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평가사인 S&P는 이번 달 6일 미국 국가신용등급을 한 단계 강등시켰다. S&P는 미국의 100%에 육박하는 공공부채규모, 향후 3~4년 동안 높은 수준을 기록할 재정적자 이외에도 정치권 분열을 신용등급 강등의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OECD 국가 중에서 낮은 축에 속하는 담세율과 반대로 높은 축에 속하는 빈부격차는 이른바 '미국적 가치'를 상징한다. 미국은 증세와 감세, 사회복지지출 축소와 확대를 놓고 정치적 힘겨루기에 치중해 채권발행 능력과는 상관없는 채무한도 문제로 디폴트까지 도달했다. 디폴트는 외채 원리금 상환 만기일에도 원리금을 갚지 못하는 상태를 뜻한다. 국가 부도에 이를 때까지 미국 정치체제가 원활하게 작동하지 못했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물론 반론을 내세울 수도 있다. 미국 국채는 미국 내에서 다른 대체수단이 없는 채권이다. 금융기관이 유동성을 확보할 때나 적정수준의 BIS비율을 맞출 때 보유할 대체채권이 마땅치 않다. 신용등급 하락에도 불구하고 미국 국채 가격이 오히려 올랐다는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 그렇지만 미국 국채와 모기지 채권의 상당부분이 미국 비거주자인 외국 중앙은행 등이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은 위의 주장을 옹색하게 만든다. 물론 달러화 중심의 국제통화체제가 쉽사리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달러에 대한 수요는 어느 정도 유지될 것이다. 다만 중국, 일본, 한국, 사우디 등은 단순히 유동성을 위해 미국금융자산을 보유하지는 않는다. 자산의 가치보전이 중요하다. 결국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달러화 자산 비중은 차츰 줄이고 미국 국채의 이자율 및 국내 이자율은 상승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만약 그리니치 천문대가 지진 때문에 지금보다 100m 정도 움직인다면 그저 다른 지역의 위치나 항법장치도 바꿔주면 될 일이다. 이러한 과정은 순식간에 일어나는 게 아니라 조정과정이 필요하다. 미국국채의 신용등급 강등도 비슷하다. 다만 장기적으로 미국경제 부침에 따라 세계경제의 지형도가 바뀌는 것이라면 결과는 크게 다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