 상당 흡수할 것" 당혹

안철수 무소속 출마, '정치권 핵폭탄'될까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에 이어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정치권에 소용돌이가 일고 있다. 폭넓은 지지층을 확보하고 있는 안 교수가 무소속으로 출마할 경우 여야 후보와 함께 '3파전'이 벌어질 것으로 보여 각 당의 선거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안 원장은 서울대 의대 출신으로 안철수연구소를 설립, 국내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 개발에 선구적 역할을 했다. 성공한 최고경영자(CEO)로 이름을 날렸지만 돌연 사직하고 유학을 떠났다. 이후 KAIST 석좌교수를 거쳐 지난 6월부터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을 역임하고 있다.



대학생들이 가장 본받고 싶어하는 인물 1위로 꼽힐 정도로 20∼30대 청년층의 큰 호감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한나라당과 민주당 모두 최근까지 안 원장 영입에 심혈을 기울인 것으로 알려졌다.

안 원장은 일단 무소속 출마를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기존 정치권에 거부감을 갖고 있는 유권자를 대상으로 상당한 득표력을 발휘해 한나라당 후보, 야권 통합 후보와 함께 3파전이 점쳐진다.



특히 안 원장에 선호도를 고려할 때 여권보다는 진보, 중도 성향의 야권 지지층을 상당수 흡수할 것이라는 관측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야당과 진보진영을 중심으로 당혹감을 숨기지 않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안 원장이 아직 출마 선언을 하지 않은 상황에서 언급할 상황은 아니지만 무소속 출마를 고집할 경우 결과적으로 젊은 층 지지를 흡수해 여당 후보에게 득이 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문화평론가 진중권씨는 트위터 글에서 "상황이 아주 복잡해진다"며 "박원순 변호사와 안철수 교수가 맞붙는 것은 정말 상상하기도 싫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여권은 상황을 주시하는 입장이다.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는 이날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안 원장의 출마 검토에 대해 "(박원순 상임이사를 포함해) 본인들이 공직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본다"며 "공직 경험을 쌓는 게 중요한데 그러려면 선거에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안 원장의 출마는 여야의 대권 구도에도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안 원장이 무소속으로 선전할 경우 현재 서울시장 보선 지원을 검토 중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나 야권 통합을 통해 지지층 확대를 꾀하고 있는 손학규 민주당 대표에게 타격이 불가피하다.

일부에서는 안 원장이나 박원순 상임이사 등 정치, 행정 경험이 없는 인물을 중심으로 선거 구도가 형성되는 데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박 변호사나 안 원장이 무슨 생각으로 선거 출마를 계획하는지는 모르겠지만 행정은 단시간에 되는 게 아니다"며 "당선된다 하더라도 우리 사회가 또다시 아마추어리즘에 휩싸이는 일이 벌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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