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너무 잘하고 있지만 30년전에는 소니도…"

머니투데이 뉴욕=강호병특파원 2011.06.20 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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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인터뷰]데이비드 로스 美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교수

↑ 데이비드 로스 美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 교수↑ 데이비드 로스 美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 교수


"테이블에서 모든 돈을 남김없이 가져가지 말고 일부를 남겨두라"

한국에서 대기업이 거둔 초과이익을 정기적으로 중소기업과 나누는 소위 초과이익 공유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고 하자 美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 데이비드 로스(David Ross)교수는 이같은 격언부터 꺼냈다. 자기를 위해 남겨둔 몫이 있어야 "중소기업이 대기업을 위해 기꺼이 부품생산을 혁신할 유인을 갖게 된다" 는 이유에서다.

그러면서 중소기업 쥐어짜기는 미국기업이 더 지독했다는 경험도 소개했다. 미국기 업, 가령 포드, GM 등 완성차 업체들은 가격협상과정에서 부품업체에게서 마지막 1센트까지 짜내려 했다한다. 단기적으로는 달콤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자신의 경쟁력을 실추시킨 소탐대실이 되고 말았다. 박한 대접에 부품업체가 대기업을 위해 연구개발(R&D) 활동을 행할 유인이 말살돼 버렸기 때문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역(逆)시너지가 횡횡했던 셈이다.



로스 교수는 이익공유 형식면에서 납품업체가 종업원처럼 연말 보너스를 대기업으로부터 받는 것은 낯설다고 했다. 납품업체와 일상적 사업협력으로 공동의 이익을 키우되 혁신에 대한 보상은 가격으로 말하는 것이 온당하는 것이다.

협력의 시너지가 극대화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제언도 했다. 출혈경쟁이 생기지 않도록 한부품에 대한 공급업체를 2~3곳 정도로 국한하되 제품 혁신을 일으켜 시장침투력을 키우도록 장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시너지'는 비단 외부기업과 관계에서만 운명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글로벌 기업의 성패도 따지고 보면 시너지의 성패라고 로스 교수는 인터뷰 내내 강조했다. "시너지가 아니면 쳐다보지도 말라"는 게 컬럼비아대 신예 로스 교수의 지론이었다.

- 기업경영에서 필승 전략이라고 할만한 것이 있는가. 있다면 무엇인가.

▶ 두가지다. 하나는 독보적인 경쟁포지션을 구축해 남들이 쉽게 따라오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나머지 하나는 조직의 모든 부분을 그같은 전략적 포지션을 유지,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첫번째 사례로 아일랜드 저가 항공사 라이언에어(RyanAir)를 들 수 있다. 유럽 주요도시 외곽 시골공항을 상상하기 어려운 초저가로 연결한다.(참고 : 14일 현재 런던 스탠스테드 공항에서 프랑크푸르트 한 공항까지 요금은 10파운드(한화 1만9000원선)로 제시).

이같은 초저가 정책에 영국 브리티시 에어웨이가 타격을 입었다. 원래 브리티시 에어웨이는 일정한 수준의 서비스 질을 원하던 비즈니스맨에게 많은 티켓을 팔아서 돈을 벌었다. 그러나 라이언에어 등장으로 가격을 낮춰야했다. 그러다 보니 기존에 손님에게 주던 안락하고도 특별한 서비스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라이언에어만이 할 수 있는 강력한 포지션이다.

- 두번째 전략도 결국 시너지 얘기인데 사례를 들어달라.

▶우선 일본 소니의 사례를 들고 싶다. 일본 소니는 믿기 힘들 정도로 잠재적 높은 상품을 대단히 많이 갖고 있었다. 소니는 시장리더가 될 수 있는 훌륭한 전략적 포지션에 있었다.

소니는 아마존 킨들, 반스&노블의 누크에 앞서 e북 리더를 개발한 곳이다. 믿을 수 있는가. 그러나 상업화에 성공하지 못했다. 내부에 너무 많은 정치투쟁이 있었다.

MP3와 관련해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할 잠재적 위치에 있었으나 해킹, 불법 다운로드 등에 대한 우려가 음반사업부(소니뮤직)쪽에서 강하게 제기되며 결국 유야무야되고 말았다. 그사이에 애플이 아이팟으로 치고 나오며 그 세계를 점령했다. 1970년대 제록스가 밟은 유사한 전철이다. 소니의 실패는 내부에서 비롯된 것이고 그런면에서 조직의 실패라고 볼 수 있다.

소니와 대조적으로 시너지를 잘 내고 있는 기업은 엔터테인먼트 회사 월트디즈니다. 디즈니는 시너지 관리가 생활화돼 있다. 항상 무엇을 하건 이것이 시너지 차원에 말이 되는지 고민한다. 카툰 캐릭터를 개발하면, 리조트·호텔 등에 고객을 유인하는 어트랙션으로 활용한다. 또 캐릭터 제조업자에게 라이선스를 줘서 돈을 번다.

소니는 잠재적으로 많은 시너지를 낼 수 있었지만 결국 역(逆)시너지로 변질됐다. 모든 것을 묶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때로는 한 지붕밑에 있는 조직이 건설적인 답을 내기보다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그것이 소니에게 일어난 일이다.

- 그러면 애플은 시너지측면에서 최선의 전략을 갖고 있는가

▶애플은 히트상품을 제조하는데 대단히 뛰어난 기업이다. 스티브 잡스와 그 팀은 그저 그런 서비스가 있던 소비자 가전 쪽에서 사용하기 쉽고 깔끔하고 쿨한 제품을 연이어 내놓는 천재적 영감을 발휘했다. 애플 제품 쓰는 사람은 리눅스 등을 다루는 전문가가 아니다.

또 아이패드처럼 새로운 장르의 제품 개발하고 일구는 천재적 능력을 발휘했다. 태블릿은 시장성이 없는 곳으로 평가받던 곳 아닌가. 애플의 독특한 개성으로 시장을 만들었다. 최근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해 애플 제품간의 시너지 효과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애플 기기에서 구동되는 데이터가 웹에 저장되며 수시로 사용할 수 있게 되므로 애플 기기를 가진 사람은 또다른 애플 기기를 구매해 사용할 유인이 커진다.

최대 위험은 스티브잡스 건강이 좋지않다는 것이다. 머지않아 그가 떠날 것으로 보인다. 과연 그가 없어도 애플이 성공적일 수 있느냐는 의문은 남아있다.

- 휴대폰 회사 노키아의 운명은 어찌될 것으로 보나.
↑데이비드 로스 미컬럼비아대 교수는 시너지가 기업 운명을 좌우한다고 강조했다.↑데이비드 로스 미컬럼비아대 교수는 시너지가 기업 운명을 좌우한다고 강조했다.
▶ 스마트폰 환경은 대단히 경쟁적이다. 새로운 하드웨어뿐 아니라 운영체제를 끊임없이 개발해야한다. 물론 노키아만이 문제가 있는 유일한 큰 회사는 아니다. 블랙베리나 심비안 모두 인기가 떨어지고 있다.

구글과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의 영향이 이토록 클 줄 미처 사람들은 예측 못했다. 안드로이드는 강한 시너지를 가진 운영체제다. 안드로이드는 컨텐츠 공급자와 제조업자에게 뭔가를 통합할 수 있는 솔루션을 줬고 이것은 휴대폰 네트워크 탐색 기능을 매우 높였다. 이는 구글이 돈버는데 기여하고 있다. 안드로이드는 애플과 스마트폰 시장을 양분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 흐름은 지속될 것이다.

노키아가 유일하게 돈을 벌수 있는 길은 애플이나 제조업자에게 그동안 개발한 특허 로열티를 받는 방법뿐인 것 같다. 스마트폰에서 놓쳐버린 노키아의 실지회복은 대단히 어려울 것이다.

- 마이크로소프트도 스마트폰 기기시장의 주도권을 놓쳤다. 그것이 생존을 좌우할 것으로 볼 수 있나. 아님 다른 위협이 있는가.

▶PC 운영체제(윈도)와 사무용 소프트웨어(MS 오피스)에서 독보적인 시장지배력을 갖고 있는 만큼 곧 사라질 기업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그러나 새로운 종류의 제 품을 성공적으로 개발할 능력이 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마이크로소프트에 최대 잠재적 위협은 구글이다. 구글이 클라우딩 서비스를 제공, 개인용 컴퓨터가 단말기처럼 구동되도록 한다고 보자. 그러면 소프트웨어, 앱, 데이터 등 구글 웹이 저장돼 있는 모든 컨텐츠를 그냥 끄집어내서 쓰면 되니까 윈도가 필요없는 세상이 될 수도 있다. 빌 게이츠가 몇년전에 미래라고 했던 것이 현실화될 가능성으로 다가왔다.

- 빌 게이츠가 마이크로소프트를 계속 운영했다면 좀 더 나은 회사가 될 수 있었을까

▶아니다. 전략가로서 빌게이츠는 과대평가됐다. 그는 초기에 훌륭한 전략적 결정을 내렸다. 운영체제를 PC 제조사였던 IBM에 라이선스 줌으로써 PC시장을 독식할 수 있게 된 것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잡스와 달리 빌 게이츠는 혁신적인 제품을 개발할 만한 많은 능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가 계속 회사를 운영한다고 해서 마이크로소프트가 지금보다 나았다고 볼 이유는 없다.

- 한국재벌은 무슨 일을 해야하나. 삼성은 잘 하고 있는가.

▶삼성은 비즈니스관리를 너무 잘하고 있기 때문에 특별한 코멘트를 할 필요를 못느낀다. 백색가전을 계속할 만한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있는 것 같지만... 그러나 한가지 명심할 것이 있다. 사업적으로 어느 기업도 잘나가는 시절이 영원하지 않다는 것이다. 30년전 소니는 지금의 삼성전자처럼 도저히 실수를 할 것 같지 않던 기업이었다. 그러나 결국 운명이 바뀌었다. 어려운 시기를 맞이해서 한순간에 강제적 구조조정의 칼에 해체될 가능성은 어느 그룹이라도 있다. 삼성도 그 확률에서 예외일 순 없다.

데이비드 로스(David Ross) 美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美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 건물인 유리스 홀(Uris Hall) 앞에서 포즈를 취한 데이비드 로스 교수↑美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 건물인 유리스 홀(Uris Hall) 앞에서 포즈를 취한 데이비드 로스 교수
동료 제리 김 교수 등과 더불어 뛰어난 직관과 입심으로 학생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젊은 교수다. 펜실베니아대에서 MBA를 취득한 후 씨티그룹 투자은행가로 약 5년간 재직했다. 2000년~2002년중 한국에서 근무한 이력도 있다. 투자은행가로 잘 나갔지만 교직과 연구에 대한 미련 때문에 회사를 박차고 나와 교수로 변신했다.

경제학도로서 이론적 지식과 투자은행가로서 경험을 두루 갖춘 탓에 월가에 입성하고자하는 MBA학생들과 궁합이 잘 맞다는 평가다. 컬럼비아대에서도 이같은 그의 개성을 높이 사 박사학위를 취득하자 마자 곧바로 스카우트했다. 한국어로 간단한 일상적 대화도 가능하다.

로스 교수는 '시너지'와 '분산투자'의 힘을 믿는다. 그 스스로 주식 투자를 하고 있고 학생들에게도 더 많은 돈을 세계 각국 주식에 분산투자하라고 권하고 있다. 주식에는 개인적으로 15년 가량 투자해왔다. 투자한 돈의 절반을 해외증시에 투자한 덕택에 투자성과가 동료나 친구들보다 나았다고 귀띔했다.

최근 그는 남자만으로 이뤄진 경영진보다 남녀 혼성으로 이뤄진 경영진이 더나은 성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여성 관리자의 존재가 회사의 정책이 극단으로 흐르는 것을 막고 회사가 취할 전략행위를 풍부하게 만들어 주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남자 CEO에게 딸이 생기면 상대적으로 여성종업원 임금이 더올라가는 경향이 있다는 독특한 연구도 했다. 삭막(?)하게 생각하던 남자 CEO가 딸의 존재로 사고와 태도에 다양성을 갖게 된다는 일종의 가족 시너지효과다.

◇약력 △ 뉴욕주립대 빙햄턴에서 경제학, 수학 학사학위 취득(1990) △ 펜실베니아대학 와튼 스쿨에서 MBA 취득(1997) △ 씨티그룹 투자은행 부문 부사장(1998 ~ 2002) △ 뉴욕대 스턴 비즈니스 스쿨에서 경제학 박사학위 취득(2007) △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 교수(2007~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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