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융자 중단" 미래에셋 외로운 목소리

머니투데이 김희정 기자 2011.08.24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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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수익↓ 이자수익↑… 폭락 전 신용거래 역대 최고

"약세장에서 일반 개인투자자들이 신용, 미수를 통해 주식투자를 해선 안 된다." 지난 16일 신규고객에게 신용융자 중단조치를 취하면서 박현주 미래에셋증권 회장이 한 말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신규고객에게 일괄적으로 신용융자를 중단하고, 기존고객 역시 신용융자와 주식(펀드)담보대출 한도를 축소한 상태다. 이미 폭락장에서 막대한 손실을 입은 기존 대출고객들의 불만은 컸다.



주가가 오를 때 다시 신용 레버리지로 손실을 만회해야 하는데 이제 와서 대출한도를 줄이는 건 사후약방문이라는 볼 멘 소리를 내놓았다.

고객 이탈 및 수익감소 우려에도 불구하고 미래에셋증권이 이런 결정을 내린 이유는 뭘까.



사실 신용거래와 미수금은 개미에게 뿌리칠 수 없는 유혹인 동시에, 증권사에게도 에덴동산의 선악과와 같다. 고객들에게는 치명적일수 있지만 영업수익이 시원찮을 때도 신용거래이자와 미수금이자만큼은 확실한 수익원으로 효자노릇을 해주기 때문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2010년 회계연도 기준으로 주요 증권사들의 순이익은 대부분 감소했으나 신용공여이자와 미수금이자 등 이자수익은 일제히 늘었다.

우리투자증권은 지난해 연간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5% 줄어든 1533억원에 그쳤지만 신용공여이자는 오히려 27%, 223억원 늘어난 805억원에 달했다. 전체 순이익의 절반이상이 개미들을 대상으로 이자놀이를 해 번 수익인 것이다.


키움증권은 지난해 순이익 증가분 239억원 중 신용공여이자 증가분이 171억원을 차지했다. 반면, 수수료수익은 109억원이 감소했고 파생상품거래이익은 274억원이나 줄었다. 본업이나 투자는 오히려 까먹고, 이자수익만 챙겼다는 뜻이다.

대우증권도 지난해 순이익이 629억원 줄었지만 신용공여이자는 155억원 늘어 707억원을 기록했다. 한국투자증권 역시 순이익은 403억원 줄었으나 신용공여이자가 164억원 늘어 순이익 감소폭을 줄여줬다.

증권사는 영업수익이 줄어든 가운데에서도 신용공여로 순이익을 늘리거나 순이익 감소폭을 줄였지만 개미들은 폭락장에서 속수무책으로 레버리지만큼 막대한 손실을 떠안게 됐다.

6거래일 연일 주가가 폭락해 담보가치가 하락한 지난 9일 미수금 대비 반대매매비중은 8.7%까지 치솟았다. 폭락 직전인 8월초 신용거래(융자+대주)는 역대 최대 수준이었다.

미래에셋증권이 신용공여이자 수익을 상당부분 포기하고 신용융자를 중단했지만, 신용공여이자 수익 규모가 큰 다른 증권사들 중 신용거래 일시 중단이나 융자한도를 줄이는데 동참한 증권사는 아직까지 한 곳도 없다. 자문형랩어카운트 수수료를 우후죽순으로 낮추던 지난 2월 초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8월 초까지 증시가 상승세를 유지하자 개인들이 저금리를 이용해 신용이나 대출을 통해 주식을 많이 샀다"며 "수수료 경쟁으로 브로커리지 수익은 줄었지만 금리경쟁은 할 필요가 없으니 증권사의 관련수익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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