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등급 강등은 시작, 앞으로 오랜 고통 이어진다

머니투데이 권성희 기자 2011.08.07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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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평가사 S&P가 미국의 신용등급을 가장 높은 트리플A(AAA)로 올린 것은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1년이었다. 이 S&P가 70년만에 미국의 신용등급을 더블A+로 한단계 낮췄다.

S&P의 신용등급 강등은 지난 5일(현지시간) 뉴욕 주식시장이 마감한 이후에 발표됐다. S&P의 이례적인 결정에 대한 글로벌 금융시장의 반응은 8일 아시아에서 사실상 처음 확인된다.



이에 따라 8일 아시아를 시작으로 다시 한번 도미노 패닉이 나타나며 공포의 월요일이 이어질지 관심이 집중된다. 일단 전문가들은 주식에 대한 투매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주 패닉에 미국 신용등급 강등 어느 정도 반영
지난주 연일 경험한 패닉(공황)성 투매에 미국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이 어느 정도 반영돼 있다는 지적이다. 스프링거 파이낸셜 어드바이저의 키이스 스프링거 사장은 월스트리트 저널(WSJ)과 인터뷰에서 "S&P의 미국 신용등급 강등은 시장이 이미 지난주 매도를 통해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 조사회사 캐피탈 이코노믹스의 폴 데일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WSJ와 인터뷰에서 "시장에 부정적인 반응이 있을 수 있지만 오래 가지 않을 것"이라며 S&P500 지수와 10년물 미국 국채수익률이 모두 지난주말 수준인 1200과 2.5% 부근에 머무를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주 글로벌 금융시장을 불안에 떨게 만든 것은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Downgrading), 미국의 침체(Depression), 유럽의 채무위기(Debt Crisis) 확산 가능성 등 3D의 공포였다. 이 가운데 '다운그레이딩(등급 강등)' 리스크는 지난주 내내 시장에 반영된 상황에서 현실로 드러났기 때문에 충격이 크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다.

미국 국채는 지난주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치는 가운데 가격이 오르면서 강세를 이어왔으나 신용등급 강등에도 불구하고 이같은 랠리 기조는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미국 증권사 제프리즈의 워드 맥카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금처럼 경제가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숨을 곳을 찾게 된다"며 "결국 투자자들이 안전하다고 생각하며 달려갈 곳은 금과 미국 국채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케네스 S. 로고프 하버드대학 경제학과 교수는 뉴욕타임스(NYT)와 인터뷰에서 "지금은 매우 감정적이고 변동성이 큰 환경이기 때문에 신용등급 강등과 같은 사건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과도한 반응을 유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블랙먼데이 피한다 해도 오랜 고통의 시간 불가피
8일이 '블랙먼데이'가 될지 여부를 떠나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이 글로벌 경제의 심각한 문제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준 상징적 사건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전세계는 2007년부터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를 잘 극복한 듯 보였으나 실제로는 후유증이 지속되며 미국의 경기침체 가능성과 유럽의 부채위기 확산이라는 형태로 또 다시 대수술 부작용을 드러내고 있다.

이런 점에서 S&P의 신용등급 강등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수습한 이후에 잠재돼 있던 미국과 유럽 선진국의 문제점을 재확인하는 '인증서'와 같은 것이다. NYT는 이에 대해 "쉬운 해법은 모두 소진됐으며 정치 지도자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계속되고 있는 불안한 경제 여건에 대중들의 분노가 고조되고 있어 (과감한 재정지출 삭감과 세금 인상 같은) 더 어려운 해법을 선택할 여력도 없다"고 지적했다.

조셉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학 경제학과 교수는 NYT와 인터뷰에서 "경제의 반동력이 매우 약하며 성장 동력이 사실상 거의 없다는 것이 미국과 유럽의 부채문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미 예견했듯 V자형 회복은 없으며 미국과 유럽은 일본의 장기 침체와 같은 L자형 경기 양상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S&P의 미국 신용등급 강등은 미국과 유럽이 장기 저성장에 빠져 부채를 갚아나갈 능력을 당분간 크게 개선할 여력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주는 사건이다. 아시아가 고성장을 이어갔지만 이는 미국과 유럽 선진국의 소비에 의존한 수출 덕분이었다. 미국과 유럽 경제가 부채의 늪에서 저성장을 이어간다면 아시아의 타격도 불가피하다. 결국 8일 글로벌 금융시장이 블랙먼데이를 피해간다 해도 앞으로 장기적으로 이어질 고통은 피해갈 수 없다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정책공조 움직임 나타나지만 양적완화 외엔 대책 없어
유로화를 쓰는 유로존과 주요 7개국(G7), 주요 20개국(G20) 등의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가 지난주말 연달아 전화회의를 가지며 최근 금융시장 불안에 대한 대처하기 위한 공조를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과 유럽은 재정적자를 줄여야 하는 상황에서 재정정책을 쓸 수 없고 금리는 이미 제로금리에 가까운 상태에서 금리를 더 낮추기도 어렵다. 결국 지난주 일본 중앙은행과 유럽중앙은행(ECB)이 연달아 국채 매입을 통해 유동성 공급을 확대하기로 한 것처럼 돈을 더 푸는 것외엔 뾰족한 수가 없다. 오는 9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계기로 미국에서 3차 양적완화(QE3) 논의가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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