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도 수개월 해킹피해, 민감한 국가정보 어쩌나

머니투데이 성세희 기자, 김성휘 기자 2011.06.12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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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 규모 아직 파악안돼 "해커조직, 외국 정부와 연계 추정"

▲IMF 로고▲IMF 로고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 수개월간 해킹당한 것으로 밝혀졌다. 아직 유출된 정보내용이나 정확한 피해규모는 파악되지 않았으나 IMF 서버 내에는 각국의 재정상태, 글로벌 위기관리 대응책 등 민감한 내용이 많아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미 뉴욕타임스는 12일(현지시간) IMF가 지난 수개월간 해킹당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주로 서버 내 저장된 이메일과 문서 파일이 해킹 대상이었으며 일부 데이터 삭제도 이뤄졌다고 전했다.



한 정통한 소식통은 이날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해커조직이 외국 정부와 연계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으나 구체적인 국가명은 언급치 않았다.

보안 관계 소식통들은 "해커 조직은 지난 여러 달에 걸쳐서 IMF서버를 공격했지만 지난 8일에 자행된 해킹은 매우 정교했다"며 "심지어 지난달 14일 뉴욕에서 성폭행 혐의로 체포된 도미니크 스트라우스 칸 전 총재 사건이 발생하기 직전에도 해커 조직이 IMF서버를 공격했다"고 말했다.



한 보안 관계자는 "어떤 외국 정부가 해커조직을 배후에서 지원해 IMF 서버에 있는 수많은 데이터를 삭제했다"고 말했다.

데이비드 할리 IMF 대변인은 11일(현지시간) 이메일을 통해 "현재 사건을 조사하고 있다"고 해킹 사실을 시인했다. IMF는 그동안 해킹사실을 외부에 숨겨오다 직원들에게 조차 지난 8일 처음 알린 것으로 알려졌다. 할리 대변인은 이메일에서 아직 해킹 피해가 어느 정도인지는 밝히기 어렵다면서도 "서버는 정상적으로 가동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IMF는 현재 그리스와 포르투갈, 아일랜드 구제금융 지원 계획뿐 아니라 글로벌 위기에 대응하는 각 국의 경제, 재정 정보 자료를 다량 보유하고 있다. 특히 데이터 중에는 각국 지도자와의 협상 내용 등 최대 보안이 요구되는 특급 정보들이 포함돼 있다. 이러한 자료는 잠재적으로 세계 금융시장을 움직일 수 있는 민감한 정보들일 뿐 아니라 관련 당사국들의 정권 붕괴로 이어질 개연성도 없지 않다. 해커들이 이런 자료를 모두 열람했는지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번 해킹 사건이 터지자 가장 먼저 대응한 쪽은 세계은행(WB)이다. IMF 맞은편에 자리 잡은 세계은행 본부는 IMF서버와 정보를 공유하는 데 썼던 컴퓨터 연결선을 끊었다. 이 연결선을 통해 WB는 IMF와 서로 비밀 정보를 공유하고 회의를 진행한다.

한편 최근 분야를 가리지 않는 해킹이 붐을 이루고 있다. 지난 달 29일에는 미 군수업체 록히드 마틴과 공영방송 PBS 서버가 해킹을 당했는가 하면 굴지의 기업 소니, 구글 등도 계속되는 해킹 공세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구글은 자사 G메일 해킹과 관련, "중국 서버에서 해킹을 시도했다"며 중국 정부가 배후에 있다고 밝혀 해킹문제가 미·중 양국간 외교전으로 비화하는 양상이다.



소니와 PBS를 해킹했던 해커집단 '룰즈섹'은 미 연방수사국(FBI) 애틀란타 지부를 해킹해 웹사이트 로그인 자료를 취득했다고 주장했다. 이밖에 씨티은행도 지난 9일 해킹을 당해 신용카드 이용 고객 이름과 계좌번호, 이메일 주소 등 기본 인적사항이 유출됐다.

이에 앞서 미 국방부는 외국으로부터 자행되는 사이버 공격도 ‘전쟁행위’로 간주한다는 공식 입장을 채택했다. 리언 파네타 국방장관 지명자는 임명청문회에서 다음 ‘진주만 공습’은 사이버전 양상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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