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의 효자…기대수익 못낼땐 원금 까진다

머니위크 배현정 기자 2011.08.12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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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제2의 월급' 월지급식 금융상품

어느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있었다. 시어머니는 날만 새면 떡바구니를 들고 떡을 팔러 다녔다.
보다 못한 며느리가 "어머니 제발 떡 좀 그만 팔러 다니고 아기 좀 봐주세요"라고 말했다.

그래도 시어머니는 계속 떡을 팔러 다녔다. 그러다 시어머니가 늙어 병석에 눕게 돼 화장실 출입마저 못하게 됐다. 결국 시어머니의 대소변을 며느리가 치우게 됐다.



시어머니는 이때다 싶어서 변을 볼 때마다 뽕잎으로 덮고 그 위에다 배춧잎(만원권)을 얹어 놓았다. 그러자 며느리 하는 말, "어머님의 변은 보기만 해도 좋아요.^^"

인터넷에 떠도는 확실한 노후준비에 대한 유머다. 자고로 노년에 '돈'이 있어야 대접받는다는 뜻일 게다. 그럼 이쯤에서 웃자고 하는 유머를 정색하게 진지하게 뜯어보자.



이 시어머니가 힘겹게 떡 팔아 모은 배춧잎도 마르고 닳도록 나올 수는 없는 법. 배춧잎이 또 다른 배춧잎을 낳는 이자(수익)를 발생시키지 못한다면 언젠가는 바닥을 드러낼 것이고 며느리의 '변 예찬론'도 더 이상 기대할 수 없을지 모른다. 과연 노후의 안정적인 생활을 위해 자산은 어떻게 굴려야할까.



◆월지급식펀드 7000억 돌파, 노후대비 인기몰이

하나대투증권이 최근 풍요로운 노후를 보낼 수 있는 방법으로 제시한 한 광고에서 아이디어를 찾아보자.


'사자의 코털, 이브의 사과, 나무 위 벌집, 아버지의 퇴직금.'

이 네 가지는 세상에서 절대로 건드리면 안 되는 것이란다. 이중 주목할 것이 바로 아버지의 퇴직금. 이 소중한 목돈을 월지급식 금융상품에 넣고, 은퇴 후에도 매월 월급처럼 이자를 받으며 풍요로운 노후를 만들라는 내용이다.

요즘 이러한 '제2의 월급봉투' 인기가 예사롭지 않다. 직장을 다닐 때에도, 은퇴한 뒤에도 매월 또박또박 월급을 받을 수 있다면 그보다 더 기쁜 일이 또 있으랴.

'315만분의 1'이라는 확률을 뚫고 20년간 매월 500만원을 받을 수 있는 연금복권 1등에 당첨된다면 얼마나 좋겠냐만, 이러한 기적 같은 확률에 목매기보다는 금융상품을 활용해 알토란같은 수익을 내는 것이 보다 현실적인 방안일 것이다.

월지급식 투자 상품은 '제2의 월급봉투'라는 별칭처럼 일정한 목돈을 맡기면 매월 월급처럼 일정금액을 통장으로 받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상품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투자금액의 0.5~0.7%를 매월 지급받는 것이 보통이다. 예컨대 1억원을 투자하고 0.7%의 지급율을 선택하면, 매월 70만원을 지급 받을 수 있는 것. 이 경우 퇴직금 2억원을 맡긴다고 가정하면, 매월 140만원을 받을 수 있으니 꽤 유용한 월급봉투가 될 수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고령화가 시작된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이러한 월지급식 상품이 이미 대세란다. 월지급식펀드가 전체 펀드의 30%가 넘는 비중을 차지할 만큼 세력이 막강하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월지급식 금융상품은 무섭게 세를 불려가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월지급식펀드의 설정액은 7000억원을 돌파했다(약 7142억원, 8월4일 기준). 연초 1687억1900만원(1월3일 기준)과 비교해보면 4배 넘게 늘어났다.

매달 월지급식 펀드로 들어오는 돈도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 1월에는 한 달 동안 436억원이 들어오는데 그쳤지만, 지난 7월에는 1000억원이 넘는 돈이 관련 상품에 유입됐다. 이관석 신한은행 서울파이낸스센터 PB팀장은 "고령화로 노후의 고정적인 현금흐름을 중시하는 분위기가 널리 퍼지고 있고, 최근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월지급식 상품의 인기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다용도'월급봉투', 원금 손실 가능성 유의

월지급식 상품의 인기는 '다용도'라는 데도 있다. 은퇴를 준비하는 중장년의 개인 자금 뿐 아니라 전세 자금 활용수단, 정기적 투자자금 인출이 필요한 기업 자금까지 빨아들이고 있다.

지난 봄 전세대란을 겪은 양모(40) 씨는 전셋집을 반월세 조건으로 바꾸면서 돌려받은 보증금 1억원을 월지급식 상품에 투자하고 있다. 투자금액의 0.6%를 매월 지급받을 수 있는 상품에 가입했더니, 매월 내야 하는 월세 60만원의 부담이 사라졌다. 양 씨는 "은행 예금으로는 월세 부담이 어려워 고민이었는데, 월지급식 상품은 원하는 수준의 고정적인 현금을 매월 받을 수 있어 보증금 활용에 적합한 것 같았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기업 자금들도 월지급식 상품으로 몰려들고 있다. 지난달 말 대우증권에 따르면 지난 1월 출시한 골든에이지에 총 11개 일반 기업이 총 61억원의 자금을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삼성증권의 월지급식 상품인 팝골든에그에 올 들어 유입된 기업자금도 50억원을 넘어섰다. 보수적 성향이 강한 법인 투자자들이 소액으로 성과를 검증한 후 추가 자금을 집행하는 특성이 있는 만큼 추후 법인 자금 유입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김대열 하나대투증권 웰스케어센터 부장은 "월지급식펀드에 투자하면서 매월 지급되는 분배금을 주식형 적립식펀드에 투자하거나, 월 분배금을 자녀의 적립식 펀드 등으로 이체해 증여수단으로 활용하는 방법 등도 우수한 활용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다용도의 '월급봉투'를 만능봉투로 오해해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월지급식 상품은 원금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을 유의해야한다. 서경덕 하나대투증권 웰스케어센터 차장은 "만일 투자한 상품이 기대했던 수익을 내지 못한다면 매월 지급되는 분배금은 원금에서 차감돼 지급된다는 점을 분명하게 인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펀드평가사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설정액이 10억원 이상인 월지급식펀드 가운데 8월2일 기준 연초 이후 가장 높은 수익률을 나타낸 펀드는 얼라이언스운용의 'AB월지급글로벌고수익증권투자신탁'으로 5.31%를 기록하고 있다. 다음으로 양호한 수익을 보이고 있는 '칸서스뫼비우스200인덱스증권투자신탁 1(주식-파생형)Class A2'는 4.47%로 나타났다. 이러한 수익보다 높은 분배금 지급을 요청했다면, 원금이 깎일 수 있는 것이다.

이관석 PB팀장은 "만일 극도로 원금 손실이 두려운 경우라면, 원금을 보장하면서 소정의 이자를 지급하는 은행의 월 이자지급식 예금이나 보험사의 즉시연금을 활용하는 것이 알맞다"며 "월지급식 상품은 은행 예금 이자 정도로 만족 못하는 투자자들이 투자수익도 노리면서 고정적인 현금흐름도 확보하기에 유리한 상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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