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발생한 서울역과 강남고속버스터미널 폭발 사건 용의자들이 검거된 가운데 이상정 형사과장이 15일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에서 브리핑을 갖고 있다. 사진=홍봉진기자
서울지방경찰청은 15일 지난 12일 서울역 대합실과 강남 고속버스 터미널 대합실에서 사제폭탄 테러를 시도한 피의자들이 체포됐다. 피의자들은 주가 급락을 유도해 이득을 얻으려 했다고 진술했다.
피의자들이 사건을 일으킨 지난 12일은 옵션 만기일이다. 옵션만기일에 주가가 급등락해 옵션시장에서 대박이 발생하는 경우가 종종 나타난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를 90만원에 매도할 수 있는 풋옵션을 보유하고 있다가 삼성전자 주가가 85만원으로 내려가면 그 차액인 5만원만큼의 이익을 얻게 된다. 콜옵션의 경우 반대로 90만원에서 95만원으로 주가가 오를 경우 5만원의 이익을 얻게 된다.
옵션 거래는 레버리지(승수) 효과로 투자 금액 대비 수익률이 큰 폭으로 움직이는 특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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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주식을 1주 매입하려면 90만원이 들지만 삼성전자를 기초로 한 옵션은 수천원~수만원이면 거래할 수 있다. 주가 흐름에 따른 이익 규모에 따라 수익률의 진폭은 훨씬 크다. 주가가 90만원에서 95만원(혹은 85만원)으로 움직일 경우 주식 시장에선 수익률이 5.6%에 불과하지만 5만원짜리 옵션이라면 100%의 손익이 가능하다.
옵션은 매월 둘째 주 목요일에 만기 청산을 하게 된다. 옵션 만기일엔 기관들이 대량의 주식과 연계해 옵션 거래를 하는 프로그램 매매를 많이 하게 돼 옵션 가격의 급등락이 빈번히 이뤄진다.
지난해 11월 11일 옵션 만기일에 도이치증권이 쏟아낸 매물 폭탄으로 주가가 급락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당시 일부 풋옵션은 이론적으론 200배가 넘는 수익을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 2001년 9.11 테러 당시에도 전 세계 증시가 폭락했고 한국 증시에서도 풋옵션 투자로 수백배의 이익을 냈다는 얘기가 회자됐다.
서울역 폭탄 테러 피의자들은 이 같은 사례를 보고 풋옵션을 매수한 뒤 폭탄 사건을 일으켜 주가를 급락시킨 뒤 이득을 얻으려 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12일 옵션 만기일 코스피지수는 43.98포인트 하락한 2122.65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날 주가 하락은 사제폭탄 사건에 따른 여파라기보다 주중 계속됐던 조정 분위기가 이어지면서 나타난 조정에 불과했다. 또 꾸준한 주가 조정으로 가격 변동이 완만해 피의자들이 노린 옵션 대박은 나타나지 않았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한국 증시의 규모와 체력이 커져 일개 사건에 따라 주가가 급등락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며 "사제 폭탄 테러로 주가 급락을 유도하려는 시도는 매우 허황된 시도에 불과하다"고 밝혔다.