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낀 영산강 S라인의 풍류
나주를 관통하는 영산강은 어머니의 품처럼 넉넉하다. 강의 주변에는 어김없이 정자(亭子)가 남아 있다. 비록 세월의 무게로 인해 다소 퇴락해 보여도 한 시절 풍요로운 문화를 만들어냈던 깊은 기억조차 떨구지는 못했다.
▲임제 선생과 관련이 깊은 영모정
"청초 우거진 골에 자난다 누웠난다/홍안은 어디 두고 백골만 묻혔나니/잔 잡아 권할 이 없으니 그를 슬퍼하노라"라는 시는 5백년의 세월을 넘어 지금도 회자되고 있다. 황진이를 연모했던 낭만주의자 임제가 송도를 찾았지만 이미 세상을 뜬 그녀의 죽음을 애도해 만든 시이기에 애잔하게 사람들의 마음을 파고든다. 그의 재기어린 문장이 만들어진 모태와도 같은 곳이다. 원래는 귀래정이었지만 정자를 세운 임붕의 두 아들이 '어버이를 길이 추모한다'는 뜻의 영모정으로 바꾸었다.
순천만만 S라인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다시면 동당리에 있는 석관정에 오르면 영산강의 S라인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사실 석관정은 1998년 시멘트를 깔면서 옛 정취를 잃어버렸다. 소박하면서도 깊은 멋을 지닌 정자의 풍모는 변했지만 '영산강제일경'이라는 현판이 무색하지 않게 정자에서 본 풍경만은 일품이다. 특히 새벽에 물안개가 피어오르면 멀어진듯 가깝게 느껴지는 진경산수화가 펼쳐진다. 진달래가 피는 봄에는 수묵의 농담속에 선명한 꽃 색깔이 어우러져 절경을 이룬다.
영산강 아래 황포돛배가 뜨고 파란 하늘과 물색까지 겸비하면 이보다 더 화사한 풍경이 없을 것이다.
▲선비들이 노래와 춤을 연습했던 기오정
▲벽류정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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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0년(인조 18)에 김운해가 세운 정자는 정면3칸·측면3칸 규모. 가운데 방을 두고 사방에 마루를 들였다. 골기와 팔작지붕은 처마의 흐름이 유려하다. 후면의 툇마루가 1단 높게 설치된 점이 이채롭다.
나주 문화관광해설사 이성자 씨는 이곳이 나주 정자 중에서 가장 풍광이 좋다고 한다. 온돌을 사용해 머물 수 있게 한 것도 그렇고 영산강과 작은 천이 끼어서 휘돌아가는 지점에 있는 것도 멋을 더하는 요소가 되었다.
나주의 그많은 정자에는 이제 사람들이 없다. 문은 굳게 잠겨 있고 인적조차 끊겨서인지 정자를 헤치고 들어서려면 잡초가 자란 길을 헤치고 들어가야 한다. 쇠락의 그림자가 깃들어 있어도 정자는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을 따스하게 만들어 준다.
언젠가는 사람다운 향기를 지닌 사람들이 다시모여 닫힌 문을 열고 달빛을 벗 삼아 멋스런 노래 한 자락을 구성지게 풀어놓을 것이다. 유유하게 흐르는 영산강은 흥겨운 어깨 짓을 하며 넉넉한 미소로 화답할 것이고.
문의:나주시청 문화관광과 (061)330-8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