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 역사 110년..제약사 사장단 첫 '피켓'시위 나선다

머니투데이 최은미 기자 2011.08.11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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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유례없는 시위전.."추가 약가인하 시 2조 영업적자 불가피"

↑제약협회가 정부의 약가인하 정책에 반대하는 의지를 피력하기 위해 서울 서초동 소재 협회 건물에 현수막을 내걸었다. 12일 오전에는 협회 앞마당에서 항의시위를 벌일 예정이다.↑제약협회가 정부의 약가인하 정책에 반대하는 의지를 피력하기 위해 서울 서초동 소재 협회 건물에 현수막을 내걸었다. 12일 오전에는 협회 앞마당에서 항의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제약사 사장단이 12일 '피켓'을 들고 시위에 나선다. 국내 제약산업 110년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제약협회 이사회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약가제도 개선방안이 보고되는 오는 12일 오전 9시부터 위력시위를 벌이기로 결의했다고 11일 밝혔다.

제약협회는 서울 서초구 방배동 소재 협회 앞마당에서 항의시위를 벌인 뒤, 보건복지부에 항의 방문할 예정이다. 집회에는 제약사 사장들과 임원 등 최소 100여명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제약협회 이사회는 10일 오전 3시간에 걸쳐 이사회를 열고 추가 약가인하 정책이 시행될 경우 법적·물리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협회 측은 "기본적 생존기반 조차 고려하지 않은 채 단기적 성과에만 급급해 추진하는 보건복지부의 가혹한 '추가 약가인하 정책'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며 "추가 약가인하는 8만 제약인 중 2만명의 실직자가 나오는 '고용해고 사태'를 불러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이사회는 '제약산업 말살하는 비상식적 약가인하 즉각 중단하라'는 제목의 성명서도 채택했다.

제약협회는 정부가 추진 중인 추가 약가인하 정책이 내년 1월부터 시행될 경우 지속적인 적자발생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협회 측은 약가를 현재의 53.5% 수준으로 인하한다고 가정할 경우, 약 2조408억원의 영업적자가 발생해 이익을 낼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한다는 설명이다. 8900억원대 매출감소가 예상되는 기등재의약품 목록정비와 5000억~9000억원대 매출감소가 예상되는 시장형실거래가제도가 시행되고 있는 만큼 추가 약가인하는 사업을 포기하라는 것과 다름없다고 협회 측은 주장했다.


협회 측은 "인건비를 줄이고 광고홍보비와 연구개발비를 전혀 쓰지 않는다고 해도 적자해소가 불가능해 대규모 실업자 양산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정부 정책을 도저히 감내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제약업계가 복제약을 중심으로 건강보험 재정에만 의존해 연명해왔던 만큼 현 상황을 자초한 측면도 없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정부가 나서서 구조개편을 주도하지 않으면 신약개발 등 투자에는 인색하고, 리베이트 등 악덕관행만 일삼는 지금의 상황이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실제로 보건산업진흥원의 '2010 의약품산업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상장 제약사의 매출액은 1999년 이후 10년 간 2.7배나 증가했다. 영업이익률도 제조업의 2배 가까운 10%대를 매년 유지했다.

하지만 신약개발 투자에는 소극적이었다. 2009년 기준 다국적 제약사는 연구개발비로 매출액의 15.6%를 사용한 반면, 국내 제약사는 4.22%를 지출하는 데 그쳤다. 대신 판매관리비로 매출액의 37.7%를 투입해 리베이트 규모만 키웠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후진적인 제약산업을 구조조정하고 불합리했던 약가정책을 개선하는 차원"이라며 "글로벌 기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정책도 함께 내놓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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