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선물옵션, 외국인 전용 대박 카지노"

머니투데이 임지수 기자 2011.08.29 06:04
글자크기

[한국 증시 개조 프로젝트 'WHY&HOW' ④선물옵션]


-꼬리는 세계 1위, 몸통은 아이
-외국인, 파생 연계 손쉽게 시장 좌우
-이번 폭락에도 옵션-현물 대규모 차익 분석


국내 선물옵션 시장이 거대한 도박장으로 변질되고 있다.
주식투자에 실패한 개인들이 마지막으로 찾는 곳이 파생시장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하지만 '대박'은 막대한 자금력을 갖춘 외국인들의 몫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국내 파생상품 시장은 외국인 투자자들의 '수상한 매매'가 시장불안과 개인투자자 손실로 이어지는 경우가 빈발하고 있다.



◇풋옵션 저가 매수→주식 매도→폭락→풋옵션 차익...투기 혹은 작전?

미국 경제 더블딥(이중침체) 가능성과 유럽 재정위기 우려감이 커지면서 지수가 폭락했던 이달 초 외국인들은 대규모 주식 순매도에 나서며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외국인들은 옵션시장에서도 지수가 하락해야 수익을 내는 풋옵션을 대거 매도(지수하락시 손실)했고 이 물량을 개인투자자들이 대부분 받아갔다.
하지만 이 기간 지수가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풋옵션을 매도한 외국인들 보다 이를 받아간 개인들이 더 큰 손해를 봤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수폭락에 앞서 미리 풋옵션을 싼 가격에 대거 매수했었고, 막상 폭락이 진행돼 풋옵션 매수 프리미엄이 높아지자 이를 되팔아 되는 과정에서는 이를 되팔아 수익을 냈다는 것이다.



실제로 외국인들은 지난달 옵션만기일이었던 7월14일 이후 같은 달 28일까지 풋옵션 매수 포지션을 30만계약까지 늘리며 지수 하락에 '베팅'했다.
지수 하락이 시작된 이달 3일부터 풋옵션 매도로 돌아섰고 반대로 개인들은 같은 날부터 풋옵션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계속된 지수 하락으로 풋옵션에서 '대박'이 나자 '한탕'을 노린 개인들의 추격 매수가 이어졌다. 만기일을 이틀 앞둔 지난 9일 개인들의 풋옵션 순매수 규모는 4412억원으로 사상 최대에 육박했고 외국인들은 4978억원 어치를 순매도했다.

한 전문가는 "외국인들이 7월 중후반 풋옵션을 사들일 당시는 지수 흐름이 견조해 풋옵션 가격이 매우 낮았지만 지수 하락으로 풋옵션 프리미엄(가격)이 이상 폭등했고 외국인들은 앞서 싸게 사들인 풋옵션을 비싸게 팔아치워 큰 수익을 올렸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개인들이 풋옵션을 대거 순매수 한 뒤 10일과 11일, 연 이틀 지수가 반등하면서 뒤늦게 대박을 노리고 풋옵션에 뛰어든 개인들은 큰 손실을 입을 수 밖에 없었다는 지적이다.


A증권사 파생담당 애널리스트는 "7월 옵션만기일 이후 부터는 그리스 사태 해결 등으로 지수 상승의 기대감이 컸던 때였던 만큼 풋옵션을 꾸준히 사들인 외국인들의 매매 행태는 투기성이 짙었거나, 극단적인 경우 현물 대거 매도를 염두에 뒀던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B증권사 파생부문 연구원 역시 "실제로 외국인들은 현물시장에서 대규모 매도로 지수 하락을 주도하고 이에 따라 풋옵션에서 큰 수익을 거뒀다"며 이같은 분석에 공감했다.

몸보다 커진 꼬리..'제2의 11.11 옵션사태' 우려 상존

검찰수사를 통해 전말이 드러난 '11.11 옵션 사태'는 외국 기관이 옵션시장을 통해 인위적으로 시장을 뒤흔든 대표적인 사례다. 국내 증시 관계자들은 규모와 시장충격 차이가 있을뿐 이런 일이 처음이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한국 도이치 증권과 도이치뱅크 직원들은 지난해 11월11일 옵션만기일 당시 장 마감 직전, 코스피200지수 풋옵션을 대량 매수한 뒤 주가조작으로 코스피지수를 하락시켜 448억8783만원의 시세차익을 얻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보유 중이던 2조4400억원 상당의 코스피200 구성 199개 종목 주식을 동시호가 시간인 오후 2시50분부터 3시까지 10분간 모조리 팔아치웠다.
이들은 주가 하락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동시호가 직전가 대비 4.5~10% 낮은 가격으로 7회에 걸쳐 분할 주문하는 정교함까지 보였다. 결국 코스피지수는 전일 대비 53.12포인트 급락하며 증권시장을 충격에 빠뜨렸다.

이처럼 외국인들이 국내 주식시장을 자신들의 놀이터로 삼을 수 있는 것은 국내 파생상품시장이 현물시장에 비해 비정상적으로 커졌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파생상품 시장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64조원에 달해 15년만에 400배가 넘게 급증했다. 특히 지난해 거래량은 37만5000만건으로 2년 연속 세계 1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전세계 파생상품 거래량의 16.8%가 우리나라에서 발생했다.

문제는 현물시장의 성장속도가 파생시장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것. 꼬리인 파생상품시장은 세계 1위 규모로 자라났지만 몸통인 현물시장은 여전히 세계 17위(시가총액 기준)에 머물고 있다.

현물시장에 비해 파생상품시장이 매우 발달돼 있고 거래가 활발한 만큼 글로벌 투기세력 사이에 한국 증시는 '장난치기 쉬운 놀이터'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다는 게 시장 관계자들의 말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파생시장의 체질개선이 없다면 언제든 '제 2의 11.11 옵션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옵션이란

파생 상품의 일종으로 미리 결정된 기간 안에 특정 상품을 정해진 가격으로 사고 팔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특정 금융 상품을 정해진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를 콜 옵션(call option), 팔 수 있는 권리를 풋옵션(put option)이라고 한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