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값 인상, "안 땐 굴뚝에 연기날까"

머니투데이 원종태 기자, 장시복 기자, 신동진 기자 2011.07.03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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辛블랙 논란·오픈프라이스 배제 '눈치'… "시기조정 문제, 두 자릿수 올릴수도"

라면 값 인상, "안 땐 굴뚝에 연기날까"


통계청이 매달 조사하는 소비자물가지수 489개 품목의 가중치 순위에서 라면은 10위권 밖이다. 가중치 순위 1위인 전세 값이나 2위 이동통화전화료, 3위 휘발유 등에 비하면 라면이 소비자 물가에 미치는 파괴력은 크지 않다. 가중치 순위가 낮은 이유는 라면을 구입하는데 쓰는 소비자 비용이 그만큼 많지 않다는 의미다.

그러나 올 상반기 설탕과 밀가루, 음료수, 과자, 참치 등 대표적인 식음료 제품 가격이 일제히 올랐지만 라면 값만은 제자리다. 해당업계 관계자는 "라면은 식음료 제품 중에서도 가장 서민 제품이라는 상징성이 있어 쉽게 가격을 올리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런 라면 값이 조만간 오를 것이라는 관측이 잇따르고 있다. 라면 값에 민감한 슈퍼마켓이나 소매점, 편의점의 일부 점주들은 라면 값 인상을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인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농심 등 라면 업체들이 이번 주나 다음 주 중 라면 값을 5∼10% 올릴 것이라는 관측이 슈퍼마켓이나 소매점을 중심으로 빠르게 돌고 있다. 일부 슈퍼마켓 점주들은 농심 영업맨을 통해 이미 가격 인상 언질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동안 업계는 원재료 값 인상으로 수익성이 나빠진 농심이 선제적으로 6월내에 가격을 올릴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농심의 가격 인상은 신라면블랙이 발목을 잡았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신라면블랙의 성분 조사를 실시하며 정부와 소비자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던 것. 지난달 27일 공정위 조사결과가 발표되자 관련업계는 농심이 공정위 족쇄에서 벗어나 조만간 라면 값을 올릴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상황은 다시 꼬였다. 이번에는 지식경제부가 변수의 진원지다. 지경부는 지난달 30일 라면과 과자 등을 오픈프라이스에서 제외하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오픈프라이스 적용에서 빠지면 제품 가격을 포장지에 분명히 표기해야 한다.

◇'정부 눈치+오픈프라이스 배제', 꼬이는 라면 값 인상


농심 입장에서는 오픈프라이스 제외로 가격인상 추진은 더 복잡해졌다. 슈퍼마켓이나 소매점, 대형마트 등에 "라면 값을 몇% 인상하겠다"고 통보하면 되는 문제가 아니라 내년이후 상황까지 예상하며 몇 수 앞을 내다봐야 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라면과 과자 같은 품목을 오픈프라이스에 제외시킨 것은 서민 물가에 밀접한 품목 가격을 쉽게 올리지 못하도록 한 조치"라며 "가격인상을 못한 라면업계에선 앞으로 가격인상이 더 힘들기 때문에 인상폭 결정까지 고려할 점이 많을 것"이라고 했다. 지경부는 오픈프라이스에서 라면과 과자를 제외하는 개정안을 이달 중순께 시행할 방침이어서 농심은 이에 맞춰 권장소비자 가격을 인상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그러나 농심은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농심 관계자는 "슈퍼마켓이나 소매점, 편의점 등에서 라면 값이 오를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한 것은 알고 있다"며 "하지만 아직 회사 차원에서 결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삼양식품도 라면 값 인상설을 부인했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제조비용 부담이 늘었지만 현재로선 라면 값을 올릴 계획은 없다"고 했다.

◇올린다면 두 자릿수 인상도 배제 못해

그러나 전문가들은 라면 값 인상을 '시기상의 문제'로 받아들이고 있다. 한 슈퍼마켓 관계자는 "농심 영업맨으로부터 '라면 가격이 0일자로 오른다'고 문자까지 받았다는 슈퍼마켓 점주들이 많다"며 "가격 인상이 사실이 아니라면 농심 영업맨이 제품 주문을 더 늘리기 위해 일부러 거짓 정보를 흘렸다는 것이냐"고 했다.



라면업체가 가격인상을 단행한다면 인상폭에도 관심이 쏠린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2월 농심과 삼양식품 등이 밀가루 값 인하로 라면 가격을 2~7% 내린 바 있기 때문에 가격을 올린다면 두 자릿수 인상도 가능하다"고 했다. 이 경우 신라면은 이전 권장소비자가격(730원)보다 10% 오른 800원 이상도 될 수 있다. 공정위 조사를 받은 신라면블랙은 가격 인하 가능성도 점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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