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문 읽느라 서로 인사도 못해
독일 주식시장의 DAX지수가 2년반 새 최고폭(5.82%)으로 떨어진 다음날(19일) 아침 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이너차이퉁, 파이낸셜타임스(독일어판) 등은 암울한 분위기였다. 주식거래인의 걱정스런 표정, 급락한 주가그래프….
유럽중앙은행(ECB) 앞에서 만난 드레스드너방크 직원 카타리나 스토크씨는 "요즘 출근하면서 신문을 읽느라 동료들에게 제대로 인사도 못하고 지나칠 때가 많다"며 "(사무실에선) 모니터에서 좀처럼 얼굴을 떼지 못하고 점심도 간단히 때운다"고 전했다.
독일증시가 5.82% 급락한 지난 18일 프랑크푸르트증권거래소의 황소상 앞에서 독일의 한 인터넷경제TV(OM TV)가 시황방송을 준비중이다.
그는 "은행들에서 달러자금과 유로자금 조달비용간 갭이 커지는 등 불안정한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며 "그리스은행과는 거래가 사실상 중단됐고 프랑스 국가신용등급 강등설이 나온 후 극도로 몸을 사리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그는 독일은행들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같은 패닉 수준은 아니라고 말했다.
특히 이런 불확실성으로 인해 유럽계 자금이 한국에서 이탈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지만 일시적인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그는 내다봤다. 한국에는 위안을 주는 대목이다. 슈라이버 사장은 "일시적으로 자금이 빠져나올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한국 등에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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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 리거 코메르츠방크 수석애널리스트도 "단기적인 변동은 있겠지만 높은 수익률을 모색할 때 아시아, 특히 한국에 투자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원만 금융감독원 프랑크푸르트주재실장도 "현재 (유럽계 자금이) 투자할 만한 곳으론 펀더멘털이 좋은 한국 등 아시아가 꼽힌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독일 DAX지수가 5.82% 급락하던 지난 18일 프랑크푸르트거래소의 내부 모습. 직원들이 모니터를 통해 시장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김영찬 한국은행 프랑크푸르트사무소장은 "유로본드 도입에 찬성하는 쪽은 영국이나 이탈리아 등으로 실제 돈을 대야 하는 이들이 아니다"라며 "독일인들은 채무국의 재정정책을 통제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금을 지원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실제 카이 카르스텐센 IFO연구소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유로본드 발행시 공동금리가 적용되는데 독일의 경우 조달금리가 2%포인트 이상 높아지면서 재정지출의 15%까지 추가 부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물론 유럽 재정위기가 심화되고 경제성장의 둔화세가 뚜렷해지면 독일이 결국 적극적인 행보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게 독일 금융가의 예상이다. 독일경제가 상대적으로 탄탄한 데다, 유럽연합(EU) 수출비중이 높은 탓이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유럽중앙은행 앞의 엔화 형상. 독일에서는 최근 그리스의 유로존 축출 또는 탈퇴나 심지어 독일의 마르크 복귀 등과 같은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그리스나 일부 남유럽 국가의 유럽연합(EU) 탈퇴나 축출, 독일 등 건실한 국가를 중심으로 한 새 유로화 도입, 독일의 마르크화 복귀 등과 같은 제안이 나온다. 하지만 하나의 견해일 뿐 실현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그리스가 EU에서 탈퇴하는 경우 그리스 정부, 기업, 은행이 진 채권은 회수가 거의 불가능해져 제2의 리먼 브러더스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독일도 새로운 유로를 도입하거나 마르크화로 복귀하는 경우 환율절상으로 인해 경기 침체가 불가피하며 EU 해체나 분열에 대한 책임 문제로 이 접근을 선택할 가능성이 낮다. 이른바 EU'이혼비용'이 간단치 않은 셈이다. 이는 구제금융에 비판적이었던 이들이 결국 유로본드 발행을 수용할 것이란 예상으로 이어진다.
리거 수석 애널리스트는 "메르켈 총리가 유럽통화동맹(EMU) 붕괴 위기에 직면하게 되면 유로본드에 동의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시장의 공포를 오랜 기간 동안 가라 앉힐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 과정은 그리 순탄치는 않을 전망이다.
리거 애널리스트는 "민간과 공공부문 부채의 '거대한 청산(Great Unwind)'은 수년간에 걸친 고통스런 작업이 될 수 밖에 없다"며 "이 점이 광범위하게 받아들여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