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함'을 생각해보자

유영만 한양대 교수 2011.08.29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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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청계광장>

생각한다는 의미는 이런저런 물음을 통해 이제까지 누구도 던지지 않은 질문을 던져 낯선 가능성을 찾아내는 사유(思惟)와 엉킨 실타래를 조목조목 따져보면서 깊게 파고 들어가 보기도 하고 넓게 찾아보는 사색(思索)이다. 이런 사유와 사색의 결과 이전과는 다르게 사고(思考)할 수 있으며, 다른 사고가 다른 사상(思想)을 낳는 원동력이다. 결국 생각한다는 것은 이전에 파고들어가 보지 않았던 깊은 곳으로 내려가 다른 가능성을 찾아보기도 하고, 더 넓게 탐색하면서 결정적인 단서를 다른 각도와 방향에서 찾아보는 것이다. 즉 생각함(thinking)은 곧 깊고 넓게 찾아봄이다. 찾아봄은 넓게 둘러봄이며 깊게 파고듬이다. 생각함은 둘러보고 파고들면서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캐물어보고 따져보는 과정이다. 생각함은 좌정관천의 어리석음에서 벗어나기 위해 한우물을 파되 넓게 파면서 굳게 닫힌 문을 열어보려는 호기심이자 궁금함이다.

생각한다는 것은 의심함이며 의문과 질문을 던져 궁금함을 파헤치려는 집요함의 다른 이름이다. 남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을 그래서 궁금한 것이 많은 사람이자 궁금한 것을 파헤쳐 밝혀내지 않고서는 참지 못하는 집요한 사람이라 할 수 있다. 이전과 다른 생각을 통해서 새로운 사실이나 현상을 알게 되었어도 알아낸 진리를 영원불변한 진리로 인정하지 않고 잠정 기간 동안 특수한 상황에서만 통용될 수 있는 일리로 인식하는 생각이야말로 깨어있는 생각이다. 색다른 생각을 통해서 깨달은 진리도 내가 알지 못하는 그래서 알아야 되는 또 다른 진리 앞에서는 진리가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이 중요하다. 알면 알수록 더욱 모르는 사실이 많다는 겸손한 생각이 또 다른 앎의 경지로 끌어올려 준다. 내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불완전한 앎이며, 미완성의 앎이기에 또 다른 앎을 향해 끊임이 배움의 항해를 계속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진정한 생각의 진수다.



생각함은 당연함에 시비를 걸고 근본과 근원을 따져 물어보는 물어봄이다. 생각한다는 것은 이전과는 다른 물음을 던져 베일에 가려진 색다른 잠재적 가능성을 드러내는 작업이다. 생각함은 그 누구도 물어본 적이 없는 낯선 물어봄으로 근원을 밝혀보려는 집요한 탐구심이다. 생각함은 물어볼 가치가 없거나 원래 그렇다고 생각하는 당연함과 물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고정관념과 타성에 맞서 의문을 품어보고 심각한 회의를 제기해보는 과정이다. 생각함은 또한 물어보지 않고서는 참을 수 없는 불편함이며, 질문하지 않으면 견디기 어려운 괴로움이다. 생각함은 그래서 불편함을 해소하고 괴로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지금까지 가보지 않은 길을 색다른 질문을 던지면서 미지의 세계를 향해 두려워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려는 몸부림이다. 몸부림은 모르는 사실을 알아내고야 말겠다는 치열함이다. 알고 싶은 대상과 사람에 대한 그리움이 사무칠 때 치열한 몸부림이 시작된다. 몸부림은 기존 생각으로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난제에 직면할 때 더욱 뜨겁게 움직인다. 몸부림치지 않고서는 위대한 생각은 탄생되지 않는다.

그리움에 사무치면 그리워하면서 연필로 종이를 긁는다. 아픔을 견디지 못하면 고통을 양념으로 글을 쓴다. 외로움을 견디지 못하면 고독을 안주로 글을 씹어 먹는다. 서러움을 참지 못하면 눈물로 글을 적신다. 몸부림치는 생각을 표현하면 다른 사람을 몸부림치게 만드는 글이 된다. 몸부림친 흔적이 담겨 있는 글이라야 몸부림치게 만든다. 단어를 눈물에 적시고 뜨거운 정감으로 데운 다음 뼈저린 체험으로 녹여내는 글이 사람들의 눈시울을 뜨겁게 만들고 몸서리치는 각성을 전해주며 잠 못 이루는 밤을 홀로 지새우게 만든다. 이렇듯 모든 몸부림치는 생각은 추락하지 않으려는 의지의 증표다. 지금보다 나빠지지 않으려는 처절함이자 지금을 넘어 다른 세계를 꿈꾸는 간절함이다. 무엇인가를 간절히 갈구하려는 자세와 노력이 이전과 다른 생각을 임신하게 만든다. 다른 생각의 임신이 다른 생각을 출산한다. 몸부림치는 생각의 치열함과 집요함이 내 생각뿐만 아니라 내 몸을 건강하게 만든다. 그래서 생각은 머리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온 몸으로 하면서 가슴으로 느끼는 것이다. 몸부림치지 않는 머리로만 이루어지는 생각은 다른 사람의 생각을 바꿔놓기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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