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시장 변화?"…'바닥쳤다 vs 시기상조'

머니투데이 민동훈 기자, 최윤아 기자 2011.08.02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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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바닥, 주택시장 봄날 왔다"…"거래 증가는 착시, 바닥 못쳐"

편집자주 금융위기 이후 수년째 대세 하락을 이어온 주택시장에 변화가 찾아온 것일까. 최근 '집값 바닥론'을 주장하는 측과 아직 역부족이란 '시기상조론'을 펴는 측이 맞서고 있다. 전문가를 통해 두 시각에 대한 각각의 근거와 전망을 다뤘다.


- 수도권 6월 82% 거래 증가…"침체 풀린다는 증거"
- 실제 신규입주물량 감소로 전세 수요자 매매 전환
- 양도세 비과세 요건·전매제한 완화도 호재 될 것


◆기지개 켜는 집값, "바닥쳤다" - 바닥론
"주택시장 변화?"…'바닥쳤다 vs 시기상조'


오랜 기간 침체에 빠졌던 부동산시장이 최근들어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비수기지만 아파트 거래가 늘고 있는데다 전셋값이 꿈틀대면서 매매수요가 늘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어서다. 이런 이유로 시장에서는 "집값이 바닥을 친 것 아니냐"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집값 바닥론'을 주장하는 이들은 최근 서울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아파트 거래량이 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국토해양부가 발표한 아파트 실거래 동향자료를 보면 신고일 기준으로 지난 6월 거래량은 전국 4만6885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4% 증가했다. 특히 서울은 전년동기대비 81.6% 늘었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전체는 81.9% 가량 급증했다.



"주택시장 변화?"…'바닥쳤다 vs 시기상조'
김학권 세중코리아 대표는 "부동산 경기 침체로 아파트를 팔고 싶어도 마땅한 수요자가 없어 거래가 안됐던 상황이 개선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그만큼 매도자 입장에서도 만족할 만한 가격대에 거래가 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거래량이 늘고 있지만 실제 입주 물량이 줄고 있는 점도 집값 상승 전망의 근거로 제시된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적으로 29만7306가구에 달했던 아파트 입주물량은 올해 20만14가구로 줄어드는데 이어 내년에는 15만5587가구로 급감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올해 3만7868가구인 서울 입주아파트 물량은 내년 1만5526가구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KB국민은행 WM센터 박합수 부동산팀장은 "주택건설 인·허가 실적을 보면 2008년에 전년대비 30% 가량 감소했었다"면서 "이는 지난해 연말 이후 신규 입주물량 감소로 이어지며 수급불균형을 초래했다"고 설명했다.


"주택시장 변화?"…'바닥쳤다 vs 시기상조'
이 같은 신규 입주물량 부족은 전셋값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올 6월을 기준(100)으로 지난해 6월 87.2였던 아파트의 전세가격지수는 1년새 12.8포인트 뛰었다.

서울의 경우 같은 기간 9.9포인트 상승했고 수도권 전체는 11.1포인트 높아졌다. 이에 비해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서울의 경우 1년새 1.0포인트 하락했고 수도권 전체로는 0.8포인트 떨어졌다.

이에 따라 지난해 6월 42.1이었던 서울 아파트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은 올 6월 47.4로 5.3포인트 뛰었다. 수도권은 같은 기간 43.9에서 49.6으로 5.7포인트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전셋값이 매매가의 50%를 넘을 경우 수요 자체가 전세에서 매매로 돌아서기 시작한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내집마련정보사 김영진 대표는 "최근 전셋값 급등은 공급 부족 영향이 크다"며 "공급보다 수요가 많으면 가격이 높아지는 게 시장 원리"라고 지적했다.
ⓒ김현정ⓒ김현정
정부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비과세 요건과 전매제한 기간을 완화한데 이어 분양가 상한제 폐지 등을 추진하고 있는 점도 집값 상승에는 호재다. 김 대표는 "올들어 정부가 내놓은 대책 가운데 가장 임팩트 있는 대안이 될 것"이라며 "실수요뿐 아니라 일반 투자수요를 자극할 만한 신호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 4%대로 예상되는 물가상승률도 부동산시장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돈의 가치가 떨어지면 그만큼 집값도 오를 수밖에 없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이와 함께 상대적으로 투자 여력이 많은 강남이나 중소형을 중심으로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김현아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금까지는 강남권의 온기가 강북 등으로 퍼졌지만 최근에는 공급 물량에 따라 지역마다 판이한 양상을 보인다는 점에서 바닥 탈출은 지역별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 6월 강남3구 거래 늘었지만 강북 75%급감
- 대출 규제·금리인상, 이자부담 점점 커져
- 상승 기대 줄어 전셋값 올라도 구입 안해


◆소득줄고 대출규제…"집값 바닥 멀었다" - 시기상조론
'집값 바닥론'에 맞서는 '시기상조론'도 만만치 않다.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거래량이 살아나고 있지만 본격적인 주택경기 활성화 '징조'로 보는 것은 무리라는 견해이다. 무엇보다 "과거와 같은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심리가 꺾였다"는 게 시기상조론의 핵심 논거다.

장성수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거래량이 늘고 있는 현 상황은 일부 자산계층의 투자로 인한 지엽적인 현상일 뿐 부동산시장이 상승기조로 돌아섰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의 경우 6월 거래량(707건)이 전달 대비 23% 증가한 반면 강북3구(노원·도봉·강북구)의 같은 달 거래량(479)은 전달보다 75% 급감했다.
"주택시장 변화?"…'바닥쳤다 vs 시기상조'
전국 아파트 거래량도 4월부터 6월까지 3개월째 감소세를 보였다. 재건축아파트의 급매물 거래가 활발했던 강남3구를 제외하곤 이렇다할 거래량 증가세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집값 상승의 견인차 역할을 해온 부동산 대출이 여전히 묶여 있다는 점도 본격 회복세를 점칠 수 없게 한다는 지적이다.

장 연구위원은 "국민 대다수가 은행에서 돈을 빌려 집을 사는 현실을 감안할 때 주택수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바로 대출규제"라며 "지난 6월29일 정부가 주택대출시 소득 증빙자료 제출을 의무화해 사실상 총부채상환비율(DTI)을 전국으로 확대한 만큼 당분간 주택수요가 살아나기 어렵다"고 말했다.

가계대출 문제가 심각한 수준에 달해 추가 대출 여력이 부족하고 정부로서도 대출규제를 풀기 어려운 상황이다.

물가상승 압박이 커지고 하반기 기준금리 인상이 예상된다는 점도 부동산 경기전망을 어둡게 한다. 금리가 오르면 대출이자 부담도 커져 매수자들은 움츠러들 수밖에 없다.

"주택시장 변화?"…'바닥쳤다 vs 시기상조'
실질소득 감소와 실업률 상승도 구매력을 떨어뜨린다는 점에서 부동산 경기회복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 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1분기 전국의 가구당(2명 이상) 월평균 실질소득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0.9% 줄었다.

전분기(-1.2%)에 이어 2분기 연속 감소세다. 1분기 가계 명목소득은 월평균 385만8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5% 늘어났지만 소득 증가율보다 물가 오름폭이 더 커지면서 실질소득이 마이너스를 보인 것이다.

"주택시장 변화?"…'바닥쳤다 vs 시기상조'
올 2분기 대졸 주취업층의 실업률은 6.8%를 기록, 금융위기 여파로 실업률이 상승한 2009년 6.9%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이는 관련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2000년 이후 2번째로 높다.

거시경제 측면에서도 집값 상승으로 이어지긴 어렵다는 분석이다. 조명래 단국대 도시지역계획학과 교수는 "2분기 경제지표도 예상보다 좋지 않았던 만큼 집값 하락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셋값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뛰면 임대수요가 매매로 전환되고 집값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란 과거 흐름은 현실과 맞지 않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조주현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전셋값이 상승한 배경에는 '더이상 집값이 오르지 않을 것'이란 심리가 있다"며 "이런 심리가 사라지지 않는 한 전셋값이 매매가를 역전하더라도 매매로 전환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고 내다봤다.

인구구조 변화도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2007년 1.25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최저 수준인 출산율과 함께 이에 따른 인구 감소로 주택수요 자체가 줄어든다는 전망도 집값 하락 예측에 힘을 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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