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스푸어 vs 집의 노예 '팡누'"

머니투데이 이해익 리즈경영컨설팅 대표컨설턴트 2011.09.01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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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에세이]부동산 투기, 동반성장의 함정

"하우스푸어 vs 집의 노예 '팡누'"


'8·18 전·월세시장 안정방안'이 발표됐다. 2011년 들어 세 번째 전·월세 대책인 셈이다. 골자는 수도권에서 주택 1채만 임대해도 양도소득세 중과배제와 종합부동산세 비과세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은 '있는 사람'들만 혜택을 더 보는 구조가 됐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가을철 전세대란을 잠재우기 역부족이란 소리가 높다. 더 화끈하게 하란 보수매체의 논지다. 전·월세는 올 들어 매달 평균 1%씩 올라 '전세난민'이 유행어가 됐다. 전·월세 수요의 핵심이 신혼부부와 젊은이인 점을 감안하면 정말 예삿일이 아니다.



요즘 젊은이들은 결혼·출산·육아를 '포기'한 이른바 '삼포세대'라는 말도 있다.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는 대권가도에 진작 '복지'로 말뚝을 박아놓은 채 기다리는 형국이다. 또 야당도 무상급식 등 복지를 띄우고 있다. 복지에는 딱히 여야가 없는 셈이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삼포의 원흉은 사실상 '집'이다.

이런 판국에서도 고위 공직자 청문회를 보면 늘 부동산 투기에 따른 시빗거리가 터지고 있다. 그러니 동반성장·국민화합은 공염불이다.



◇부동산 투기, 동반성장의 함정

서민들과 일반 젊은이들은 집이 없을 때 전·월세로 고통을 받는다. 또 집을 어렵게 장만하고서도 골치를 썩는다. 그래서 하우스푸어(House poor)라는 말이 생겼다. 직장은 있지만 벌이가 신통치 않은 계층이 있다. 그래서 아무리 일을 해도 빈곤을 벗어날 수 없다. 이를 워킹푸어(Working poor)라 한다. 이처럼 번듯한 집이 있지만 무리한 대출과 세금부담으로 쪼들려 사는 '아파트 가진 빈곤층'이 하우스푸어다. 부동산시장이 얼면서 집을 내놓아도 팔리지 않아 그들은 사면초가다.

게다가 모아둔 쌈짓돈을 펀드에 투자했다가 주저앉은 펀드푸어(Fund poor)까지 겹치면 절망 자체다. 이런 현상은 한국만의 일도 아니다. 2008년 월가의 금융위기도 사실 불로소득을 노린 미국인들의 집투기에서 비롯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베이징 특파원들의 보도내용을 보면 확연히 알 수 있다.


중국이 시장경제를 받아들인 이래 중국서민들은 집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다. 사회주의국가에서 무슨 집문제냐고 할 지 모르겠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집 없는 팡누, 집 많은 팡둥

국가에서 주거생활을 보장해주던 사회주의 복지제도였던 이른바 '푸리펀팡'(福利分房)이 유명부실해진 탓이다. 연일 천정부지로 값이 치솟는 집을 개인이 마련하기 위해 고생하지 않으면 안되게 된 것이다. 하나있는 자식인 샤오황디(小皇帝)에 목을 매는 '자식의 노예 하이누(孩奴)'에 빗대 집 없는 노예라는 뜻의 '팡누'(房奴)라는 신조어가 생긴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베이징의 중형아파트 가격은 평균 150만위안(한화 2억5000만원) 내외다. 베이징 근로자들의 평균 연봉인 4만위안의 37.5년치에 해당한다.

"우리 엄마가 선을 볼 때 빼놓지 않고 하는 질문이 하나 있어. 아파트가 있느냐는 거야. 무조건 있다고 해야 해. 알았지?" 중국에서 인기리에 방영된 '팡누'라는 TV드라마에서 여주인공이 애인에게 신신당부하는 절절한 장면이다. 반면 '집부자 팡둥(房東)'도 수두룩하다. 베이징 요지에 10채 넘는 아파트를 보유한 집부자들도 많다. 몇 채가 됐든 주택 보유에 대한 규제가 미미하기 때문이다. 한국도 요리조리 핑계를 대며 늘 그래왔다. 야금야금 투기로 돈을 벌 수 있는 구조를 개혁해야 좋은 세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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