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불안 장기화? 은행 외화확보 '총력전'

머니투데이 오상헌 기자, 배규민 기자 2011.08.15 14:32
글자크기

美사태 이후 유럽계 자금 이탈 가속화...시중銀 위기대비 커미티드라인 속속 구축

금융당국이 국내 은행들의 외화 유동성 추가 확보를 거듭 주문하고 나섰다.

한마디로 '장기전'에 대비하라는 '지시'인 셈이다. 미국과 유럽발 재정위기가 '끝물'이 아닌 '시작'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금융당국은 실제 이번 사태 이후 '단기'보단 '장기'에 대한 걱정을 많이 했다. 금융위기보다 재정, 실물위기인 만큼 '장기 악재'란 인식이 강했다. 그런데 이에 대한 금융권의 준비는 단기에 치중돼 있었다.



특히 유럽 재정위기 심화 가능성까지 대두되자 당국의 고민은 더 깊어졌다. 국내 금융시장은 유럽계 자금 비중이 특히 크다. 유로존 위기로 유럽계 자금이 급격히 이탈할 경우 '돈맥경화'에 직면하고 실물 부문까지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뜻이다.

금융당국이 지난주 말 은행 자금 담당 임원들을 재소집해 '커미티드 라인'(단기 마이너스 대출 성격 구속성 외화자금) 추가 확보를 주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금융시장 불안 장기화가 불가피한 만큼 최악의 경우를 상정한 선제적 대응이 긴요하다는 것이다.



◇외국 자금 5조 '썰물'···절반이 유럽계= 15일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11일까지 미국과 유럽 재정위기로 국내에서 빠져나간 외국인 자금은 모두 5조765억원이다.

이 기간동안 국내 증시를 이탈한 유럽계 자금은 2조7417억원이다. 썰물처럼 나간 외국인 돈 중 절반 이상이 유럽계 자금이다. 나라별로는 룩셈부르크계(8945억원)가 가장 많고 프랑스계(6054억원), 영국계(4473억원), 독일계(1558억원) 등의 순이다.

증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이었던 채권시장에서도 같은 기간 유럽 자금이 2조680억원 순유출됐다. 프랑스계 자금이 절반에 가까운 8289억원을 차지한다. 프랑스가 신용등급 강등 위기에 처하면서 신용위기를 우려한 프랑스계 투자 자금이 서둘러 한국 시장을 이탈했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국내 경제는 펀더멘털 측면에선 미국에 민감하지만 수급에선 유럽계 자금에 의해 많이 움직인다"며 "유럽자금이 빠져나가면 상황이 심각해 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은행권 고위 관계자도 "유로존 전체에 위기가 발생하면 국내 금융시장도 영향을 피해갈 수 없다"며 "외화 유동성 문제가 급선무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 "은행, 최대한 많이 외화 확보하라"= 금융당국은 국내 은행들이 글로벌 '신용경색' 가능성에 대비해 최대한 많은 외화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금융위·금감원은 지난 11일 은행 자금시장 담당 부행장들을 불러 모았다. 미국과 유럽 재정위기의 장기화 가능성이 언급됐다고 한다.

은행들의 외화 유동성 상황도 재점검했다. 금융당국은 특히 은행들에 외화 차입선 다변화와 함께 '커미티드 라인' 추가 구축을 주문했다. 국내 은행들은 현재 10억~20억 달러의 외화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다. 상황이 악화되더라도 최소 3개월에서 연말까지 버틸 수 있는 규모라는 게 은행권의 설명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은행별로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대형 은행들이 15~18억 달러, 다른 은행들도 10억~15억 달러 수준의 외화 자금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위기 때 언제든 꺼내 쓸 수 있도록 은행들이 확보한 '구속성 외화자금' 규모는 충분치 않다는 게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국내 은행 중에선 신한은행이 지난해 말 10억 달러의 커미티드 라인을 구축한 상태다. 기업은행과 수출입은행도 각각 1억3000만 달러, 1억2000만 달러를 보유하고 있다. 농협 역시 3000만 달러 규모의 커미티드 라인을 갖고 있다.

나머지 은행들도 속속 현재 계약을 완료했거나 준비 중이다. 하나은행은 최근 중국계 금융회사 등과 계약을 맺고 3억 달러 규모의 커미티드 라인을 확보했다.

국민은행의 경우 이번 주 1억 달러 수준의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우리은행도 모두 5억 달러의 커미티드 라인 구축 계약이 임박해 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